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전주=이재호 기자] 감독과 단장이 나서서 사퇴를 암시했다. 검찰 수사 후 물러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2005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그들이 호흡을 맞춘 2005년부터 전북의 역사는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동정론이 일고 있다. 과연 전북 사태는 이렇게 마무리될까.

전북은 24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멜버튼 빅토리(호주)와의 홈경기에서 레오나르도의 전 후반 각각 1골이 터지며 2-1로 승리했다. 이로서 전북은 1차전 호주원정 1-1 결과를 합쳐 3-2로 승리하며 두 시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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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의 포커스는 경기가 아닌 경기 후였다. 전북은 현재 대형 심판매수 스캔들에 휩싸여있다. 사건의 발단은 22일 늦은 밤 부산 지역 언론으로부터였다. `2013년 J구단 스카우터가 유리한 판정을 대가로 금품수수로 심판 매수를 했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인 보도는 다음날 오전부터 전 언론에 퍼졌다. 결국 `J구단'이 전북 현대임이 밝혀졌고, 전북 역시 이를 인정하고 검찰수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북은 해당 스카우터의 개인의 일탈로 공식입장을 정리하며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전북은 이날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이 모두 나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를 하며 입장을 표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스카우터도 코칭스태프다. 코칭스태프와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못했다.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저 역시 사안을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한국사회는 책임을 져야하기에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분명히 조사 중인 사안이고 모든 사태의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구단도 피해자고 팬들에게도 사죄드려야한다”고 말했다.

이철근 단장 역시 “감독님께서 책임감을 얘기하셨는데 구단의 책임은 저다. 제가 책임을 져야한다. 구단의 일에 제가 책임을 져야한다. 제가 단장이다. 제가 여기에 대해서 책임을 질 것이다. 검찰수사를 보고 구단의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감독과 단장 모두 검찰 수사 후 상황에 따라 사퇴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현재 전북은 조건부를 걸어놨지만 일단 감독과 단장까지 사퇴하는 수를 두며 이번 사태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감독과 단장이 동반 사퇴하는 것도 크나큰 사안이다. 한국축구사에 한 가지 일로 인해 감독과 단장이 동반 사퇴하는 정도의 큰일은 없었다. 물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에 사퇴한다고 말하는 것도 섣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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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 이런 강수를 뒀다고 해서 이번 사태가 이렇게 마무리되서는 곤란하다. 전북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니 이것이 잘 지켜졌는지 확인해야할 것이고 프로축구연맹은 이참에 심판 매수 및 승부조작에 관여하는 행위에 대해 뿌리를 뽑으려해야한다.

단순히 전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게 축구계의 걱정이다. 이미 도·시민구단이자 하위권 구단이었던 경남이 적발됐고, 이번에는 기업구단의 상징이자 상위권의 상징인 전북도 걸렸다. 이제 그 어떤 팀이 했다고 해도 이상치 않을 상황이 됐다.

물론 전북이 감독, 단장 사퇴까지 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큰일이며 책임을 지는 일이긴하다. 하지만 단순히 전북만이 아닌 K리그 전체를 생각해 전북만으로 이 사건을 한정해서는 곤란하다.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이렇게 된 김에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연맹 차원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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