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사실 전형적인 스토리이며 신파극과 같다.

한때 유망했지만 부상 혹은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축구를 포기했던 이들(청춘FC 선수단)이 헐렁해 보이지만 절대 고수인 스승(안정환, 이을용, 이운재)을 만나 다시 도전한다. 다시 시작한 축구를 통해 삶의 희망을 찾고 강한 상대를 이겨나가는 감동의 스토리.

신파스러운 스포츠 영화나 드라마의 시놉시스같은 스토리를 가진 청춘FC는 실제로 대히트 중이다. 시청률은 다큐성격이 더 강함에도 5%에 육박하고(3일방송 4.5%), 작은 경기장이지만 매경기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심지어 성남전은 8,000여명의 관중이 찾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웬만한 K리그 경기보다 더 많은 관중이 몰린 것.

자연스레 팬들도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청춘FC를 응원하는 팬카페 중 회원수가 1,800여명에 달하는 카페에서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친선전에서 처음으로 조직적인 응원을 개시했다.

FC서울전에서 응원을 주도한 청춘FC 팬카페 부매니저 박은석씨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치는 것은 물론 ‘이겨내라 청춘, 일어나라 청춘’이라는 응원가도 함께 불렀다. 물론 K리그 내에서도 서포터즈가 크기로 유명한 FC서울의 ‘수호신’을 상대하기는 버거웠지만 첫 응원을 개시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청춘FC 팬카페 부매니저인 박은석(43·경기도 용인 거주)씨는 응원단 앞에서 주도적으로 응원을 해나갔다. 그 역시 전문적인 응원을 처음 해보기에 다소 어설퍼보였지만 청춘FC 선수들을 향한 사랑만큼은 누구보다 앞섰다.

“처음 청춘FC가 시작됐을 때 이런 취지의 팀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팬 카페가 구성됐습니다. 선수들도 저희 카페에 가입되어있어요. 점점 관심이 커지다보니 응원을 조직적으로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렇게 선수들을 기죽지 않게 하기 위해 응원하게 됐습니다.”

서울 이랜드FC전, 성남FC전도 있었지만 FC서울과의 경기가 첫 조직적인 응원이라고 밝힌 박 부매니저는 “저희도 입장 티켓을 받는데 혜택이 없어요. 저희 카페 총 매니저님은 티켓을 못 받아서 경기장 밖에서 스크린을 보며 응원 중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왜 청춘FC를 좋아하게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선수들이 좌절을 겪었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보여 좋았어요”라며 “선수들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응원에 굶주려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응원해주는 것에 고마워하더라고요. 저희 응원으로 선수들이 힘을 받으면 좋겠네요. 응원 후 정리도 깔끔하게 해서 성숙한 응원 문화를 보여주려고 합니다”라며 웃었다.

청춘FC의 팬들이 조직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는 모습
최근 청춘FC는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선발팀과의 친선전이 잡히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현재 한참 리그가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챌린지와 경기를 굳이 해서 부상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 또한 한 프로그램을 위해 리그자체가 희생되는 모양새도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박 부매니저는 “그러한 비난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의 바람은 비난이 연맹이나 제작진에게 갈수는 있어도 선수들에게 가는 것만큼은 막고 싶습니다. 선수들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선수들에게 비난하는 것은 자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평일 낮 경기임에도 1,000여명이 수용가능한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은 관중으로 꽉 들어차 경기장 밖에서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보는 팬들이 더 많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심지어 오전 6시에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한 열혈 팬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직장인들은 반차를 쓰고 경기장을 찾는 열성을 보여줬다.

박 부매니저는 이러한 팬들을 보며 “실제로 여기 팬들 중에서는 축구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비난 여론 중에 ‘축구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연예인 좋아하듯 선수들을 좋아하는게 아니냐’는 말도 있죠. 하지만 시작이 연예인처럼 좋아하듯 축구를 좋아해서 좋아하듯 결국 축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한국 축구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거라고 봅니다. 조금만 기존에 축구를 잘 아시는 분들이 너그럽게 새로운 팬들을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청춘FC를 통해 축구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기존 팬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기원했다.

신파여도 좋고 흔히 있을법한 스토리라도 좋다. 어떤 식으로든 이처럼 축구를 매개로 인생의 낙을 찾고 기뻐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면 축구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춘FC지만 그 본질인 ‘축구를 통한 희망 엿보기’만큼은 훼손되지 않는다면 분명 긍정적인 신파 스토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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