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또 한 번의 완승이다.

슈틸리케호가 자메이카를 꺾고 순항을 이어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초청 친선경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지동원의 선제골과 기성용 황의조의 연속골이 기분 좋은 승리를 장식했다.

어느덧 11경기 연속 무패다. 지난 1월 호주와의 2015 아시안컵 결승전 패배 이후 8승3무의 호성적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에게 내준 실점은 단 2골뿐. 반대로 25차례나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으니, '고공비행’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 사진=대한축구협회
경기 전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경기였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손흥민과 이청용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김승규 김영권도 각각 소속팀으로 복귀한 상황이었기 때문. 100%의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예선에 나서지 않았던 선수들의 중용까지 예고했다. 표면적인 팀 전력의 무게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더구나 슈틸리케 감독이 꺼내든 라인업에는 ‘실험’에 무게가 쏠려 있었다. 골문을 지킨 정성룡은 약 1년 만에 선발로 나섰고, 지동원 역시 7개월 만에 선발로 출격했다. 김창수 한국영은 4개월 만에, 황의조는 아예 생애 처음 선발로 나섰다. 기성용의 전진배치라는 전술적인 실험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이겼다. 그것도 참 시원하게 이겼다. 슈틸리케 감독의 시험대에 올랐던 선수들, 바꿔 말하면 슈틸리케 감독이 믿음을 보내준 선수들이 모두 응답한 결과였다.

지동원 /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동원은 2011년 이후 4년 만에 골을 터뜨렸다. 기성용의 2번째 골이었던 페널티킥도 직접 얻어냈다. 그간의 부진을 털어낸 활약이었다. 최전방에 나선 황의조 역시 A매치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데뷔골을 쏘아 올렸다. 그 외의 선수들도 모두 팀의 완승에 힘을 보탰다.

슈팅수는 무려 22-9였다. 0의 균형이 35분 이어졌던 전반전(8개)보다 리드를 잡고 있던 후반전(14개)에 더 많은 슈팅이 쏟아졌다. 최정예 멤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의 경기력은 나무랄 데 었었다. 선수 구성과 상관없이 슈틸리케호는 강했다. 경기 전 팀 전력의 무게감과 관련한 우려는 기우였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11명의 선수가 아니라 팀 전체에게 경의를 보낸다”면서 “누가 경기를 뛰든 다들 제 몫을 해줬다”고 웃어 보였다. ‘캡틴’ 기성용 역시도 “모두가 각자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팀을 위한 선수들의 의지와 자세가 잘 되어 있다”면서 “누가 뛰든 대표팀은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실제로 이러한 성과는 비단 자메이카전만이 아니다. 국내파와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구성됐던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호는 정상에 올랐다. 1월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의 성과를 올린 뒤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처음 부름을 받은 선수는 무려 23명이나 된다. 이 과정 속에서도 슈틸리케호는 11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중이다. "누가 뛰든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한 마디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덕분에 어느샌가 슈틸리케호는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플랜A 또는 B라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대표팀의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또 단단해졌다는 의미다. 한국 축구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행보가 더욱 의미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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