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 전 감독 전화로 경질 통보… 이유는 '성적부진'
경질 과정 알게 된 이임생 감독 내정자 계약 거절
추락한 구단 이미지에 새 감독 선임 쉽지 않을 듯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겸 구단주(오른쪽에서 두번째)ⓒ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김봉길(48) 감독을 냉정하게 내쳤던 인천유나이티드가 후임 감독 선임에 홍역을 앓고 있다.

이임생(43) 감독이 인천의 지휘봉을 잡지 않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김봉길 전 감독이 경질된 과정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구단측의 계약 조건 때문이다. 새 사령탑에 이임생 감독을 선임했다던 지난 21일 인천의 보도자료 역시 무색해졌다.

인천 구단측은 우선 이 감독을 설득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계약 조건을 협의하더라도 이 감독이 계약서에 쉽게 사인을 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개운치 못한 김봉길 전 감독의 경질 과정이 얽혀있는 까닭이다.

결국 계약기간이 남은 김봉길 전 감독을 내쳤던 인천 경영진의 판단이 스스로 어려움을 낳은 꼴이 됐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선뜻 인천의 지휘봉을 잡을 감독이 나올지 여부다. 최악의 경우 내년 1월 초 계획된 전지훈련을 감독 없이 치러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게 됐다.

김봉길 전 감독 경질, 이유부터 절차까지 '논란 투성이'

인천은 지난 19일 오후 김봉길 감독의 경질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이유는 성적부진이었다. "시즌 마지막까지 강등권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 인천 구단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경질 배경이었다.

물론 인천의 2014시즌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즌 초반에는 10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시즌 중반이 되어서야 분위기를 바꿨다. 시즌 막판 가까스로 잔류를 확정했다.

다만 애초부터 강등권 경쟁이 불가피했던 시즌이었다. 인천의 전력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약해졌다. 반면 이를 극복할 구단의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감독의 경질 소식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반응이 지배적이었던 이유다.

실제로 인천은 최근 해마다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지난해에는 정혁과 정인환, 이규로가 이적했다. 올해 역시 김남일과 한교원이 전북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래도 김봉길 감독은 꿋꿋이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기어코 팀의 2부리그 강등을 막았다.

더구나 김 감독은 감독대행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지난 2012년과 2013년, 인천을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2012년에는 12경기 연속 무승에 빠져있던 팀을 이끌고 16승9무3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도·시민구단 중 유일하게 팀을 상위스플릿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인천은 태생이 도·시민구단인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강등의 아픔을 겪지 않은 팀이었다. 그런데도 인천은 김봉길 감독을 내쳤다. 올 시즌 부진을 겪었다는 이유로 냉정하게 경질시켰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인천이 보여준 김 감독의 경질 절차였다. 인천은 전화 한 통으로 김봉길 전임 감독의 경질을 통보했다. 인천을 이만큼 끌어올린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 결국 김 감독의 경질과 관련된 이유와 그 절차, 두 가지 논란을 인천 구단이 스스로가 키웠다.

이임생 감독이 인천의 계약을 거절한 이유는?

이후 인천은 이임생 감독의 선임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김 감독 경질이 확정된 뒤 이틀만이었다. 구단측은 "인천 출신인데다가 싱가포르 리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이 감독은 인천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줄 인물"이라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임생 감독은 인천의 제의를 수락하고 싱가포르에서 귀국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인천이 내민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1년 계약, 또는 코치진 선임 과정에 경영진이 개입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봉길 전 감독의 경질 과정을 이임생 감독이 뒤늦게 알았다. 김 전 감독의 부평고 5년 후배이기도 한 이임생 감독으로서는 자칫 전임 감독을 밀어내고 지휘봉을 잡는 듯한 상황처럼 비춰질 수도 있었다.

물론 축구계 선·후배의 관계를 떠나 한 팀의 감독을 냉정하게 내쳤던 인천 경영진의 행동 자체가 이 감독의 반감을 샀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경영난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도 이 감독에게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임생 감독의 빠른 선임으로 감독 경질 논란을 누그러뜨리려던 인천의 구상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어느 누가 인천 지휘봉을 잡을까

인천은 우선 이임생 감독과의 끈을 놓치 않겠다는 방침이다. 계약조건 등을 새롭게 제시해 이 감독의 마음을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임생 감독이 쉽게 마음을 돌릴지는 의문이다. 김봉길 전 감독의 경질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천이 김봉길 전임 감독과의 관계를 말끔히 정리하려는 노력을 늦게나마 보여주거나, 김 전 감독이 직접 나서서 이임생 감독의 부임에 힘을 실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게 됐다.

이 감독의 선임에 실패할 경우, 인천은 뒤늦게 새로운 사령탑을 찾아 나서야 한다. 다만 추락할대로 추락한 인천의 지휘봉을 잡을 누군가가 쉽게 나올지는 의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1월 초로 예정된 전지훈련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경영진의 연이은 헛발질에 인천의 앞날만 어두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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