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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조세 무리뉴 감독의 경질 이유는 명확했다. 첼시의 에메날로 기술이사는 첼시 공식 매체인 첼시TV에 출연해 "분명히 감독과 선수 사이에 확연히 드러나는 불화가 있어 보였다. 우리는 행동을 취할 때라 판단했다"고 말한 것으로 더 이상의 억측 혹은 추측이 없게 했다. 대놓고 말한 것이다. '선수들과 감독의 문제가 손 쓸 수 없이 커졌다"고.

국내에서는 선수가 감독을 이기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감독의 말은 절대적이다. 감독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그 어떤 대단한 선수라도 경기장에 더 이상 들어설 수 없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머릿속을 지나가는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외는 다르다. 심심찮게 선수들이 담합해 감독에 항명하는 일이 다반사다. 오죽하면 박지성과 이영표는 네덜란드 진출 초기, "전반전 후 하프타임 때 감독에 대드는 선수가 많아 놀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놀라운 것은 무리뉴가 그 누구보다 강한 카리스마를 지녀 선수단을 장악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무리뉴하면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고 자신의 철학에 맞는 축구를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지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초창기 첼시 시절 4-3-3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에당 아자르, 라다멜 팔카오 등 핵심선수들이 합심해 태업을 했다. 태업의 증거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의 경기력 차이다.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경기들에서는 4승1무1패로 조1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리그에서는 16위까지 떨어졌다. 선수단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의 다른 경기력으로 무리뉴에게 항명했다.

선수단과 무리뉴가 어디서 어긋났는지는 추측만 난무하다. 정말 알려진 대로 에바 팀닥터 해임에서 선수단과 의견이 달랐는지, 혹은 지나치게 강압적인 무리뉴의 스타일에 선수들이 합심한 것인지, 혹은 훈련장에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건 선수단과 무리뉴 감독이 흐트러진 시점이 올 시즌 중 있다는 점이다.

선수들도 항명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무리뉴도 변명하고 싶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 늘 성공만 해오던 '스페셜 원' 무리뉴의 신화는 무참히 깨졌다는 것이다. 또한 무리뉴마저도 쫓아낼 수 있는 선수들의 담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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