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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화성=김명석 기자] 슈틸리케호가 러시아를 향한 쾌속순항을 이어갔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2차전에서 라오스에 8-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23·토트넘)이 해트트릭을, 권창훈(21·수원삼성)이 멀티골을 각각 기록했고,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 석현준(24·비토리아FC) 이재성(23·전북현대)도 1골씩 보탰다.

풍성한 기록이 쏟아졌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은 지난 2011년 박주영(30·FC서울) 이후 4년 만에 A매치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또 한국은 2006년 9월 대만전 이후 9년 만에 8골차 대승도 거두게 됐다. 최근 A매치 무패행진은 8경기(5승3무)로 늘렸다.

라오스가 아닌 ‘부담감’과 맞서야 했던 슈틸리케호

9월 FIFA랭킹 57위(한국)와 174위(라오스)가 말해주듯 두 팀의 전력차가 워낙 뚜렷한 경기였다. 승패보다는 몇 골 차로 이기느냐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다만 선수들에게는 이 자체만으로도 부담이었다. 지난달 31일 대표팀 소집 당시 손흥민 역시 “라오스전은 부담감을 떨치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에 겪었던 아픔도 되새겨야 했다. 지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당시 한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북한(126위)과 0-0으로 비겼다. 20개가 넘는 슈팅을 기록했지만 끝내 1골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한국 축구의 고질병이었던 골 결정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슈틸리케호를 향해 잇따랐다. 라오스전은 그래서 더욱 더 선수들에게 까다로운 일전이었다.

절치부심한 슈틸리케, 꺼내든 2가지 해법

라오스전은 또 다른 ‘시험대’가 됐다. 경기 전부터 적장은 “수비적인 전술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슈틸리케호에게 이번 라오스전은 지난 북한전처럼 약팀을 상대로 또 다시 고전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몇 골 차로 이길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 이면에는 '늘 그랬듯' 많은 골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유럽파의 중용과 전술적인 변화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포르투갈리그에서 활약중인 석현준(24·비토리아FC)을 5년 만에 A매치 경기에 출전시켰고, 손흥민(23·토트넘)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도 양 측면 공격수로 전진 배치했다. 상대가 명확히 한 수 아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전의 재현은 없을 것’임을 공언하는 듯한 선발 라인업이었다.

전술에도 변화가 이루어졌다. 4-2-3-1을 주로 사용해온 한국은 이날 4-1-4-1 전술을 꺼내들었다. 정우영(26·빗셀고베)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권창훈(21·수원삼성)을 전진 배치했다. 전력상 중원싸움보다 전방에 힘을 더 싣겠다는 의도였다.

두 가지 카드는 제대로 통했다. 석현준과 손흥민 이청용 등 유럽파는 상대 수비를 연신 흔들며 기회를 만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이 3명의 유럽파들은 5골을 합작해냈다.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무뎠던 한국의 창끝 역시 이날만큼은 더없이 날카로웠다.

전술 변화 역시 통했다. 기성용이 전방에 배치되면서 양질의 패스가 전방과 측면에 더욱 원활하게 공급됐다. 권창훈의 저돌적인 돌파와 석현준의 폭넓은 움직임에 상대 수비라인에 균열이 생겼다. 후방에 포진한 정우영의 허를 찌르는 패스나 슈팅도, 양 측면 공격수들의 침투도 모두 전과는 달랐다.

궁극적인 성과는 ‘자신감 회복’, 한결 가벼워질 발걸음

‘예상대로’ 라오스를 몰아붙인 한국은 8-0으로 기록적인 대승을 거뒀다. A매치에서 참 오랜만에 거둔 시원한 승리다. 물론 상대가 라오스였음을 감안해야겠지만, 어쨌든 예선 초반 큰 탈 없이 거둔 승리는 박수가 아깝지 않은 성과임에 분명하다.

다만 승점 3점이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이상의 성과를 얻어낸 경기였다. 지난 동아시안컵을 통해 잠시나마 주춤했던 기세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던 무대가 된 까닭이다. 특히 잔뜩 웅크린 팀을 상대로 확실한 ‘해법’을 찾아냈다는 점, 덩달아 자신감까지 완전히 회복했다는 점은 이번 라오스전이 슈틸리케호에 가져다준 값진 성과였다.

이 성과가 비단 라오스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당장 8일 상대해야 할 레바논은 물론 쿠웨이트, 미얀마 등 향후 상대해야 하는 팀들 대부분 웅크릴 가능성이 높다. 예전같으면 상대의 수비를 어떻게 뚫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우려가 뒤따랐을 상대들이다.

그러나 이날 대승으로 전술적인 해법과 자신감을 찾게 된 슈틸리케호는 부담감을 완전히 털어내게 됐다. 오히려 자신감을 토대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를 향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레바논전 역시 이번 라오스전과 마찬가지로 준비할 것”이라며 자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예선 2전 전승(승점6)을 기록, 2위 레바논(1승1패·승점3)에 승점에서 앞선 G조 선두 자리를 지켜낸 한국은 8일 레바논 원정 경기를 통해 예선 3연승에 도전한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3차전

- 대한민국(57위) vs 레바논(133위)
- 8일 오후 11시, 레바논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
- 중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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