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한 것은 지난해 9월 5일. 겨우 4개월이 조금 지났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부임한지 그리 오래지 않은데도 경기 하나하나에 온갖 관심과 평가가 쏟아지면서 벌써부터 감탄과 한숨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전은 이긴 기쁨 보다는 걱정거리만 크게 남겼다. 1-0 승리와 8강행 확정으로 한숨돌렸다고 할 수 있지만 내용은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안타까운 경기력의 연속이었다. 수비진은 한시도 안심할 수 없었고 상대에게 150여회 이상 볼을 뺏긴 것은 물론, 공격 정확성마저 무뎠다. 경기 내내 내린 빗방울처럼 국민들의 마음도 우울하기 그지 없던 경기였다.

경기 후 비난 여론은 당연했다. 오죽하면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이 경기를 통해 한국은 우승후보에서 제외됐다”며 고개를 떨굴 정도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팀은 질책을 들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이 정도 실망스러운 경기라면 호주전을 겨냥해 환골탈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졸전의 책임을 슈틸리케 감독에게만 돌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A매치 5경기만을 가진 채 아시안컵에 돌입했다.

한국축구와 아무런 연관이 없던 외국인이 급하게 지휘봉을 잡아 5개월 만에 만족스러운 대표팀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이나 조세 무리뉴 감독이 와도 하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슈틸리케 감독은 5개월 동안 이동국, 김신욱, 윤석영 등 핵심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큰 기대를 했던 김기희는 입대하는 등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뽑는데 실패했다. 첫 경기였던 오만전을 마치고는 이청용까지 부상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같은 악재에도 그는 그동안 기꺼이 K리그 지방 경기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인재 발굴을 위해 노력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선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 여자, 한국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코치(Coach)’가 아닌 ‘매니저(Manager)’로서 한국 축구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이였음을 설명한 말이었다.

말이 5개월이지 그가 실질적으로 대표팀을 지휘한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어쩌면 쿠웨이트전은 한국축구가 그동안 잦은 감독 교체로 장기 플랜을 짜지 못한데에 대한 형벌과도 같은 경기였을지 모른다. 모두들 우승을 원했지만 객관적으로 한국이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그토록 무너진 팀을 5개월 만에 재건시켜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는 일은 `축구의 신'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슈틸리케 감독은 신이 아니다. 지금같은 경기력이라면 안타깝게도 호주전을 통해 자칫 한국축구의 부끄러운 `민낯'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일방적으로 슈틸리케를 탓할 거리로 몰아가선 안될 일이다. 오히려 한국축구의 냉정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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