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생활 보호가 간통죄 처벌보다 우선… 간통증거 안 된다"

몰래 녹음한 배우자의 성행위 신음소리는 간통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간통죄 존폐 논란이 사회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간통죄를 처벌하는것보다 사생활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는 사회 통념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7단독 신진화 판사는 A씨가 자신의 배우자 B(여)씨와 다른 남성의 신음 소리를 담은 녹음물을 제출했으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B씨의 간통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아∼아∼아∼아∼' 같은 신음소리가 적어도 문자해석으로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로 사용될 수 없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판사는 "간통죄의 처벌로서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과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애정행위를 할 때 그 음향이 타인에 의해 녹음될 수 있다는 사생활 비밀침해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것보다 급박한 것인가는 회의적"이라며 "사건의 신음소리 역시 헌법의 비밀과 자유 보호에 근거해 증거로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간통한 사람을 기소하고 재판을 치르며 처벌하면서 얻는 사회적 이익보다 그 과정에서 침해될 수 있는 사생활 비밀유지와 같은 인격적 권리를 보호하는 데 우위를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B씨는 2006년 9월 자택 아들방에서 내연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의심되던 남성과 함께 있다가 문을 열고 들이닥친 남편 A씨와 경찰관들에 의해 경찰서로 연행됐다.

A씨는 그 날 아들방에 보이스펜을 몰래 설치해 간통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던 시간에 발생한 음향을 녹음했고 고소 직후 해당 녹취록을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