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김병지(46). 그 이름만으로 한국 축구에 진정한 전설이다. 만 45세 되는 나이까지 한국 축구 최고의 무대인 K리그 클래식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시즌 중 무려 700경기에 나서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최다출전 대기록을 세웠다. 혹독한 자기관리와 여전한 실력, 김병지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말을 현실에서 보여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 전설에게 이번 겨울은 유달리 혹독하고 춥다. 축구선수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인간 김병지로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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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김병지, 은퇴기로에 놓이다

일단 2015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전남 드래곤즈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컸다. 구단 수뇌부가 재계약 불가 방침을 김병지에 통보하지 않은 채 먼저 언론에 알려 레전드에 대한 `결례 논란'이 불거졌던 것. 게다가 FA 이적시장에서 자신을 찾는 팀이 선뜩 나오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많은 나이에 자존심은 지켜줘야 하는 몸값 등이 걸림돌. 수도권의 한 구단이 김병지를 원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아직 설에 지나지 않는다.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은퇴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서서히 이적시장이 정리되는 분위기에 있기에 김병지가 소속팀을 찾지 못하면 자동 은퇴가 될 수밖에 없다.

'아버지' 김병지, 진실공방에 휩싸이다

축구 그 자체로만 평가받아야하지만 김병지에게는 지금 아들 문제로 '아버지'의 책임감은 물론 '인간' 김병지에 대한 색안경도 씌어져있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10월 중순, 김병지의 아홉살짜리 아들은 학교 친구와 다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상처가 났다. 이 사건이 상대 어머니의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를 이용한 폭로글로 이어지며 김병지는 곤경에 빠졌다.

김병지는 약 세 달이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자신이 상대 어머니의 거짓에도 참아왔던 이유와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병지는 자신의 아들의 잘못이 인정했지만 쌍방과실이며 상대 어머니가 지나치게 부풀리고, 허위 사실을 통해 여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회견 후, 그동안 김병지를 향해 날아오던 비난의 화살이 확실히 줄어들고 여론이 돌아선 감도 있지만 아직까지 진실에 대한 공방이 남아있기에 반응은 마냥 따뜻하지 않다.

김병지의 아내가 상대 어머니에게 사과를 한 카톡 내용
일단 김병지 측이 제시한 수많은 증거와 녹취파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은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폭행 직후 다음날부터 곧바로 김병지 아들의 전학을 요구한 상대 어머니의 의중에 대해서도 밝혀져야 한다. 상식적인 선에서 아이들의 다툼이라면 아이들, 혹은 커져도 부모, 학교 쪽에서 마무리 지어지지지만 곧바로 전학을 요구하고 강경하게 억울함을 호소한 것은 분명 납득할 이유가 필요하다.

또한 상대 어머니 측에서 진행한 서명운동이 어느 정도의 강압이 있었는지, 서명운동에 참여한 부모들의 의중을 입증할 자료도 더 필요하다.

김병지 측은 "김병지의 아들은 친구가 달팽이를 밟아 죽이려고 하면 말리는 아이다. 생활 기록부에도 심성이 착하고, 교우관계가 좋다고 학교장과 담임교사의 서명이 함께 있다"며 정말 이번 싸움 한번 뿐이었는데 아이가 폭력성이 있고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아이로 몰리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축구선수로 일궈온 업적, 아버지로 무너지나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의혹이 풀리긴 했다. 하지만 아이들 싸움에 기자회견까지 열어야 했던 모습에 실망하거나, 혹은 어찌됐든 자녀교육이 잘못됐기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여론 등으로 김병지는 부정적 여론의 한가운데에 있다.

김병지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를 손꼽으라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전설적인 선수다. 그런 그가 초등학교 2학년의 싸움에 그동안 쌓아온 모든 명성과 영광을 날리게 생겼다.

실제로 한 축구관계자는 "아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 이상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김병지를 찾는 팀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프로구단의 숙명이기 때문.

과연 김병지는 그 누구보다 혹독하고 추운 겨울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법적 공방으로 들어간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와 자신의 소속팀 찾기는 결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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