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무려 1년 8개월이라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견뎌왔다. 섭취를 포기하고 싶었던 고난의 시간을 뚫고 윤석영(24·퀸스 파크 레인저스)은 드디어 감격의 프리미어리그 데뷔를 맛봤다. 빅리그 데뷔의 기쁨에 안주하기엔 견뎌온 시간이 너무 길다. 이제 윤석영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한 출장이며 이는 해리 래드냅(67) 감독의 현명한 선택에 달렸다.

윤석영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서 열린 리버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8라운드 홈경기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소속팀 퀸스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는 자책골을 2골이나 허용하며 2-3으로 석패했다.

패한 경기에다 3골을 허용한 수비진의 일원이었으니 비난의 잣대를 갖다 댈 수도 있다. 허나 그러기엔 윤석영의 활약은 상당히 좋았고 Q.P.R 역시 경기력 면에서 올 시즌 치른 8경기 중 가장 뛰어났다.

상대는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은 23일이면 세계 최강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할 예정이며 근래 들어 '제2의 전성기'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올 정도로 완연히 강팀의 면모를 회복했다. 그런 리버풀을 상대로 동등한 슈팅수(Q.P.R 15, 리버풀 15), 더 많은 코너킥(Q.P.R 7, 리버풀 2), 적은 파울(Q.P.R 10, 리버풀 15), 거의 동등한 점유율(Q.P.R 45%, 리버풀 55%)을 가져갔다는 점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리그 최하위, 최다 실점팀(18골)인 Q.P.R에게는 충분히 고무적인 경기력이었다.

여기에 윤석영도 분명 한몫했다. 최다 실점팀인 만큼 수비가 최우선으로 여겨진 경기에서 윤석영은 '공격형 풀백'으로 유명하지만 팀의 요구에 철저히 따르는 모습이었다. 최근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윙어 중 하나인 라힘 스털링과 맞대결에서 과감한 태클과 대인마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전반 23분 경 스털링을 향한 깔끔한 태클 후 오버래핑 모습 후 중계카메라는 계속해서 윤석영을 원샷으로 잡을 정도로 분명 현지에서도 윤석영에 대해 이전과 다른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수비만이 아니다. 공격에서도 거침없는 오버래핑으로 상대 오른쪽 수비를 붕괴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사실상 경기감각이 전무하다는 점은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계속해서 출전기회가 주어진다면 EPL레벨에서 자신의 장점인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충분히 통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보완할 부분도 있었다. 선제골 실점 상황에서는 방심했다 순간적으로 자책골의 빌미가 된 오른쪽 크로스를 허용했다. 또한 부정확한 크로스도 나왔고 아직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대표팀 경기나 챔피언십(2부리그)에서만 뛰다 1년 8개월 만에 EPL 데뷔전을 치른 윤석영에게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이날 Q.P.R은 공격에서는 골대를 두 번이나 맞췄고, 수비에서는 자책골을 두 번이나 내줬다. 그러나 후반 48분까지는 무승부 경기를 이끌어냈을 정도로 집중력과 끈기 있는 모습으로 확 달라진 새로운 Q.P.R을 기대케 했다.

해리 래드냅 Q.P.R 감독은 분명 이날 경기를 통해 새롭게 기용한 바비 자모라, 네덤 오누우하, 윤석영 등이 어떻게 팀을 바꿔놓았는지를 목격했을 것이다. 이렇게 팀이 확 바뀐 것을 깨달았다면 당연히 이제부터 윤석영 등은 당당히 베스트 11을 짤 때 우선시해야 한다.

래드냅은 지난 3년 여간 Q.P.R에서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그도 분명 Q.P.R에서 깨달은바가 있었을 터. 지난 2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