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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동국이 몇 분의 출전시간을 부여받았나."- 3월 17일 A대표팀 명단 발표에서 이동국을 뽑지 않는 이유를 묻자 슈틸리케의 반문

"박주영이 골을 넣었지만 30분밖에 뛰지 않았다. 30분만 뛰고 대표선수로 발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월 16일 박주영의 올 시즌 첫 필드골 이후 슈틸리케의 반응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출전시간'을 항상 강조하며 많이 뛰지 못한 선수는 대표팀 문턱을 넘기 힘들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1일 발표된 A대표팀 명단에는 올해 리그에서 총 3경기 91분을 뛴 이청용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슈틸리케 감독은 1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론 축구회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미얀마전'과 UAE와의 A매치를 대비한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에는 이동국 박주영 등 일명 '올드보이'들이 제외됐고, 이주용 최보경(이상 전북), 염기훈(수원) 강수일(제주) 이용재(나카사키) 등이 새롭게 소집됐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진 않았지만 이청용의 이름 역시 상당히 의외였다. 물론 이청용이라는 이름이 대표팀에 승선하는 자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팀 주장을 역임한데다 27세의 나이에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A매치 출전(65경기) 경험과 2번째로 많은 득점(6골, 1위 손흥민 10골) 기록을 가진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청용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아시안컵 도중 당한 부상으로 인해 새로운 팀으로 이적했음에도 첫 출전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1월 이적시장 마감 직전 크리스탈 팰리스로 팀을 옮겼지만 4월 말이 돼서야 첫 경기를 뛰었다.

5월 중순이면 시즌이 끝나는 EPL의 리그 일정상 자연스레 이청용은 많은 출전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그나마 복귀전을 가졌지만 올해 고작 리그 3경기에 출전한 것에 그쳤다. 말이 세경기일뿐 실제 출전시간은 훨씬 짧았다. 4월 26일 헐시티전 26분, 5월 9일 맨체스터 유니이티드전 9분, 5월 16일 리버풀전 59분 출전으로 세 경기 도합 91분을 뛴 것에 그쳤다. 사실상 풀타임으로 딱 한경기를 뛴 것과 다름없는 출전시간이다.

이는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 '출전시간'이 충족해야 대표팀에 선발할 수 있다는 조건에 위배되는 사항이다. 물론 이미 이청용의 기량에 대한 믿음과 검증이 끝났다고 반론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이동국이나 박주영 역시 기량과 검증에 대해서는 큰 얘기가 필요 없는 선수이다.

물론 이번 대표팀에는 기초군사훈련으로 인해 네 명의 선수 이탈(구자철, 김보경, 지동원, 박주호)과 함께 많은 부상자, 한교원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이탈 등으로 윙자원이 부족했다. 이에 이청용이라는 존재는 필요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청용을 선발함으로써 그동안 지켜왔던 '출전시간'이라는 원칙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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