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하루가 지났는데도 인기검색어에서 사라질 줄 모르고 있다. '차두리', '차두리 드리블', '차두리 로봇설' 등 갖가지 이슈들이 대한민국을 들끓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차두리의 국가대표 은퇴를 반대하는 청원까지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 한국은 차두리를 보낼 준비에 서툰 듯 하다.

차두리는 22일 오후 호주 멜버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8강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후반 25분 김창수와 교체해 들어가며 약 50분간 경기장을 누볐다. 차두리는 손흥민의 쐐기골에 도움까지 기록하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며 은퇴 경기를 2경기 이후로 미뤘다.

차두리는 대회 시작전부터 이미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시즌 중에는 대표팀 은퇴만이 아닌 현역 은퇴도 고려하고 있음을 심심찮게 밝혔지만 결국 FC서울과 1년 재계약에 합의하면서 일단 2015시즌까지 현역생활을 연장하게 됐다.

하지만 국가대표로는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한다는 것을 공식화하며 이번 대회가 차두리의 대표생활 마지막 대회로 남게 됐다.

차두리는 행여 우즈베키스탄전이 태극마크를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뻔도 했지만 특유의 강인한 신체를 이용해 우즈베키스탄 공격수들을 압도했다. 차두리와 부딪힌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나가떨어졌고, 다소 위험한 루즈볼 상황에서도 몸을 던지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몸을 불사르는 그의 플레이는 행여나 이번 경기가 자신의 대표팀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서인지 더욱 가슴 짠했다.

특히 쐐기골이 터진 장면에서는 홀로 오른쪽 센터서클에서부터 상대 문전까지 돌파하며 상대 수비 두 명을 무너뜨리며 우즈베키스탄을 초토화시키며 손흥민의 골을 만들어줬다.

이 장면은 그동안 한국 축구에 실망이 많았던 국민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시원한 모습이었고 올해로 한국 나이 36세가 된 차두리가 대표팀 은퇴를 앞두고 보인 모습에 모두가 감격했다.


모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차두리 은퇴 반대 청원글

이에 경기 다음날인 23일, 한 포털사이트의 청원 게시판에는 '차두리 선수 국가대표 은퇴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우린 어제 보았습니다. 그가 아직 3년은 더 현역생활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걸. 차두리 선수, 아직 당신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만큼 아직 한국 축구 팬들은 차두리를 떠날 보낼 준비가 미처 되지 못한 것이다.

차두리의 축구 인생은 항상 밝지만은 않았다. 2006, 2014 월드컵에서 낙마하며 아픔을 겪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아버지 차범근 해설위원이 비난할 정도로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은퇴를 앞둔 현재,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한국 축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그의 존재감은 아직 이별 준비에 서툰 국민들에게는 아쉬울 따름이다.

사진=스포츠코리아 제공,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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