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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시종일관 답답했던 경기력에 다시금 흐트러진 집중력. 그리고 반전시킬 뾰족한 수의 부재까지. 슈틸리케호에게 시리아전은 여러 모로 최악의 경기로 남게 됐다.

슈틸리케호가 ‘약체’ 시리아와 득점없이 비겼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후 9시(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리를 낙관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전력 차가 워낙 뚜렷했다. 시리아는 FIFA랭킹이 105위였다. 한국(48위)보다 57계단이나 낮았다. 선수들 면면에서 나오는 무게감에서도 현격하게 차이가 났다. 유럽 베팅업체들도 0-0 무승부 가능성보다 한국의 3-0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슈틸리케호는 닷새 전과 비교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이유가 있었다. 지난 1일 한국은 중국에 3-0으로 앞서다 내리 2골을 내주며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흐트러진 집중력 등에서 기인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전력 차는 무의미한 볼 점유율(65%)로만 나타났을 뿐,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0의 균형을 깨트리기 위한 노력은 이어졌지만, 모두가 허사로 돌아갔다. 결국 무승부를 알리는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한국은 고개를 숙였다. 반대로 시리아는 이긴 듯 기뻐했다. 한국이 이겨야 했던 경기라는 방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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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수비적인 전술에 말렸다. 여기에 상대의 노골적인 시간끌기가 더해졌다. 이른바 침대축구였다. 다만 이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아니었다. FIFA랭킹 105위인 시리아가 꺼내들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이자, 슈틸리케호가 반드시 대비해야 했던 전략이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했다.

그러나 슈틸리케호가 선보인 경기력은 경기 내내 답답하기만 했다. 경기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펼쳤지만, 뚜렷한 기회까지 만들어내는데 스스로가 힘이 부쳤다. 65%에 달하는 점유율이 상대진영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횟수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유효슈팅수에서 한국은 2-4로 밀렸다.

이따금씩 결정적인 기회를 잡더라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부정확한 슈팅 또는 몸을 내던진 상대 수비에 걸렸다. 이런 상황이 90분 내내 반복됐다. 아쉬움이 짙은 상황이 자꾸만 이어졌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아쉬운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좀처럼 상황을 바꿀 만한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황희찬 권창훈을 차례로 투입하며 교체카드를 통한 변화를 꾀했지만, 전반적인 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마저도 공격진들끼리의 맞교체였다. 전술 또는 전략의 변화 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자연히 결과는 씁쓸한 무승부였다.

결국 슈틸리케호는 지난 1일 중국전에 이어 또 다시 실망만을 남기게 됐다.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거듭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실망감의 크기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모로 최악이었던 시리아전 경기력이 반복된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마저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시리아전이 반전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슈틸리케호는 8일 귀국해 해산한 뒤, 이달 말쯤 다시 소집될 예정이다. 이후 내달 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와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 뒤, 11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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