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건 후 첫 말문 열어…"처음 부터 다시 시작"

듀크 김지훈 "술김·호기심에 마약, 후회"
마약사건 후 첫 말문 열어…"처음 부터 다시 시작"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라고 힘든 시련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술 취해 한 행동이었지만 내가 왜 그랬을까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지요. 돌이키고 싶지 않습니다."

1999년 데뷔한 2인조 남성그룹 듀크의 김지훈은 올해 봄 마약류를 복용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작년 12월 일본 요코하마의 한 클럽에서 일본인에게 받은 엑스터시 한알을 투약하고, 1월 초 서울 반포동 자택에서 대마초 0.5g을 피운 혐의였다.

사건이 있은 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듀크(김석민, 김지훈)는 반성과 후회로 가득찬 그간의 심경을 27일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날 멤버 김석민은 "듀크로서 지훈이가 7년째 내게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이젠 내가 지훈이 곁에서 의지가 되고 싶다"며 인터뷰 자리에 함께 했다. 1996년 그룹 투투 시절 첫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의 10년 우정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 인터뷰였다.

◇ 김지훈 "칠순 넘은 어머니께 불효 저질렀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얼떨떨합니다. 2월 집으로 찾아온 경찰이 마약 복용 혐의가 있으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외출중인 내게 전화했습니다. 심장이 뛰고 겁이 났지요. 순순히 조사에 응했고 내 행동에 대해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3남 1녀의 막내 아들과 사는 칠순이 넘은 어머니께 큰 충격을 안겨드려 송구스럽습니다."

평소 사교적이고 밝은 성격의 김지훈, 왜 마약에 손을 댔을까.

"술김이었고 호기심이 발동해 한 차례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엑스터시를 복용하자 심한 구토 증세가 있어 '이건 아니구나' 생각했지요. 이후 이런 사실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경찰의 연락을 받았을 때 후회해도 소용없었지요. 놀란 어머니께 '걱정하지 말라.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집을 나서는데 가슴이 아프더군요."

"모르고 있었는가"라고 김석민에게 묻자 그는 "상상도 못했고 언론 보도로 지훈이 얘기를 접한 지인들의 전화를 받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이어 마약에 대한 평소 생각을 털어놓으며 김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도 10대 시절 이태원 다운타운에서 활동할 당시 대마초를 피워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백해무익한 것 아닙니까. 친구들에게 '주위에 마약하는 사람이 있으면 난 무조건 고발한다'고 농담처럼 얘기한 적도 있어요. 지훈이는 상습적으로 복용하지 않은 데다 그런 행동에 대해 내가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얘기할 수 없었을 겁니다."

◇ 김석민 "생활인의 자세 배웠다"

눈총을 한몸에 받으며 홍역을 치른 듀크의 상황은 모든 게 바뀌었다.

김지훈은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술을 먹어야 잠을 잘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김석민 또한 멤버의 잘못된 행동에 덩달아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듀크는 작년 12월부터 준비했던 5집 음반 작업 중 1-2곡의 녹음만 남겨둔 상태였다. 4-5월 발표하고 활동한 후 콘서트도 계획했다. 당시 경제적으로 도움이되는 행사 스케줄도 뭬?김석민은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작년 발표했던 노출을 콘셉트로 한 4집 '포르노그라피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우리의 의도와 달리 등떠밀려 한것이지만 대중의 비난은 한몸에 받았지요. 5집을 통해 과거의 듀크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지훈이 사건이 있은 후 활동을 중단하면서 모든 스케줄은 전면 중단됐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지기 시작했지요."

김석민은 이번 일을 통해 "생활인의 자세를 배웠다"고 했다. 가수라는 한 우물을 파기 위해선 다른 생계수단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김석민은 "어리석게도 뒤늦게 우리가 생활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더 일찍 깨닫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이어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준비중"이라고 말한 뒤 "내가 디자인한 의상을 제작, 판매할 계획이며 지훈이를 비롯해 날 믿고 사랑해준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김지훈은 "나 때문에 형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들어져 고개를 들 수 없었는데도 형은 '지훈아, 그때 한번이 마지막이다'라는 한마디 말 이후 날 혼내지 않아 눈물이 났다"며 미안해 했다.

◇ 듀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듀크의 최고 전성기는 2000년 11월 발표한 2집 수록곡 'Party Tonight'이 2001년 히트를 칠 당시. "이제 우리가 음반을 내서 인기를 얻으면 얼마나 얻겠는가"라고 묻는 듀크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순수하게 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뿐이며 팬들에게 줬던 배신감을 덜고 싶다"는 희망을 털어놓았다.

김지훈은 "과거를 곱씹으며 사는 건 소용없지만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돼도 한 동안은 '마약한 놈'이라고 손가락질 당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지만 새로 시작하고 싶다"며 진심 어린 속내를 고백했다.

듀크는 10월 일본 오사카 한인회가 주최하는 '원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으로 첫 공식 스케줄을 시작한다. 11-12월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콘서트 무대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석민은 "지훈이는 마음의 상처를 무척 잘 받는 성격"이라면서 "안 좋은 일에는 내가 방패막이가 돼야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이번 일에 대해선 내가 해줄 게 아무 것도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람들이 지훈이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주고 듀크의 활동 모습도 애정을 갖고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7-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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