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에닝요와 에두가 동시에 빠져나갈 때만해도 '전북도 별 수 없다'싶었다. 하지만 이적시장이 마감되기 전에 전북은 빠져나간 두 포지션을 모두 메꾸는 것은 물론, 덤으로 전천후 공격수 이근호까지 영입했다. 위태로웠던 상황을 기회로 바꾼 전북이 괜히 K리그 대표 클럽이 아님을 이적시장을 통해 새삼 알 수 있었다.

전북은 26일 수원과의 리그 경기 도중 그야말로 깜짝 영입을 발표했다. 이적설만 떠돌았던 주인공 이근호가 등번호 33번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전북 초록 유니폼을 입고 하프타임동안 팬들에게 인사한 것.

전북에 6개월간 임대 이적한 이근호. 프로축구연맹 제공

공식 영입 발표를 하프타임 깜짝 입단식을 통해 하는 이색적인 행보를 보인 전북은 이로서 가뜩이나 이날 경기를 통해 2위 수원과 승점 10차이로 벌렸는데 선수 영입까지 해내는, 다른 팀들이 보기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잘 나가는 행보를 펼쳤다.

사실 이 같은 행보는 한 달 사이 벌어진 반전의 결과다. 7월초 만해도 에닝요가 계약해지를 하고, K리그 득점 1위였던 에두가 중국 2부리그로 '조건'을 따라갈 때만 해도 최근 불고 있는 '중국·중동으로의 엑소더스(대탈출)'에 전북도 별수 없이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북은 멍하니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08년 7월부터 2012년 여름까지 4년 동안 전북에서 뛰며 K리그 우승을 두 차례 이끌었던 공격형 미드필더 루이스를 컴백시킨 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사실 루이스에 대한 걱정은 있었다. 과연 만 34세의 그가 예전만큼의 기량을 보여줄지 의문이긴 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전북의 유일한 대항마인 수원전에서 딱 37분을 뛰고 1골 1도움으로 팀 역전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 한 경기를 통해 그의 기량은 여전함이 충분히 증명됐다.

루이스 다음은 스페인 출신의 공격수 베라의 영입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등이 활약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뛰고 지난 시즌만 해도 스페인 세군다리가(2부리그)에서 38경기 17골을 넣은 베라를 영입하며 기존에 보지 못했던 '스페인 2부리거 주전 영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루이스(왼쪽)와 베라. 전북현대 제공

화룡정점은 이근호였다. 제대 후 곧바로 카타르 엘 자이시로 향했던 이근호는 약 1년동안 카타르에서 활약해왔다가 최강희 감독의 설득에 다시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비록 최근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을 정도로 폼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K리그에서 오랫동안 뛰었고 이름값만으로도 놀라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이적이었다. 일단 6개월 임대이적이지만 활약도에 따라 얼마든지 이근호는 완전이적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에두는 베라로, 에닝요는 루이스로 메운 것도 모자라 공격 전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이근호까지 영입했다. 이미 2위와 승점 10차이로 리그 우승이 유력한 상황에서 결국 전북의 눈은 AFC 챔피언스리그로 가있다. 이처럼 전북의 야망은 끝이 없다.

기분 좋은 야망이고 욕심이다. 현재 K리그 클럽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선수는 팔되 영입은 최소화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이 '셀링클럽'화 됐고 이는 FC서울, 수원 삼성같은 빅클럽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만큼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감행하며 리그 우승은 물론 챔피언스리그까지 노리고 있음을 이적시장을 통해 보여줬다. 모두가 NO라고 외칠 때 YES라고 외치는 전북의 과감한 행보는 할 수 없어서 안 하는 것인지, 아님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인지 모를 K리그 팀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그 누가 전북의 독주를 비난할 수 있는가. 둘을 보내면 셋을 영입하는 이런 행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전북이며 그렇기에 전북이 K리그 대표클럽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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