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글=이재호 기자 사진=이규연 기자]
'[단독 인터뷰上] 한국이 외면한 김진수, 자랑으로 돌아오다'에서 계속
[단독 인터뷰上] 한국이 외면한 김진수, 자랑으로 돌아오다

국가대표 김진수, 역대급 왼쪽풀백 경쟁에 놓이다

현재 대표팀 왼쪽 풀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진수와 함께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박주호(마인츠 05), 그리고 지난 시즌 EPL에서 주전을 차지했던 윤석영(QPR)이다. 자리는 하나인데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만 세 명. 그 외에도 홍철(수원), 이주용(전북)과 같은 선수들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왼쪽 풀백은 이영표의 은퇴 이후 잠시의 공백기를 깨고 역대급 상향 평준화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농담이지만 마음 같아서는 오른발로 바꿔서 오른쪽 풀백으로 가고 싶을 정도라니까요(웃음). 정말 버거워요. 요즘 (박)주호형이 중앙 미드필더로 가서 기분 좋긴 해요(웃음). 사실 전 늘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승리자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전 브라질월드컵 때 진 셈이죠. 주호형과 (윤)석영이형이 갔으니까요."

"사실 이런 경쟁은 서로에게 좋아요. 선의의 경쟁인 셈이죠. 언제 석영이형이 이번에 제가 아시안컵에서 뛰는 걸 보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자극받았더라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그래요. 서로에게 자극제인 셈이죠."

김진수는 윤석영에 대해 "형이 영국에서 주전으로 못 뛰던 힘든 시절이 있었잖아요. 아마 저라면 곧바로 다른 팀을 알아봤을 거예요. 근데 형은 힘들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끝까지 도전했고 결국 EPL 주전자리를 따냈잖아요. 그런 모습이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저라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박주호에 대해서는 "석영이형 경기도 그렇지만 주호형 경기도 거의 다 챙겨 봐요. 많이 신경 쓰이죠. 솔직히. 주호형은 워낙 노련한데 전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해요. 주호형이랑은 같이 독일에 있다 보니 통화를 통해 힘든 얘기를 많이 털어놔요. 직접 만나러 가기도 하고요. 둘이서 '우리가 잘해야 다른 선수들도 독일에 올 수 있다'며 의기투합하기도 해요"라며 웃었다.


[왼쪽부터 윤석영, 김진수, 박주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아쉬운 월드컵, 미안한 아시안컵

2014 브라질 월드컵 직전까지 계속해서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김진수는 자신의 꿈이었던 월드컵 무대를 밟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합류 직전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며 브라질을 밟지 못했다.

"정확히 날짜를 기억해요. 2014년 5월 8일. 그날은 어버이날이었는데 월드컵 최종명단에 제가 포함돼서 가족들과 너무 기분이 좋아서 저녁에 맥주한잔을 했어요.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죠. 근데 명단이 발표되는 그 주에 마지막 리그경기를 가졌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깨지며 불안했지만 반대로 이상하리만큼 몸상태가 좋았어요. 경기 종료를 앞두고 투입된 상대의 어린 공격수가 의욕이 과한 나머지 저에게 태클이 들어왔고 그때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처음엔 구단 주치의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해서 월드컵을 갈 줄 알았죠. 근데 대표팀에 가서 뛰어보니 너무 아픈 거예요. 그래도 훈련은 다 참고 마지막으로 공을 찼는데 이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고통이더라고요. 결국 한국에서 검사를 받으니 3달 짜리 부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월드컵은 끝이었죠.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김진수 인생에 또 아쉬운 순간은 지난 1월 열린 아시안컵 결승전이다. 당시 1-1로 비기고 돌입했던 연장 전반 15분, 김진수는 상대 공격수 토미 유리치를 코너라인 부근에서 막아내려다 공을 빼앗겼고 이 실수는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며 한국의 무실점-전승-55년 만의 아시안컵우승의 꿈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제 잘못이예요. 제가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고 걷어 냈어야했는데 판단을 잘못했어요. 물론 주위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아 공을 빼앗긴 부분은 아쉽죠. 제 약점이 드러난거예요. 솔직히 공도 안보이고 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막으려다 제가 뺏긴 거예요. 그 경기가 (차)두리형의 마지막 대회여서 저 때문에 진 것 같아 미안했어요. 다시 생각해도 아시안컵은 가슴 아프고 아쉽지만 이를 통해 전 더 나아지고 성장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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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가 프로에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더 나은 계약을 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한일은 부모님께 집을 해드리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작고 초라했던 집이 부끄러웠던 아이는 자신의 손으로 남들만큼의 집을 부모님께 해드린 것.

"국가대표 발탁, 독일 무대 데뷔, 아시안컵 준우승 같은 것보다 더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 바로 첫 월급을 부모님께 드리던 날이예요. 당시 현금을 뽑아서 드렸는데 그때의 뿌듯함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후 집을 해드리고 아버지가 택시를 하시는데 개인택시도 마련해드렸죠. 어머니는 20살 때부터 절 낳고 키우시며 일까지 하셔서 '이제 일 그만하시고 쉬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게 됐죠."

'돈'이 필요해서, 축구를 시작하고 프로를 갔던 그 아이는 이제 1차 목표를 이뤘다. 그럼에도 김진수는 축구를 계속 하고 싶단다. 뚜렷한 동기부여가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집 사정을 낫게 하는게 꿈이었는데 이제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게 있어요. 바로 '월드컵'이에요. 단 한번만이라도 월드컵에서 뛰고 싶어요. 물론 그게 성취가 되면 제가 원하는 팀, 원하는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기도 해요. 말씀은 못 드리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팀이 있거든요. 그 팀에서 뛰고 싶네요. 그리고 마지막은 반드시 K리그에서 뛰고 싶어요. 전 용인에서 대부분의 인생을 보냈어요. 그래서 제가 돌아올 때쯤, 용인에 팀이 생긴다면 그 팀을 꼭 들어간 후 축구 인생을 끝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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