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FC '주장' 김동우와의 인터뷰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벌써 두 달이 됐다. 한때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청춘FC'가 해체된지. 현재 많은 이들의 초점은 청춘FC의 선수 중 누가 프로에 가느냐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많은 선수들이 프로 테스트에 지원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 여기서 묻고 싶다. 결국 이 선수들은 실패한 걸까.

청춘FC의 '주장' 김동우를 한파로 춥디춥던 성남 판교에서 만났다. 인터뷰 후 곧바로 일을 가야한다는 그는 이제 조기 축구도 안 한다고 했다. 축구선수로서 완전히 그만뒀다고 한다. 현재 그는 축구와 관련된 일에서 종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전 내년에 축구와 관련된 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제가 아는 선에서는 모두 축구를 포기하기보다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운동을 해야하다보니 분명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의 선수들이 현재 프로테스트 시즌이다 보니 몸을 만들고 있고 테스트가 있을 때마다 찾아간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20대 중반의 선수들은 조금 더 고민이 깊긴 한 것 같아요."

청춘FC의 주장 김동우. KBS
지난 10월 23일 총 16부작으로 KBS2TV에서 토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던 청춘FC는 종영됐다. 2달전, 청춘FC가 끝나고 어떤 생각이었는지를 물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리웠죠. 숙소생활, 선수들, 스태프들, 축구, 모든 것이요. 며칠 뒷면 경기를 준비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가시지 않았죠. 특히 마지막 방송을 봤을 때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몸을 감쌌죠. 하지만 그걸 개워내야 했어요. 언제까지 거기에 얽매여있을 수는 없잖아요. 노력했죠. 빠져나오기 위해서."

한국기업이 구단주로 있는 벨기에 2부리그팀이나 청춘FC에 긍정적이었던 성남FC 등에서 사전에 귀띔을 한 건 없었을까. 김동우는 "선수들은 알 수 없는 구조다. 아예 없거나 들은 선수는 혼자 알고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리고 성남FC 역시 무조건 뽑겠다고 한건 아니었다. 가능성을 보여주면 뽑겠다고 했고 저희에게 기회를 줬다. 프로테스트를 받게 해줬고 거기에 청춘FC가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만약 우리가 성남의 기대를 충족했다면 뽑았을 것인데 청춘FC가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선수들이 프로테스트에 참가했지만 현재 프로에 들어갔다고 알려지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 청춘FC의 '실패'를 논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저기서 다시 가능할까'하고 도전해보지 않고 고민을 많이 했죠. 또 실패할까 겁났죠. 하지만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축구를 떠나서 도전하고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의 의미를 알게 됐어요. 축구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인간으로서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꼭 말씀드리고 싶은건 저희가 팀을 찾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라는 것 이예요. 그게 왜 성공이죠? 전 팀을 못 찾고 축구선수로 그만뒀지만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어요. 몇 백대 일을 뚫고 청춘FC에 들어갔고, 벨기에에서 땀 흘리고, 프로팀과 맞붙어 이기기도, 깨지기도 했죠. 그리고 저를 많이 알아보시죠. 그리고 제 몸 상태가 바뀌고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이건 성공이 아닌가요? 도전이고 뭐고 저흰 그저 축구가 좋아서, 좋아하는걸 다시해보고 싶어서 청춘FC를 했어요. 그것만으로 행복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동우는 애시 당초 청춘FC를 통해 선수생활을 다시 해볼 생각이 없었다. 그의 나이는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서른. 그 역시 한계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웠다. 한수원에서 뛰며 제대로 마침표를 찍고 끝내지 못한 자신의 프로생활이 아쉬웠던 것.

내셔널리그에서 뛰던 김동우의 모습. 한국 내셔널리그 연맹 제공

"제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축구에 대한 미련이 없습니다. 전 청춘FC를 통해 선수로서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어보고 싶었어요. 정말 힘들고 죽을 것 같아도 '이게 내 마지막 훈련일 수도 있다', '이게 내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에게 부끄럽지 않게 청춘FC에서의 4개월을 보냈어요. 저도 나름 축구선수로 10년넘게 살아왔는데 흐지부지 찍었던 마침표를 제대로 찍고 싶었고 그 마침표가 제대로 찍혀 후회나 미련은 없어요."

물론 김동우는 "이건 나에게 한정된 일"이라며 "다른 친구들은 미련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 없다면 이상할 것이다. 이 부분은 제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청춘FC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일거예요. 청춘FC를 통해 축구가 아닌 다른 것을 할 때도 머뭇거리지 않게된 단단한 마음이 생긴거요. 실패할까 하는 생각보다는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생겼어요"라고 했다.

생각지 못한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사실 선수들도 청춘FC 방송을 챙겨보면서 다른 선수들의 사연을 알고, 각자의 팬이 됐다는 것.

"사실 저희가 처음 만나 개인 소개를 하긴 했지만 그건 극히 작은 부분이죠. 그렇다고 하나하나 물어보기에는 서로 상처가 있으니 꺼려한 부분이 있었죠. 저희들 역시 방송을 보고 '아 저 선수가 저런 사연이 있구나'하고 알았고 김바른이 왜 휴가 후에 복귀했는데 훈련에서 힘들어하는지 알게 된 거죠. 바른이는 알고 보니 아버지 어업 일을 도왔던 거예요. 그러면서 각자의 스토리를 깨닫고 더 애틋해지고 서로의 팬이 된거죠. 그게 저희 생활이 방송으로 나간 선수들만의 장점이죠."

안정환과 이을용 감독에 대해서는 "방송 1시간만 봐도 좋은 감독인지 느껴지지 않던가. 실제로는 1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매우 훌륭한 감독이었다"며 "뭐든지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고 숙소생활, 입고, 먹고 자는거 모두가 '프로라면 이렇게'의 정석을 알려주셨어요. 저희는 그저 이렇게 선수로서 끝을 보신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된다는 믿음이 생겼죠. 제가 언제 살아 생전 안정환, 이을용 감독님의 코칭을 사사 받겠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빛났다.

KBS제공
김동우에게 2015년이 어떤 해였는지를 묻자 "20대의 마지막에서 큰 선물을 받은 한해다. 그동안 힘들게 운동을 해왔는데 '고생 많았다고' 선물을 주신거 같다. 축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고, 정말 좋은 동생들과 스태프등 인간을 얻었다. 이 2015년은 앞으로 제 축구인생의 터닝포인트이자 앞으로를 살아갈 원동력이 될 한해"라고 답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동우는 "정말 행복하다. 지금 와서는 주위에 너무 감사한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저희는 평범한 사람이다. 누구네 집 아들이고, 누군가의 형, 동생, 오빠일 뿐이다. 그런 저희에게 사랑을 보내준 서포터즈와 팬들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바로 자신은 그만뒀지만 아직 축구를 계속하는 청춘FC 동생들에게였다.

"아직 축구를 놓기에는 어린친구들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직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다고 초조해하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너희가 어디선가 열심히 하고 도전하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거라고 믿는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도움을 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일거다. 아직까지는 축구를 포기하기 이르니까 힘들어도 끝까지 더 참고 해줬으면 한다. 좋은 소식이 반드시 찾아올 거니까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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