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그럴 만했다. 흔치 않게 고국에서 뛸 기회를 잡은 석현준(24·비토리아데 세투발)은 자메이카전에 벤치만 달궜다. 하지만 이내 밝은 표정을 지었다. 대표팀에 합류하는 동안 불거진 EPL이적설과 포르투갈 리그에서의 목표, 대표팀 원톱경쟁에 대한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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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황의조 골? 나 역시 대표팀에 적응 중

석현준과 함께 원톱 경쟁 중인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황의조(성남)는 13일 자메이카전에서 나란히 골을 터뜨렸다. 반면 석현준은 쿠웨이트전 선발로 출전한 이후 자메이카전은 벤치만 지켰다. 경쟁자들의 활약상을 본 소감에 대해 “잘하는 선수들이니 골을 넣을 줄 알았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황의조도 경기 후 “현준이 형의 움직임을 보며 많이 배웠다”며 석현준의 활약이 자신에게 자극제가 됐다고 실토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 석현준은 자신의 결장에 대해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지난 쿠웨이트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현재 대표팀의 원톱 경쟁은 ‘붙박이’ 이정협(부산)에 석현준, 황의조, 지동원 등이 경쟁 중이다. 석현준이 아무래도 소속팀에서 가장 활약이 앞서고 9월 A매치 이후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왔기에 경쟁에서 앞서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자메이카전을 계기로 다시 원톱 경쟁은 불이 붙었다.

“제 모습을 이번 A매치 기간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소속팀에 처음 갔을 때 힘들었지만 결국 적응한 것처럼 대표팀에도 서서히 적응 중이다. 소속팀에서 하듯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 역시 대표팀 원톱 경쟁에서 절대지지 않을 것임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했다.

▶올림픽 대표팀 와일드카드? 욕심은 나지만 제가 잘해야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현재 황희찬, 박인혁과 같은 어린 공격수 자원이 있다. 하지만 무게감을 생각하면 와일드카드를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 그렇다면 단연 석현준이 그 적임자로 손꼽히고 있다. 소속팀 활약, 대표팀 경험, 23세 이하 선수들과 비슷한 나이대, 모든 점에서 석현준은 분명 좋은 와일드카드 후보군이다.

석현준은 “올림픽대표팀에 갈 수 있다면 좋겠다. 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은 차출 의무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구단에서도 제가 간다면 긍정적일 것이다”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하지만 석현준은 “내년 7월까지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다. 제가 잘해야만 뽑아주는 것이 아닌가. 일단 소속팀에서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며 소속팀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EPL진출설? 간다면 벤피카서 UCL뛰고파

최근 대표팀 소집 기간 내에 석현준은 포르투갈 언론으로부터 나온 내년 1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이적설에 휩싸였다. 석현준은 “보도는 봤지만 잘 모르는 일”이라며 “아마 구단 측에서 나온 얘기 같은데 가서 물어봐야겠다”며 웃었다.

EPL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아직 EPL까지는 생각 안한다. 그 정도 실력도 안 된다”며 멋쩍게 웃은 뒤 “가서 주전으로 뛴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 팀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적을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포르투갈의 명문팀으로 이적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포르투갈에서 선호하는 팀이 있는지를 묻자 “당연히 벤피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유를 묻자 “벤피카는 역사적으로도 포르투갈 내에서 최고의 명문이다. 포르투는 최근 15년간 뛰어났지만 벤피카는 예전부터 최고였다. 벤피카에서 꿈의 무대(UEFA 챔피언스리그)를 꼭 뛰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벤피카는 챔피언스리그 C조에서 2전 전승으로 조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석현준의 생각은 확고했다. 섣불리 해외진출을 노리는 것보다 포르투갈 내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것. “포르투갈 내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좋은 모습을 보여 일단 포르투갈 내 상위팀으로 가서 그곳에서 저를 시험해보고 싶다. 그곳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다면 다른 리그를 가도 안 될 것이다. 만약 포르투갈 내에서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면 그때 다른 해외리그를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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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욕심? 현실적 목표는 10골 이상

현재 석현준은 포르투갈 리그에서 득점랭킹 2위(5골)에 올라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에 따르면 포르투갈 리그는 유럽 전체 5위에 해당하는 최상위리그(1위부터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순)다. 석현준은 그런 리그에서 득점 2위는 물론 도움 4개를 합쳐 9개의 공격포인트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득점왕도 가능하겠다는 얘기에 손사래를 치며 “아직 많이 부족하다. 득점 1위인 조나스(벤피카)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시즌 초반이라 이제부터 선수들이 골을 많이 넣기 시작했다”며 “물론 최선을 다하겠고 득점왕까지 따낸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지난 시즌의 기록(10골)을 넘는 것”이라며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기도 했다.

만약 석현준이 11월에 열리는 A매치에 소집되지 않는다면 겨울 휴식기 없이 진행되는 포르투갈리그의 특성상 올해 마지막 한국 방문이 된다.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 석현준은 11월 A매치에서 명예회복을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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