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남해=이재호 기자] K리그 클래식(1부리그)부터 챌린지까지 한국에는 총 23개의 프로팀이 있다. 실업축구인 내셔널리그(3부리그), 아마추어 위주인 K3리그(4부리그)를 통틀어도 서울 이랜드 FC에 있는 마틴 레니(41·스코틀랜드) 감독이 상위리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유일한 외국인 감독이다.

예전에는 클래식 무대에도 여러 외국인 감독이 있었지만 갈수록 줄어 상당히 폐쇄적으로 변한 한국 축구 지도자 문화에 대해 레니 감독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외롭긴 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설연휴가 끝나고 서울 이랜드 FC의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경남 남해를 방문해 만난 레니 감독은 한국생활 2년차에 대해 “이제는 조금씩 한국을 알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 배울 점도 많았고 느낀 점도 많았다”고 했다.

▶빅네임 영입 부족? 이제 곧… 이미 이적시장 만족스러워

그가 지난 1년 동안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프로무대에 대한 견해는 “클래식이든 챌린지든, 혹은 내셔널리그든 K3리그든 그 수준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제가 겪은 다른 나라들은 각 레벨마다 수준차이가 굉장히 심해요. 심지어는 같은 리그 안에서도 수준차가 절감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 어떤 리그를 가도 그 실력차가 크지 않아요. 이건 매우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죠. 그래서 한국 축구에서는 감독이 원하고, 팀 시스템에 맞는 선수를 찾으면 됩니다. 현재 저희의 이적시장에서 유명선수가 없다고 아쉬워하는 시선이 있지만 전 영입된 선수가 나간 선수보다 더 낫다고 확신합니다. 경기장에 그걸 증명하면 되죠.”

실제로 레니 감독은 “난 현재까지 우리의 이적시장 행보에 대해 10점만점에 8점을 주고 싶다. 현재 수비 진영에 빅네임 영입을 구상중인데 그것까지 가능해지면 9,10점은 충분히 줄 수 있다”며 “현재 12명이 나갔고 11명이 채워졌다. 하나하나 비교해보면 모두 더 좋은 선수로 채워졌다. 게다가 기존 선수들은 나의 축구를 이해했고, 나 역시 1년이 지나 더 선수들을 이해했다. 팀이 더 좋아진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레니가 밝힌 데얀 영입설과 주민규에 대한 기대

겨울 이적시장 동안 얘기가 됐던 데얀(FC서울로 이적) 영입설에 대해서는 “전혀 없었다”며 확실한지를 묻자 “당연하다. 그 선수는 FC서울과 잘맞는 선수일거다. 우린 전혀 관심에 두지 않았다. 주민규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에이전트들이 흘린 얘기일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레니 감독은 “2016년 주목해야할 선수는 주민규”라며 “민규는 심리적으로 더 나아졌다. 만약 주민규가 지난 시즌 PK까지 찼다면 30골을 넣었을지도 모른다. 올 시즌은 30골을 넣을지 누가 아나. 작년에도 그 누구도 주민규가 23골을 넣을지 모르지 않았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축구를 바라보며 느낀점

앞서 언급했듯 레니 감독은 한국 프로축구가 리그마다 격차가 심하지 않다는 점을 인상적인 부분으로 손꼽았다. 그 외에 한국 축구에 대해 느낀 점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한국 지도자들은 전술적으로 상당히 뛰어나다. 훈련 역시 체계적이고 좋은 훈련을 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언급했듯 내셔널리그든 K3리그든 좋은 선수가 많은 것도 놀라웠다. 기술과 패스, 조직력, 프로로서 자세 등 상당히 뛰어나다”면서도 “여러 나라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는데 한국은 충분히 세계축구 10위권안에 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한 국가”라며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세계축구 10위권 안에 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것들 변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신체적으로 매우 좋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납니다. 그리고 빠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재빠르지만 폭발력이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경기에서 중요한건 폭발력이죠. 아마 이런 것들이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훈련 방식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한 가지 속도로만 달리는 것이 아닌 스피드 훈련을 경기장은 물론 체육관 등 여러 방식으로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죠.”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코틀랜드 축구, 미국 하부리그부터 MLS(최상위 리그), 잉글랜드 축구 등 다양한 축구를 경험한 레니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한국 축구를 설명했다.

“손흥민의 예가 있죠. 손흥민 같은 선수는 일대일 상황에서 과감히 돌파하고 뒷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을 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한국선수들은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유소년 축구에서 지나치게 패스 위주의 교육이 되고 있는 거죠. 지나친 패스 위주의 훈련으로 어릴 때 익혀야할 일대일 상황에서의 과감성, 돌파력, 자신감 등을 배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에 어릴 때부터 익숙하지 않으니 일대일 돌파도 부족하고 일대일 수비에서도 성인이 돼서도 문제가 드러나죠.”

레니 감독은 마지막으로 ‘자신감’을 언급하며 “선수들이 자신감이 부족해요.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창의적인 시도는 자연스레 줄어들고 마무리 부족의 문제도 나타나죠. 물론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보니 조직력 면에서는 월등하지만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부터 발현되어야할 창의적 움직임이나 마무리에서 약점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조심스레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2016시즌, 무조건 승격한다

지난 시즌은 창단 첫해였기에 아쉬운 승격 실패에도 ‘그럴 수 있다’는 따뜻한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결과로 말해야하는 2년차 시즌이다. 레니 감독은 시즌 초반 경기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난 시즌 첫 5경기에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4무1패). 그리고 후반기 첫 6경기에서도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1승2무3패). 결국 상주와 승점 6점차이로 리그 우승을 놓쳤다는 점에서 이 부분을 보완해야한다”고 했다.

레니 감독은 “내가 가장 원하는 축구는 공격적이면서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축구다. 올해는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면서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 우리 팀은 한국에서 2번째로 많은 골을 넣은 팀(상주 77득점, 서울 이랜드 72득점)이었지만 실점이 많았다. 전지훈련동안 수비력에 많이 신경 쓰고 있다. 명확한 순위는 밝히기 어렵지만 승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 이랜드 FC 제공
과연 기업구단인 서울 이랜드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을 딛고 이제는 승격할 수 있을까. 한국 축구 유일의 외국인 감독 레니의 손에 달렸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