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에요"… 홍성 이주여성 국제매매혼 플래카드 철거

"곳곳에 걸려있는 '예쁜 베트남 신부 마음만 먹으면 가능', '100% 후불제' 등등 플래카드를 볼 때마다 화가 치밀었어요"

7일 충남 홍성 이주민센터 및 홍성YMCA 회원, 동료 이주여성들과 함께 홍성읍내에 걸려있던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광고 플래카드를 떼어내 찢어버린 홍풍(24.여)씨는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베트남 출신인 홍풍씨는 2년 전 한국으로 시집왔다.

새로운 삶을 찾아 왔지만 주변의 눈초리는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서러움을 꾹꾹 눌러 참으며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고 마음먹은 홍풍씨는 오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이 왜 자신을 차갑게 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도로 한복판, 논두렁 한가운데, 골목마다 걸려 있는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플래카드를 보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 만으로 '돈에 팔려온 여자'로 낙인 찍히고 인격과 명예가 송두리째 길바닥에 내팽개치는 분노와 슬픔을 느꼈다"

홍풍씨의 목소리가 나지막한 울림으로 전해졌다.

홍성에는 150명 가량의 동남아시아 국가나 중국 등지 출신의 여성이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해와 생활하고 있다.

행복하기 위해 이역만리 타국으로 왔지만 여성을 상품화하고 결혼을 싸구려 물건 팔듯 선전하며 매매혼을 부추기는 반인권적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플래카드는 이들 이주여성의 가슴에 커다란 못을 박았다.

아픔을 함께 지니고 있는 이주여성들은 며칠 전부터 주변에 나붙은 알선업체의 플래카드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 거리로 나서 군민들에게 "우리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 "이 땅에서 남편과 함께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외치며 그동안 떼어낸 플래카드를 낫으로 찢어 없앴다.

이주여성들은 앞으로 눈에 띄는 플래카드는 모두 없앨 계획이다.

이주민센터와 YMCA도 이들을 돕고 나섰다.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플래카드를 철거하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한편 홍성군에 광고물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키로 했다.

YMCA 한지연(39.여) 간사는 "며칠 전 한 이주여성이 찾아와 '플래카드 때문에 너무 창피하다'며 우는 모습을 보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며 "길거리에 버젓이 걸려있는 플래카드 때문에 이주여성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는 일은 우리 한국인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매매혼을 조장하는 광고물들은 이주여성 뿐 아니라 단지 농촌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로 혼기를 놓치고 한국 여성을 배우자로 맞을 수 없는 농촌 남성을 함께 모독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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