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황선홍, 닐 레논, 파리아스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홍명보(45) 감독의 후임 낙점에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수장으로 이용수(55) 세종대 교수가 24일 선임됐다. 위원장이 선출된 만큼 신임 대표팀 사령탑 선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의 사퇴 후 그를 대신할 적임자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았다. 꾸준히 언급은 되고 있지만 정작 실체는 가뭇하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언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지사. 홍 감독의 후임으로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의 단장이자 부회장이었던 허정무(59) 전 2010 남아공 월드컵 감독이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브라질월드컵 참패의 책임론에 휘말린 상태여서 그런 전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도 된다.

울산을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으로 이끌었던 '철퇴왕' 김호곤(63) 감독도 재야에서는 꾸준히 언급됐다. 하지만 이 역시 평가가 좋지 못한 축구협회 수뇌부와 맞닿은 인사라는 점에서 임시감독은 가능할지라도 정식감독은 힘든 모양새다.

그나마 설득력 있는 전망은 현역 젊은 감독이다. 지난해 포항의 극적인 리그 우승을 이끌며 전술적 역량을 인정받은 포항 황선홍(46) 감독은 올해도 외국인 선수 없이 포항을 올스타 휴식기까지 리그 1위에 올려놨다. 지도력 검증은 끝난 셈.

하지만 '리그 중 감독 빼가기'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본인 역시 "단지 포항만 걱정할 뿐"이라며 정중한 거절의사를 밝히고 있어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서울을 ACL 준우승에 이끌고 '아시아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한 FC서울의 최용수(41) 감독도 후보군이지만 황 감독보다는 좀 더 확률이 떨어진다.

결국 가능한 인물은 한정돼있지만 그마저도 각각의 불가항력적인 이유가 있어 내국인은 힘들다는 분위기다.

지난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가 전술적으로 세계 축구계에 부합하지 못함이 드러났다. 이에 전술적 역량을 갖추면서도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외국인 감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외국인 감독 선호도(43%)가 내국인 감독의 선호도(39%, 나머지 19% '모르겠다' 답변) 보다 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임감독이 저지른 과오를 통해 '내국인 감독 불가론'이 상당히 힘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감독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외국인 감독 5~6명 물망에 올라...기술위원회 구성과 함께 탄력받을 듯

축구계 안팎으로 학연·지연에 자유로운 외국인 감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FC서울의 지휘봉(2007~2009)을 잡았던 터키의 세뇰 귀네슈(62)와 포항 감독(2005~2009)을 지낸 세르지오 파리아스(47)같은 지한파 감독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떨어진다.

크로아티아 대표팀 수석코치 출신인 로베르트 프로시네츠키(46)는 국내언론을 통해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 바 있다. 세르비아와 터키 클럽팀 감독직까지 지낸 그의 관심은 외국인 감독에게 요구되는 '열망'이 충족된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외신을 통해서는 기성용의 스승인 닐 레논(43) 감독이 언급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최강팀' 셀틱 지휘봉을 잡은 바 있는 그는 명성과 지도력 모두에서 충분해, 꽤 설득력 있는 카드로 여겨진다.

이밖에 외신에서는 '한국 대표팀 최종 후보자 명단'이라며 네덜란드의 전설 프랑크 레이카르트(52) 전 갈라타사라이 감독, AS로마 지휘봉을 잡았던 이탈리아의 루치아노 스팔레티(55)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축구협회측은 이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긴 했지만 그만큼 해외에서도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침몰했던 잠룡(潛龍)이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잠룡이 날개를 펼쳐 입에 물고 올 것은 여의주일까 혹은 속빈 강정일까. 세계 축구계가 주목하고 있는 대표팀 감독 선임은 이제 시작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