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비난 여론이 거세다. 비난 받아 마땅하다. 소나기가 내릴 때 어설프게 비 피할 곳을 찾기보다 차라리 비를 맞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래야 장마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 승점 1점이라도 따냈고 최소한 진 것보다는 낫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침대축구를 이겨내야 하며 감내해야한다’는 논리는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침대축구 그 자체에 대한 비난과 개선책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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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전 이후 대표팀에 대한 여론은 최악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이토록 여론이 안 좋았던 적도 없다. ‘갓틸리케’라고 불리던 슈틸리케 감독은 비난의 도마 위에 올라 해부되고 있다.

물론 비난받아 마땅했던 경기다. 답답했던 경기력과 활로를 찾지 못한 공격력, 그리고 23명을 뽑아도 되는데 굳이 20인명단을 고집하면서 논란을 만들어낸 것, 플랜B의 부재 등은 슈틸리케 감독 역시 할 말이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친 비난은 삼가야한다. 고작 한 경기일 뿐이다. 물론 중국전 3-2 힘겨운 승리부터 이어온 분노의 연장선상일 수 있지만 한 경기를 못했고, 그것마저 진 것도 아닌 비긴 경기다.

또한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전을 떠올려야한다. 한국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국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던 팀이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의 문제점보다 훨씬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빠르게 대표팀을 추슬렀고 아시안컵 결승까지 대표팀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2015년에는 FIFA 가맹국 중 최소 실점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상당히 약한 팀들과 많이 붙은 게 사실이지만 그전에 대표팀은 약한 팀을 상대로도 확실히 이긴다는 보장을 할 수 없던 팀이었던 것을 떠올려야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갓틸리케’로 불리던 당시 자신에 대한 후한 평가를 두고 “축구인으로 40년을 살아왔다. 아마 2연패만 해도 평가는 180도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견했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도 이렇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비난 여론에서 받아들인 건 받아들이고 개혁적인 모습으로 나서야한다. 곧바로 10월 열릴 A매치는 카타르-이란이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와의 연속이다. 그도 변화가 필요하지만 변화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지나친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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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리아가 보여준 극악의 침대축구를 이겨내지 못한 대표팀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물론 언제까지 침대축구를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선제골을 넣었다면 시리아 골키퍼는 절대 아프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침대축구를 향한 비난보다 침대축구를 이기지 못한 대표팀에 대해 더 큰 비난이 쏟아질 필요는 없다. 침대(BED)축구는 나쁘다(BAD). 이는 축구의 가장 근본적인 ‘팬’을 떠나게 하는 일등악이다. 그 어떤 관중도 선수들이 고의적으로 쓰러져 그라운드에 눕는 것을 보고 싶어 가는 사람은 없다. 빠르게 진행되어야할 축구의 흐름이 끊기고 이것이 반복되면 축구는 그 가치를 잃게 된다.

침대축구에 대한 비난은 계속되어야하고, 이를 방지하기위해 룰 개정과 선수들의 인식 개선 등은 계속 요구되어야한다. 주객이 전도돼 정말 비난받아야할 대상을 비난하지 않는 일은 없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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