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26일 콘서트 '에픽하이' 리더

타블로. 본명 이선웅. 1980년생. 미국 명문 스탠포드 대학 및 대학원 영문학 수석 졸업.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의 프로필은 선입견을 갖기에 충분한 이력이다. 한국말은 어눌한데다 부모님이 사 주신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사회를 비판하는 '배부른 래퍼'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의 몇몇 힙합 뮤지션들이 그렇듯. 과연 타블로도 그럴까?

타블로에 대한 물음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알코올을 빌리기로 했다. 별별토크에서 타블로를 만나면서 누나(이재원기자)와 형(김성한기자)은 일단 '간'부터 봤다. "주량은?"(형) "약한데 끝까지는 가요. (성)시경이 형이나 (지)상렬 형하고도 마지막까지 마시긴 해요."

"초등학교때 구구단 못외워 2년 쉬어
정신차리고 공부 스탠퍼드 영문과 수석졸업
음악은 중독… 이기적이지 않은 음악하고 싶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예계 주당을 거론한다. 술에 약한 누나와 형은 물음표를 던지기도 전에 타블로보다 먼저 쓰러지면 어쩌나 걱정부터 앞섰다.

타블로는 '의외로' 전통주를 마시자고 했다. 타블로는 조심스럽게 한 잔씩 술을 마시며 가수로 데뷔한 계기, 스케이트보드 타고 다니다 여자친구를 뺏긴 사연 등 의외의 모습을 펼쳐 놨다.

# 미국에서도 차 없던 타블로, 여자친구 뺏긴 사연

일단 술에 관한 질문부터. "언제부터 술을 마셨어요?"(누나) "뭐,중학교 때 아버지가 와인 조금씩 주셨고요. 사실 대학교 3학년 때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한동안 럼을 끼고 산 적이 있었어요."

타블로는 유독 여자친구들이 바람을 많이 피웠고 그 첫 타자가 대학교 3학년 때 친구였다. "스케이트 보드 타고 다녀서인가. 차 2대 갖고 있던 제 친구와 바람이 났어요." 타블로는 술잔을 비워냈다.

타블로는 "이상하게 여자들이 바람을 잘 피워요. 바람을 피우면 저는 슬퍼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책해요. 예전에는 돈 많은 남자한테 가더니 이제는 키가 더 크거나 얼굴이 잘 생긴 남자한테 가요"라고 말했다.

"이상형은?"(누나) "여자 로커 같은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파워풀해서 제가 휘둘릴 수 있는 여자요. 튕기든 안기든 자기 중심이 있는 여자요." "뭔가 결핍이 있어서 여자를 통해 채우려는 것 아닌가요?"(형) "그런지도 몰라요."

# 뉴욕에서 영화 찍던 대니얼, 한국 와서 사기 당하다

타블로가 지난해 영화에 도전했던 '비밀'을 알고 있던 형이 분위기를 바꿨다. "영화에도 관심이 많죠." "그럼요. 저 원래 영화 하다 이 일을 하게 되었잖아요. 뉴욕에서 조감독 일을 하다가 한국 연예 기획사 회장님 눈에 띈 거에요."

타블로는 뉴욕에서 김혜수 금성무와 영화 를 만들기도 한 진원석 감독과 영화 작업 중 한 기획사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타블로가 자신이 만든 노래를 듣는 모습을 보고 한국 활동을 제안했다.

"한국에 와서 저를 안 본 회사가 없었어요. 그러다 아시죠? 사기를 맞은 거. 빚이 2,000만원 생기니까 다들 등을 돌리더군요. 잘 되고 나니까 그제서야 같이 일하지 못 해서 아쉬웠다며 이런 저런 부탁을 하더군요. '이 바닥이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는 내가 믿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서 4집 앨범 때 현 소속사랑 재계약을 했죠."

