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고는 거의 필연에 가깝다.

2007 아시안컵축구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태극전사들이 공교롭게도 아시아의 전통 강호 이란과 4회 연속 8강전에서 맞붙게 됐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와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조 2위를 확정, '자카르타의 기적'을 통해 극적으로 8강행 티켓을 차지했다.

하지만 힘겨운 8강행 뒤에는 '산너머 산'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과 유달리 악연이 깊은 이란.

한국은 유독 아시안컵에서 이란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1972년 아시안컵에서 이란과 준결승에서 만난 한국은 1-2로 지면서 1960년 이후 12년 만에 찾아온 우승컵 탈환의 기회를 눈앞에서 날렸다. 이란 징크스의 전초전이었던 셈.

1988년 조별리그 4차전에서 이란을 3-0으로 꺾으면서 아픈 과거를 잊는 듯 했던 태극전사들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 8강전에서 무려 6골을 내주는 졸전 끝에 2-6으로 참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2000년 레바논 대회 8강에서 다시 이란을 만나 두 골을 터트린 이동국(미들즈브러)의 활약으로 2-1 승리를 거두면서 징크스 탈출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2004년 중국 대회 8강전에서 이란과 난타전 속에 3-4 패배를 당했다.

이란과 악연은 아시안컵뿐 아니라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해 도하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한국은 이란에 0-1로 졌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그보다 앞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도 0-1로 패했다.

이에 따라 80년대 이후 이겼던 기쁨보다 패배의 아픔을 곱씹었던 기억이 많은 이란과 아시안컵 8강에서 재격돌하게 된 태극전사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베어벡 감독의 거취가 달린 8강전인 만큼 태극전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란을 넘어 아시안컵에서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이란의 경기를 분석해보면 개인기와 체력이 뛰어난 팀이란 점을 알 수 있다"며 "선제골을 내주고도 역전시키고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중앙 공격수 바히드 하세미안과 중앙 미드필더를 지키는 알리 카리미, 자바드 네쿠남이 경계 대상"이라며 "이들 중앙 요원들을 중원에서부터 차단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조직력이 강한 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측면이 있는 만큼 체력을 바탕으로 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