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어린 시절 '상처 아닌 약'… 신화에서 솔로 가수 데뷔 "목숨 걸고 하겠다"

'빌리 진(Billie Jean)'을 부르던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발바닥을 붙이고 미끄러지듯 뒷걸음질하며 추는 춤)'를 선보인다. 전진(본명 박충재ㆍ26)이 "매일 따라한 춤"이라며 잭슨의 절도 있는 팔다리 동작을 똑같이 흉내낸다. 이어 뉴키즈온더블록의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 뮤직비디오를 보다 "이걸 보면 늘 닭살 돋았는데…"라고 중얼거린다.

가을의 깊은 밤, 수백 장의 LP판ㆍ올드 팝 DVD를 보유한 서울 압구정동의 한 바에서 전진과 마주했다. 그의 신청곡들은 '댄싱 머신' 전진에게 댄서의 꿈을 키워준 '로망'이었다.

"초등학교 때 가수ㆍ스타가 아닌, 안무가가 꿈이었어요. 그때 잭슨의 브레이크 댄스를 똑같이 췄죠. 춤은 '선(線)'이 생명이거든요. 가족과 간 음식점에 음악이 흐르면 아버지(가수 찰리 박) 허락을 받아 즉석 춤을 추곤 했죠."

이미 '그 바닥'에서 유명했던 전진은 그룹 H.O.T. 강타의 소개로 서울 오금고등학교 시절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98년부터 9년째 신화로 활동중인 그는 최근 솔로 가수로 데뷔, 첫 싱글을 냈다. "제 우상들을 보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노래가 좋은 건 그런 건가 봐요. 슬픔과 추억이 한꺼번에 떠오르네요." 전진의 눈이 어느새 그렁그렁해졌다.

◇ 양어머니가 생모 찾아줘

전진에겐 세 명의 어머니가 있다. 생모는 전진을 낳은 후 아버지와 이혼, 그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는 두 번째 어머니를 맞았지만 다시 가정불화가 찾아왔다. 이 시기는 지금도 그에게 아물지 않은 상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의 어머니와 다복하게 살고 있다.

"친어머니 얼굴을 불과 몇 년 전까지 몰랐어요. 어느 날 지금 어머니가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해줄게'라고 말씀하셨죠. 저를 가여이 여기셔서 생모를 찾아 만남을 주선했던 겁니다. 그런 분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4년 전 서울 사당역 인근 한 커피숍. 전진은 문이 열릴 때마다 초조한 마음으로 응시했다. 그때 중년의 키 큰 미인이 들어섰다. "한눈에 어머니란 걸 알았어요. 가슴 속으로 '온다 온다'하고 중얼거렸죠. 아들이 연예인인 줄 몰랐던 어머니는 '네가 충재 맞니'라고 물으셨어요."

전진은 한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왜 날두고 가셨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러나 그때 이후 생모와 만나지 않고 있다. 뒤늦게 재가한 어머니에게 전진과 닮은 아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 동생에게 같은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서란다.

"연습생 기간, 신화 활동을 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친어머니 없이 산 어린 시절에 비하면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나중에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꼭 유명해져서 어머니를 찾겠다는 마음 때문이었죠."

◇ 하나님께 의지했던 사춘기

가슴앓이로 지냈던 사춘기 때, 전진은 하나님께 의지했다. 두 번째 어머니와 살던 초등학교ㆍ중학교 시절. "엄마 밥줘"란 표현도 눈치 보여 맘 편히 하지 못했다. 방황에 방황을 거듭했다. 구원의 손길은 하나님이 계신 교회였다.

"교회 사람들은 절 다 사랑해줬어요. 굶고 다니던 제게 밥을 줬고, 집에 들어가기 싫던 제게 잠자리를 마련해줬죠.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매일 분식집에서 오징어덮밥만 먹었어요. 혼자 먹는 게 쑥스러워 늘 신문을 열심히 뒤적거리며 밥을 먹었죠. 공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과산화수소로 머리를 탈색하고 다녔어요. 교회를 다닌후 검정색 머리로 원상복귀하자 목사님이 '하얀 피부에 검은 머리가 얼마나 예쁘니'라고 하셨어요. 눈물이 나더군요."

전진은 늘 기도를 했다. '어머니를 찾게 해달라'고. 이때 교회 찬양팀에서 기타도 배웠다. 지금도 매일 하루 수십 번 마음 속으로 기도를 한다. 낳아준 어머니, 가슴으로 키워준 어머니의 안위를 빈다.

◇ 악동 아닌 속 깊은 청년

대중은 전진에 대한 큰 오해를 하고 있다. '악동' '바람둥이' '사고뭉치'. 그러나 신화 멤버들에 따르면 "속 깊고 정 많고 털털한 성격에 욕심 많은 놈"이란 평가를 들어왔다. 가요계 주당으로도 소문난 그지만 첫 싱글을 내고 발라드 가수로 변신한 지금, 주위의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홀로서기에만 매진하고 있다. 아예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인터뷰 직전 라디오 출연을 마치고 온 전진은 "(이)승철이 형이 라디오 스튜디오 밖에서 라이브로 부른 타이틀곡 '사랑이 오지 않아요'를 듣고선 '지금 AR(All Recored) 아니었냐. (전)진아 난 네가 언젠가 노래 실력을 보여줄 줄 알았다'고 칭찬해주셨다"며 "주위에서 노력했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새록새록 용기가 솟는다"고 했다.

요즘 그는 집에 들어가면 방송 녹화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며 모니터링을 한다. 다시 돌려볼 때마다 고칠 점을 발견한다.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마음이 편해요. 귀가하면 뻗어서 잘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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