사실 타블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김건모 5집에 참여한 바 있다. < Rainy Christmas >라는 제목으로 쓴 곡이었다. 당시 대니얼 리(Daniel Lee)라는 이름을 썼지만 god의 데니안, 원타임의 데니 등 '데니'가 많아 '타블로'로 이름을 짓게 됐다.

# 수재 타블로, 구구단 못 외워 2년간 학교 쉰 적 있다

형이 한 후배의 질문을 '토스'했다. "도대체 아이큐가 얼마요?" 타블로는 바로 "180은 아니에요. 180이라고 알려진 적이 있어서 그러시죠?"라고 말했다. 타블로의 실제 아이큐는 180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타블로는 술잔 한 잔 대신 담배 한 개피를 택하며 주량을 조절하는 듯 했다. 형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성장 과정이 궁금해요." 타블로는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듯 술잔을 술술 비워냈다. 한국에서 태어나자마자 인도네시아 스위스 캐나다 홍콩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이큐 180에 육박하는 타블로는 희한하게도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초등학교를 포기하고 말았단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외우지 못했어요. 여자 선생님이 저한테 주먹질을 하며 혼냈고 저는 울고 있었죠. 8세 많은 우리 큰 형이 학교로 뛰어와 발칵 뒤집어 놓고 저를 데리고 나왔어요. '학교 안 다녀도 된다'고요. 정말 8개월 동안 학교를 쉬었어요."

곧 캐나다 벤쿠버로 떠난 타블로는 그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1년 정도 쉬다가 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때는 퇴학도 당했다. 타블로가 공부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 돌아와 외국인학교를 다닐 당시 F를 맞고 "약간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타블로는 학업 성적 보다는 시와 희곡 덕분에 스탠포드와 하버드에 동시에 합격했고, 스탠포드에서도 학부 과정을 3년만에 수석으로 졸업했다.

# 장르를 따지면 더 이상 힙합이나 록이 아니다

타블로는 힙합 뮤지션으로는 이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2집을 끝낸 뒤였다. 타블로는 당초 현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으며 연예 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지만 2집이 대중의 반응을 얻지 못하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멤버 미쓰라와 투컷은 저를 믿고 5년을 왔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처음엔 말도 잘 못하고 가족들 보기도 민망했죠. 하지만 오기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대중이 알고 있는 타블로의 모습 때문에 에픽하이의 음악이 평가절하된다는 생각에 억울하진 않았나요?" 누나의 질문에 타블로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타블로는 예능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3집을 성공시켰지만 4집을 앞두고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1년6개월 동안 TV에 안 나가다 4집을 발표했기에 4집이 안 되면 결국 에픽하이 인기가 예능의 인기였다는 이야기가 될 위기였다.

"4집이 잘 되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샘플링을 안 하고도 힙합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제가 방송에 안 나왔다면 힙합 안에서 큰 일 했다고 평가 받았을 텐데 제 이미지 때문에 그렇지 못했어요." 타블로가 '겸손 모드' 대신 자신감을 내비쳤다.

타블로는 "우리나라에서 힙합이나 록을 두고 장르문제를 많이 논하죠. '진짜냐 가짜냐' 따질 때 장르의 기본 질서를 중시해요. 하지만 그것은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힙합과 록의 정신과에 위배되죠"라고 따끔히 말했다.

"다른 신경 안 쓰고 음악을 할 수 있을 만큼 돈은 벌었어요. 하지만 음악을 하는 이유는 중독 되어서죠. 성공과는 상관이 없죠. 자살하려고 했던 사람에게 희망을 준 < Fly >처럼 이기적이기 않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타블로는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있을 에픽하이 단독 콘서트 < EPIKHIGH-The Parade 2007 >을 준비 중이다.

[사진설명] 타블로는 '의외로' 전통주를 마시자고 했다. 왼손으로 오른쪽 팔뒤꿈치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공손히 술을 따른다. 잔을 받고는 한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마신다. 조선시대 서당이라도 온 분위기다. 타블로는 "죄송한데 담배 피워도 될까요"라고 묻고는 담배를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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