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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수원=김명석 기자]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이 활짝 웃었다. 스스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요즘 거듭 골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에 꾸준히 나설 수 있다는 것, 축구선수인 그가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진짜 이유’다.

지난 시즌 그는 큰 부침을 겪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했지만 소속팀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시즌 중반 이후 그는 그라운드를 좀처럼 밟지 못했다. 19세였던 함부르크SV 시절(1215분)보다도 더 적은 1104분의 리그 출전 시간만을 보장받았다. 자연히 그를 향한 시선은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새 시즌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독일 복귀설까지 돌았다.

그런데 올 시즌, 대반전이 일어났다. 연일 맹활약을 펼치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리그 4경기에 출전해 4골 2도움을 터뜨렸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선정 파워랭킹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별들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골맛을 봤다. 자연히 그는 토트넘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우뚝 섰다. 부침을 겪던 지난 시즌과는 정반대의 흐름이 이어졌다. 스스로가 일궈낸 통쾌한 반전이었다.

슈틸리케호 승선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다만 우려가 이어졌다. 체력적인 부담감이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미들즈브러전을 시작으로 28일 CSKA모스크바(러시아)전, 2일 맨체스터 시티전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3경기 모두 사실상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후 귀국해 A매치를 준비했다. 거듭된 강행군 탓에, 일각에서는 카타르전에서 그를 교체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체력적인 부침은 기우에 불과했다. 6일 카타르전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89분을 소화하며 맹활약했다. 전반 11분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선제골을 도왔고, 후반 12분에는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역전 결승골까지 쏘아 올렸다. 지칠 만도 하지만, 요즘 보여주던 ‘클래스’는 변치 않았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손흥민은 “너무 행복하다”는 말로 대신 답했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작년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힘들다기보다는,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저 행복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이날 역시 활짝 웃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가 느끼는 행복은, 고스란히 그의 강점을 극대화시키는 힘이 됐다. 손흥민은 이날 팀이 2-2로 맞서던 후반 12분,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도움을 받아 결승골을 터뜨렸다. 절묘한 침투에 이어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 다웠던 골’이자, 가장 중요한 순간에 발휘된 해결사 본능이었다. 그는 “2-2가 된 이후 생각이 많아졌다.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 방이 있다는 것은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이 강점을 늘 믿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선수들끼리 역사를 써보자는 의지가 강하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며 이란전을 바라봤다. 지친 손흥민이 아닌 ‘행복한 손흥민’의 한 방이, 이번에는 이란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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