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집 'SHE' 발표 국내활동 시작… "악플 때문에 집 밖에도 못나가"

2000년대 초 등장한 '요정' 장나라(26)는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부상할 만큼 귀엽고 선한 이미지로 폭넓게 사랑받았다.

연극배우 출신 아버지 주호성 씨의 도움을 받아 착실하게 연예인으로 생활한 것은 물론 억대 장학금을 모교에 기탁하는 선행을 이었다.

지난 2004년부터는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가수와 연기자로 대륙에 진출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20대 여성 혼자 이룬 성과로는 값지다.

대륙 곳곳의 무대에 오르던 장나라가 고국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새 음반을 발표했다. 5번째 정규 음반 '쉬(SHE)'는 훌쩍 성장한 장나라의 감성이 반가운 음반이자, 오래 기다린 팬들에게도 값진 선물이다.

설 명절을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보냈다는 장나라를 만났다. 시작한 음반활동으로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뜬 그는 '괜찮다'며 웃었다.

장나라가 국내 활동을 시작하기는 지난 2005년 드라마 '웨딩' 이후 2년 만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띠아오만 공주' 등 굵직한 드라마 몇 편의 주인공을 맡았고 음반과 공연으로 숨이 가쁜 활동을 펼쳤다. CF 모델로도 활약했다. 국내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에서도 예의 깜찍한 매력으로 각광받는 중이다.

이런 성공은 반대로 장나라에게 오랜만의 국내 활동이 오히려 어색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가뜩이나 근래 여러 가수가 한꺼번에 음반을 발표해 장나라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효리 언니도 음반 냈잖아요. 어휴, 걱정이에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준비했는데 팬들과 음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를 걸고 있죠."

2004년 중국 진출 앞두고 괴로워 불면증까지

장나라는 수록한 11곡 중 '투나잇(Tonight)'과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의 노랫말을 썼다. 모두 사랑이 소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나라 자신의 이야기기도 하다.

'눈물로 그대가 그리워 하루에 머물러 있는 걸 찬란했던 날들이 빛이었던 그대가 하나하나 내가 되어 숨 쉬는데 달아날 수도 없는 추억에 갇혀 벗어날 수 없어 날 잃은 채로 멈춰져 버린 시절…('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중)'이라는 가사는 곧 직접 겪은 아픔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중국 활동을 앞뒀던 2004년을 떠올리며 장나라는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돌이켰다.

"인터넷에서 나쁜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모두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서 앙코르곡을 불러도 관객들이 '그만 불러'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이런 상태가 계속되니까 나중에는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고 방에 틀어박혀 지냈어요. 정말 곱게 미쳐가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요."

이때부터 불면증이 시작됐다.

"잠을 못 자니까 식욕이 늘어 쉬지 않고 먹기도 했어요. 가끔 잠을 좀 자면 꿈에서 겪은 나쁜 일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았어요. 사람들에게 전화도 못 걸겠더라구요."

친구들과 대화를 해봤지만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자 스스로 '한계에 부딪혔다'고 느꼈다.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대중적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감도 장나라의 고통을 더했다. 감각적인 또래 연예인들과 달랐던 장나라의 이미지는 곧 자신에게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작용한 셈이다.

"더는 갈 데가 없다는 생각에 주변에 도움을 청했죠. 이미지와 현실의 차이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들에게 꼭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도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고민을 해결했어요. 혼자서 끙끙 앓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대중에게 사랑받는 연예인으로서 마냥 행복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장나라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뎠다. 중국 활동을 시작할 무렵 일부에서 '한국서 활동이 뜸해 중국에 갔다'는 소리까지 들었고 이 말을 기억한 중국 기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짜냐'고 되물었다.

4월 영화 촬영 시작…같은 시기 中서 드라마 '굿모닝 상하이' 방영

과하다 싶을 만큼 계속되는 어려움을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던 데는 아버지 주호성 씨의 역할이 컸다. 주 씨는 장나라의 조력자뿐 아니라 연예계의 문제를 지적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주 씨는 최근 장나라 홈페이지(www.narajjang.com)에 '한류와 한국 연예계의 우울증'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딸에게 술집에서 노래 불러달라는 요구를 견디지 못해 경찰청에 문의했지만 비밀리에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연예인의 인권 보호와 조직폭력을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 장나라도 아버지를 챙기는 의젓한 딸로 자랐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요다'를 닮았다며 재롱도 부리지만 최근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걱정이 한 가득인 딸이기도 하다.

훌쩍 성장해 국내 팬 곁으로 돌아온 장나라는 음반 활동을 시작으로 오는 4월 초부터 영화 촬영을 시작한다. 공포와 코미디 영화 중 최종 선택만 남겨둔 상태인데 장나라는 "둘 다 욕심 나는데 두 편 모두 하면 안될까요?"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국내 활동 덕에 잠시 중국 팬을 떠나야 할 처지지만 이미 촬영을 마친 30부작 드라마 '굿모닝 상하이'로 다음달 초부터 2달간 현지 시청자를 찾을 계획이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야무진 장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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