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또 이고르 아킨페프다. 이정도면 아킨페프 입장에서는 한국인이라고 하면 몸서리를 칠 것 같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이근호에 이어 또 다시 아킨페프에게 기름손을 안기며 결정적인 득점을 해냈다.

ⓒAFPBBNews = News1
토트넘은 28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3시 45분 러시아 모스크바의 힘키 아레나에서 열린 2016-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E조 2차전 CSKA 모스크바 원정에서 손흥민의 후반 26분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1차전 AS 모나코전에서 홈임에도 1-2로 패했던 토트넘 입장에서는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러시아 원정 승리가 절실했고 손흥민의 골로 올 시즌 첫 UCL 승점을 따냈다.

이날 맞상대할 CSKA 모스크바의 수문장은 러시아 최고이자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골키퍼인 아킨페프. 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한때나마 큰 기쁨을 준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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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러시아대표팀의 골키퍼로 나왔던 것이 아킨페프다. 당시 아킨페프는 놀라운 선방을 이어갔음에도 이근호의 먼거리에서의 슈팅때 제대로 잡지 못하고 기름손을 연출하며 실점을 한 바 있다. 당시 기적같은 골에 온 국민은 기뻐했고 세계 최고의 수문장은 한국인들에겐 ‘기름손으로 실수한 골키퍼’로 기억되고 말았다.

그런 아킨페프는 이날 경기에서도 분명 뛰어난 활약을 했다. 탄탄했던 모스크바 수비진과 호흡을 이뤄 경기 70분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하지만 후반 26분 손흥민에게 무너졌다. 에릭 라멜라의 스루패스때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깨고 일대일 기회를 맞았다.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은 이고르 아킨페프 골키퍼의 손에 맞았으나 데굴데굴 굴러 골라인을 넘어갔다. 토트넘에게는 UCL 2차전 러시아 원정에서 값진 승점 3점을 따내는 것을 확정하는 골이었다.

마치 2년전 이근호의 골을 떠올리게 하는 기름손 실수를 저지르고 만 아킨페프였다. 제 아무리 뛰어난 골키퍼라도 한국인들에게는 기름손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아킨페프의 기구한 한국과의 인연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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