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형주씨의 제안
거래 끝난뒤 화면에 떠… "기술적으로 간단한데…"

"현금인출기(ATM)에서 돈을 뽑을 때 수수료를 얼마나 떼는지 먼저 알려주면 안될까요?"

대학생 김형주(26ㆍ가톨릭대 사회학과3)씨는 최근 2만원을 찾으려고 가까운 거래 은행의 ATM을 이용하기 위해 뛰어갔지만 아슬아슬하게 은행 영업 시간이 끝난 뒤에 도착했다.

"수수료가 얼마 붙게 될지 조마조마 했어요. 고작 몇 백원 갖고 뭘 그러냐고 할 수 있지만 학생에겐 쌓이면 적지 않은 부담이거든요."

수수료 부과 기준인 마감 시간은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은행마다 모두 다르다. 하지만 ATM 화면은 거래 종료 뒤에야 수수료를 보여주기 때문에 김씨는 모험하는 심정으로 돈을 인출했고 수수료 600원을 내야 했다.

"겨우 2만원이라 수수료가 있다면 다음날로 미룰 생각이었는데…. 취소할 방법도 없잖아요."

그는 수수료 200원을 손해 본 적도 있다. 학교 안 C은행 ATM에서 A은행카드로 5만원을 찾고 수수료 1,200원을 냈는데 얼마 뒤 B카드로 같은 ATM에서 5만원을 뽑았더니 수수료가 1,000원이었다.

그는"은행마다 다른 은행간 거래 수수료를 일일이 외우고 다니라는 뜻인지 화가 났다"고 말했다.

문득 '안내화면을 통해 수수료 액수를 보고 출금 여부를 선택하는 게 고객의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이 든 김씨는 12일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 'ATM 수수료 사전 안내' 아이디어를 냈다.

●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에서 알아봤습니다

현재 다른 은행 ATM을 이용할 때 수수료를 미리 알려주는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같은 은행카드로 돈을 찾을 경우에도 국민과 신한은행 2곳만 출금 전 수수료를 안내한다.

은행 측에서는 "ATM마다 시간대와 요일별 수수료 표를 붙여 놓았다"고 하지만 크기가 작고 복잡해 뒤에 늘어선 사람들을 생각하면 일일이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고객 신용등급에 따른 수수료 차이 등은 표기되지도 않는다. 편의점이나 지하철역 등에 있는 이른바 '사업자 ATM'에는 수수료 안내 문구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내화면에서 '수수료는 ○○○원입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라고 미리 알려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일까. 아예 24시간 수수료를 받지 않는 프랑스 은행은 논외라 해도 일본 신세이(新生), 캐나다 스코샤(Scotia) 등 외국의 많은 은행에선 수수료를 사전에 알려준다.

일본 리소나은행 등은 첫 화면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는 시간입니다'는 글이 나오고 확인버튼을 누른 뒤에야 거래 화면으로 넘어가도록 한다.

은행 업계에 따르면 '출금 전 (先)공지' 시스템 구축은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없다. 시행 의지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희망제작소 안진걸(35) 사회창안팀장은 "시민들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더 많은 정보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은행의 수수료 수입이 지나치게 많다는 불만은 별도로 하더라도 영업 시간 등에 관계없이 ATM 수수료는 미리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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