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 '1가구 1주택' 세금 면제… "세금회피 등 사정 있어도 이혼 무효 아냐"

"과세관청이 입증 안 하면 이혼 무효로 볼 수 없어… 조세법률주의 엄격 해석"

주택 여러 채를 가진 부부가 양도소득세 면제요건인 '1가구 1주택' 상태를 만들기 위해 일시적으로 이혼한 뒤 주택을 팔았어도 '다른 가구'로 보고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세금 면제를 위한 '위장이혼' 의혹이 짙어도 부부가 협의 이혼한 이상 법적으로 무효가 아니므로 적법하게 세대 분리가 됐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혼을 무효로 하려면 과세당국이 이를 입증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법원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원칙대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5일 강모씨가 서울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이혼했다거나 이혼 후에도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이혼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는 주택 양도 당시 이미 이혼한 배우자와 분리돼 따로 1세대를 구성하므로 비과세 대상인 1세대 1주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강씨는 부인 김씨와 2008년 1월 이혼한 후 그해 9월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서울시에 팔았다. 이혼으로 부인과 세대가 분리된 강씨는 자신이 양도소득세 면제 대상인 '1세대 1주택'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봐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혼 전 부인 김씨가 8채의 주택을 소유했고, 이들이 2009년 1월 재결합한 사실을 파악한 세무서는 2013년 12월 양도소득세 1억7천876만원을 부과했다. 부부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위장이혼을 했다고 보고 신고·납부 불성실 가산세 7천300만원도 포함해 세금을 매겼다.

강씨는 "위장이혼이더라도 협의 이혼한 이상 유효하다"며 조세심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양도소득세를 면탈하기 위해 위장 이혼한 경우 이혼한 부부는 1세대라고 해석해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협의이혼한 이상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이혼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며 두 세대가 분리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측은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의 합의 하에 협의이혼 신고가 된 이상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이혼 의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 이혼을 무효로 볼 수 없다"며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 요건뿐만 아니라 비과세 또는 조세감면 요건도 엄격하게 법문대로 해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측은 "과세관청이 협의이혼은 무효라는 입증을 다 하지 않는 이상 설령 세금회피 목적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협의이혼을 무효로 볼 수 없고 법령상 동일 세대로 볼 수 없다"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배우자 사이에는 1세대로 본다'와 같은 규정이 없는데도 그 같이 해석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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