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에서 말 뒤집었다" 반발…협회·안양 미숙한 일처리로 '홍역'

안양 '입성자금 150억원' 서울행 걸림돌
"50억에서 말 뒤집었다" 반발…협회·안양 미숙한 일처리로 '홍역'

한국프로축구연맹이 6일 이사회를 열어 안양 LG를 포함한 기존 팀이 서울로 연고지를 옮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지만 '입성자금'이 걸림돌로 작용, 향후 각 주체들간 진통이 예상된다.

연맹은 몇년째 주인을 맞지 못하고 있는 수도 서울의 신생팀 창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서울연고팀을 2개로 제한하되 신생팀이 우선이라는 입장에서 선회, 지방에 연고를 둔 구단의 서울 입성을 허용했다.

물론 이는 서울 복귀를 선언하고 연고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안양 LG를 비롯해 모든 구단에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이렇게만 보면 배수진을 친 안양은 서울로 향한 1차 관문은 통과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는 예상했던대로 이른바 '서울월드컵경기장 분담금'이라는 서울 입성 자금 문제 때문에 서울행의 조건에 대한 논의 자체가 다음으로 미뤄졌다.

대한축구협회가 서울로 들어오는 팀은 150억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안양은 50억원이라고 해놓고 말을 뒤집고 있다고 반발했기 때문.

분담금은 축구협회가 월드컵경기장 신축 전에 건설 비용 일부(250억원)를 서울시에 내기로 했던 것.

시의 분담금 요구를 세계축구계에 유래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대회 성공을 위해 받아들였던 축구협회는 프리미엄이 큰 서울에 팀을 만드는 기업에 대신 물린다는 방침이었다.

월드컵 4강으로 분위기가 고조된 시점에서도 서울팀 창단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축구협회는 서울프로팀창단협의체를 구성, 서명운동 등을 전개했고 시도 지난해 8월말 100억원을 지원(탕감)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당시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서울시가 100억원을 탕감하고 협회가 100억원을 납부하기로 해 신생팀 창단 기업은 50억원만 내면 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으나 실은 월드컵잉여금으로 지난해 말 시에 납부했던 100억원은 나중에 회수하는 것으로 서울시 등과 협약을 맺었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100억원 회수 사실이 최근에서야 불거진 것과 관련, "서울시와 최종 합의하기 이전에 보도가 난 바람에 정정 또는 반박 시점을 놓쳤으나 신생팀 창단에 관심을 가졌던 몇몇 기업에도 회수금을 포함해 150억원의 창단 기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였다"고 말했다.

협회의 프로답지 못한 행정이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 대목이다.

협회 조중연 부회장은 "신생팀이든 연고지를 옮긴 팀이든 분담금은 150억원"이라며 "월드컵 잉여금은 경기력 향상의 용도"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축구계 일각에서는 프로축구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가 100억원을 탕감했는데 비해 협회가 아무런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 구단 단장도 이날 이사회에서 "150억원 내지 말고 몇년간 기다리자. 그러면 협회가 깎아주지 않겠느냐"며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렇다고 안양에게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맹 또는 협회에 한번만 문의해도 인지했을 사안인데도 독단적으로 서울 이전을 추진하다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안양이 또 동고동락한 서포터스는 물론 안양 시민들의 양해를 충분하게 구하지 않아 시위 등 집단행동을 유발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협회의 미숙한 행정과 안양의 안일한 일처리로 축구판이 한동안 홍역을 앓게 됐다.

/연합

입력시간 2004-02-0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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