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필리버스터가 40시간 이상 지나고 있는 가운데, 여권도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SBS)
야권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사흘째 이어나가며 40시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진행 중이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지난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항해 시작됐으며, 더불어민주당의 김광진 의원에 이어 현재 일곱 번째 주자인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5시간째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첫 번째 주자는 더불어민주당의 김광진 의원으로 23일 오후 7시 7분에 강단에 서 5시간 32분동안 토론을 이어갔다.

김광진 의원은 "테러방지법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테러방지법의 내용의 부정확성, 직권상정으로 굳이 처리되어야 하는 이유, 테러방지법의 본질적인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미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에 따르면 각 국가기관들의 역할이 있는데 정치권이 이를 무시하거나 폄하해선 안된다"고 말하며 "국정원은 최근 국회의장에게 북한이 테러를 준비한다는 첩보를 보고했다. 이는 테러방지법이 없어도 첩보를 다 수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김광진 의원은 "이 법이 있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테러를 막을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두 번째 주자는 국민의 당의 문병호 의원으로 김광진 의원의 뒤를 이어 1시간 49분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테러방지법에는 찬성하지만 직권상정은 반대한다. 토론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 등의 발언을 남겼다.

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의 은수미 의원은 24일 오전 2시 30분부터 10시간 18분 동안 토론을 이어가 기록적인 연설을 펼쳤다.

은수미 의원은 "테러방지법으로 주인에게 개목걸이를 채우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 못 막는다 해도 이렇게 버틸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상식의 눈으로 볼 때 지금이 어떻게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냐"며 이번 직권상정에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특히 은수미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하는 이 생각 좀 하자"고 말하며 "'피를 토하거나'와 같은 날 선 표현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 격려하고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4번 주자로 나선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24일 오후 12시 50분부터 9시간 29분의 발언을 진행했다. 박원석 의원은 이날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테러방지를 명분 삼아 국정원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한 법"이라며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면) 시민들의 자유는 억압될 것이며 민주주의는 위협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뒤이어 오후 24일 오후 10시 20분부터 5시간 40분간 발언을 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너무 뻔뻔한 법"이라며 "모든 길은 국정원으로 통하는 법"이라고 테러방지법을 비판했고,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25일 오전 3시 40분부터 5시간 20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최민의 의원은 "테러방지법의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연설을 시작해 "국민과 야당의원을 감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언 중인 김제남 정의당 후보는 25일 오전 9시 2분에 시작하여 5시간 이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위기를 만들어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고통 속에 밀어 넣어서 어떤 이득을 얻으려고 하느냐"며 강력한 발언을 쏘아 올렸다.

한편 필리버스터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제재 방안이 없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며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보여주는 예"라고 이번 필리버스터를 비판했다.

또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2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더민주가 19대 국회를 '뇌사국회'로 전락시키더니 안보마저도 무방비 상태로 만들려 한다"며 "이기적인 정치쇼를 펼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특히 현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최고위원 및 당 지도부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이번 야당의 테러방지법 의결 저지 필리버스터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의 피켓에는 '국회 마비 40시간째', 'IS·북한의 테러 위협 증가하는데 테러방지법도 못 만드는 국회', '우리 정부는 못 믿고 북한은 철석같이 믿는 더불어민주당은 어느 나라 정당입니까?' 등의 문구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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