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서울 이랜드 FC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서울 이랜드 FC에서 다음 시즌부터 활약하게 될 구대엽(22)은 기구한 사연을 가진 선수다.

광주대를 졸업한 구대엽은 원래 호원대로 진학했었다. 호원대에 진학할 때는 축구 선수로서 프로선수가 되고 국가대표가 되고 나중에 해외 진출까지 하며 국위를 선양하는 꿈을 꾸며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하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더 이상을 축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쳤고 설상가상 팀에서도 적응을 못해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구대엽은 어릴 적부터 꿈꾸고 밤낮없이 매달려 왔던 축구를 놔버리고 호원대를 자퇴했다.

호원대를 자퇴할 때 구대엽은 축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상태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구대엽은 눈에 띄게 각광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진학하는 곳마다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구대엽의 팀은 늘 전국 대회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거뒀다. 그만큼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였고 안정적인 기량을 쌓아 올리며 언젠가는 최고의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받아온 선수였다. 그런 만큼 구대엽의 자퇴는 그를 아끼는 이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구대엽을 누구보다 아꼈던 안동고의 은사 최건욱 감독은 지인이었던 광주대의 감독에게 구대엽을 추천했고, 호원대와 U리그에서 같은 권역이라 구대엽의 플레이를 잘 알고 있던 광주대 정평열 감독은 흔쾌히 받아들이고자 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과 축구에 대한 회의감에 지쳐 있던 구대엽은 광주대 감독의 제의를 처음에 거절했었다. 그런 반면 구대엽의 사정을 측은히 여기고 그의 재능을 아까워했던 정평열 감독은 구대엽의 지친 마음을 다독이면서 설득했고 구대엽은 결국 광주대에 재입학하며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축구에 매진하게 됐다.

▶자신을 잡아 준 은사와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겠다는 구대엽

"호원대에서 그만 둘 때는 인생에 대해 자포자기했던 시절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버지께서 축구를 그만 둬야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얼마나 힘드시면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하며 혼자 눈물짓기도 했다. 광주대에서 다시 축구를 할 기회가 왔을 때도 그래 봤자 나아질 게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해보자고 결심했을 땐 이제 잃을 게 없다는 생각, 이왕 다시 시작했으니 죽을 힘을 다해서 해보자는 생각이 교차했다. 제자의 마음을 잡아주고 다시금 기회를 잡게 해주신 안동고 최건욱 감독님과 광주대 정평열 감독님께 너무나 감사하다.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내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하다. 훌륭한 프로 선수가 되어서 그분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라며 은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구대엽은 "서울 이랜드 FC에 우선 지명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가장 먼저 아버지 생각이 났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아들 기죽지 말라고 좋은 축구화에 용돈까지 더 주시며 다독이던 아버지다. 얼마 전에는 일을 하시다가 손가락을 다치셨는데 MRI 비용이 아까워 치료를 포기하시고 다시 일을 나가셨다. 그렇게 고생하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서라고 내가 더 잘 되어야 한다" 며 성공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였다.

▶한국영의 인터뷰에 충격, 나약함을 떨치고 변한 계기

프로 선수로 다시 축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구대엽은 "언젠가 한국영 선수의 인터뷰를 보며 나태하고 유약한 나를 돌아보게 됐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내 유니폼이 가장 더러워야 한다'는 그의 인터뷰를 보며 충격을 받았고 내가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며 "키도 특별히 크지 않고 그다지 빠르지도 않은 내가 늘 가정 형편 탓하고 환경 탓 하면서 스스로 그 자리에 머무르려고 했던 태도를 버리게 됐다. 남들보다 한번 더 훈련하고 남들보다 한번 더 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투지와 근면을 빼면 나는 시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운동을 한다. 프로에 왔으니 어떤 상황에도 나태하거나 교만해지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그리고 결코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 않을 것이다" 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틴 레니 감독,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선수

구대엽의 경기를 그 동안 많이 지켜봤다는 마틴 레니 감독은 "구대엽은 강하고 키가 크며 운동능력이 좋고 광주대의 성공적인 시즌에 크게 이바지한 선수다. 경기에서 그는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팀을 만들 때 모든 선수를 공격적이고 창의적이며 득점력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할 수는 없다. 구대엽처럼 팀을 위해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헌신적으로 소화해줄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이길 수 있다. 구대엽의 또 하나의 장점은 여러 포지션을 맡길 수 있는 점이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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