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이근호-기성용-곽태휘.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슈틸리케호의 최대 고민은 확실한 스트라이커의 부재였다. 이동국(36·전북현대)과 김신욱(27·울산현대)의 연이은 이탈로 최전방의 무게감이 줄었다. 손흥민(23·레버쿠젠)의 원톱 기용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기우였다. 한 명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골을 노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앞선 4경기에서 4명이 차례대로 골맛을 봤다. 다양해진 득점원은 슈틸리케호만의 '무기'가 됐다.

스타트는 조영철(26·카타르SC)이 끊었다.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귀중한 결승골을 넣었다. 이어 남태희(24·레퀴야SC)와 이정협(24·상주상무)이 각각 쿠웨이트와 호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손흥민마저 터졌다. 팽팽했던 0의 균형을 깨트렸던 그들의 한 방은 한국을 4강 무대로 이끌었다.

물론 이들이 끝은 아니다. 앞선 4명 외에도 한국에는 여전히 '한 방'을 터뜨려줄 선수들이 남아 있다. 26일 오후 6시(한국시각) 이라크와의 2015 AFC 아시안컵 4강전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근호(30·엘자이시)다. 아직 공격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득점이 없다. 현 대표팀 A매치 최다골 선수이자 공격진의 맏형으로서 '한 방'을 터뜨려줄 때도 됐다.

컨디션은 점점 올라오고 있다.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시작으로 최근 3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최전방과 좌측, 우측 측면 공격수로 모두 선발로 나서 상대 수비를 교란시켰다.

호주전에서는 결정적인 패스로 이정협의 골을 도왔다. 이어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도 옆그물을 맞히는 강력한 슈팅을 선보였다.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중원의 핵심인 '캡틴' 기성용(26·스완지시티) 역시 이라크전 한 방을 기대해볼 후보군이다. 물론 중앙 미드필더인 포지션의 특성상 많은 슈팅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 다만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이나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한 방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전처럼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길 경우 그 기회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소속팀에서 지난 시즌 3골, 올 시즌 3골 등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는 점 역시 그가 가진 '한 방'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요소다.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34·알힐랄)의 헤딩 한 방도 기대해볼 만하다. 곽태휘는 특유의 높은 점프력과 위치선정으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과시해왔다. A매치 5골의 기록 역시 현 대표팀내 5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더구나 상대팀 이라크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약점을 노출한 상태다. 지난 이란과의 8강전 당시 코너킥 상황에서만 2골이나 내줬다. 그 중 1골은 공격에 가담한 중앙수비수 풀라리간지의 헤딩골이었다. 곽태휘의 한 방을 기대해볼 만한 이유다.

골잡이의 부재라는 약점을 득점원의 분산이라는 대안으로 극복해낸 슈틸리케호다. 이라크전 역시 골맛을 본 4명의 선수 외에도 또 다른 선수들이 상대의 골문을 겨냥하고 있다. 27년 만에 대회 결승 진출을 노리는 슈틸리케호의 전망은 그래서 더 어둡지 않다.

2015 AFC 아시안컵 4강전

- 대한민국 vs 이라크
- 26일 오후 6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 중계 : MBC, KBS2TV, 아프리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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