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공연 "우리가 한국의 스파이스 걸스래요"… 내년 4월 중동 진출 계획

올해 초, 데뷔와 함께 태국ㆍ중국ㆍ베트남ㆍ캄보디아ㆍ몽골 등지를 돌며 아시아권 쇼케이스를 펼친 5인조 여성 그룹 베이비복스 리브(Babyvox Re.V).

14일 저녁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국영방송 CTN(Cambodian Television Network) 공개홀에서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일본과 중국 진출에 치중하지만 이들은 동남아시아권을 거점으로 삼고 있어 색다르다.

특히 방문국마다 보육시설과 학교 등지를 찾아 현지인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발품을 팔고 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육군의 홍보대사로서 11월 이라크 자이툰 부대와 쿠웨이트 다이만 부대를 방문해 위문 공연을 펼치고 돌아온 이들은 내년 4월께 쿠웨이트, 두바이, 사우디 아라비아 등을 거점으로 한 중동 진출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다음은 프놈펜에서 만난 베이비복스 리브(안진경 24ㆍ양은지 23ㆍ황연경 22ㆍ오민진 24ㆍ박소리 16)와의 일문일답.

--캄보디아, 베트남 등 국내 연예인의 발걸음이 드문 곳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캄보디아에선 국내 연예인 최초로 음반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13일 현지 언론과의 기자회견 때 '한국의 스파이스 걸스'라고 칭해줘 영광이었다. 이제 1년 된 신인이지만 뿌듯했고 한국을 대표해 왔기에 사명감 마저 들었다.(양은지, 이하 양)

캄보디아 여성 가수들은 파워풀한 춤을 추는 분들이 드물다고 한다. 우리 음악을 들으며 한국어에도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니 무척 흐뭇하다.(안진경, 이하 안)

--진출 지역마다 보육 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13일 프놈펜에 위치한 보육시설이자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밋삼란 프렌즈(Mitsamran Friends)를 두 번째 방문했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도 이곳에서 아기를 입양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춤추고 탁구치며 함께 놀았다. 사랑이 부족한 탓에 품에 안고 있다 내려놓으면 나무를 타고 올라가듯 몸에 안기는 아이들을 보고 안타까웠다. 조건이 된다면 입양하고픈 생각마저 들었다. 출연료를 모아 서울에서 준비해 간 티셔츠와 학용품, 축구공 등 35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했고 우리 공연에도 500명을 초대했다.(양)

--베이비복스 1기는 지구 네 바퀴 반을 돌았을 정도로 비행 마일리지가 쌓였다고 했다. 본인들은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할 것 같다.

▲최근 이라크를 다녀왔더니 마일리지 1만 마일이 쌓이더라.(웃음) 데뷔 1년 만에 해외 체류기간이 두 달 이상은 된다. 1기 언니들보다 더 많은 곳을 다닐 것 같다. 날씨가 바뀌어 감기가 들거나, 음식이 안 맞는 친구들은 고생을 좀 한다.(안)

--베트남전 이후 가수들의 파병 군인 위문공연은 처음이었는데, 이라크 방문 땐 두렵지 않았나.

▲장병들이 철저하게 보호해줘서 무서운 걸 느끼지 못하고 열심히 공연했다.(박소리, 이하 박)

사실 도착 직후 무척 긴장됐다. 인공위성에서도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는데다, 어딘가에서 폭발물이 터지면 어떡하나란 걱정 탓이었다. 장병들의 철통 경호 덕택에 안전했다는 걸 공연을 끝내고서야 알았다.(양)

이라크 입국 전 수송기를 탈 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데 내용이 무섭더라. 민사작전 현장을 견학할 때도 13㎏ 방탄 재킷에 모자를 썼는데 '갑자기 총탄이 날아오거나 폭탄이 터지면 어떡하나'란 걱정도 했다. 그러나 무척 보람된 시간을 보냈고 우리의 오빠, 동생, 친구들을 두고 오려니 가슴이 아팠다.(안)

--여러 나라를 돌았으니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우리가 신선하다는 분들도 많지만 거부를 당한 적도 있다. 처음 캄보디아에서 쇼케이스를 할 때 TV로 방송됐다. 이때 배꼽과 허벅지 노출이 금지돼 검은색 스타킹을 급히 구해 신고 올라간 기억이 난다. 이번엔 규제가 좀 풀린 듯하다.(안)

--아시아권 팬들을 사로잡으려면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언어 공부가 최우선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그 나라의 인사말 등 간단한 언어는 파악해야 한다.(양)

여러 나라를 돌다 보니 인사말 한마디도 이젠 헷갈리더라(웃음).(안)

--가장 뿌듯했던 공연은.

▲자이툰, 다이만 부대 공연이다. 멋진 사나이들 앞에서 준비해 간 많은 레퍼토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당시의 짜릿함과 엄청난 뿌듯함은 모를 것이다. 고생하는 장병 모습을 보며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길 기도했다.(안)

공군인 다이만 부대는 다국적군인데 미군 앞에선 처음 공연해 봤다. 낯선 아시아 가수에게 열렬한 호응을 해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갈 때는 무서워서 가기 싫었지만 돌아오기 싫을 정도로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양)

--오민진과 박소리는 명사랑, 한애리 탈퇴로 최근 팀에 새로이 합류했는데.

▲아직은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좋은 호텔에서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경험도 한다. 원래 가수가 되고 싶었다. 국내 활동도 열심히 해서 사랑받고 싶다.(박)

두 달 전 합류했는데 부담이 된다.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오민진)

--향후 계획은.

▲15일 라오스로 넘어가 3천 석 규모의 공연을 펼친다. 라오스는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무척 궁금하다. 18일 귀국해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내년 1월5일 대만 공연이 예정돼 있다. 또 내년 1월10일께 국내에서 싱글 음반을 출시하고 활동한다. 중동지역 방문은 4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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