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선수단과 강성형 감독. ⓒKOVO
[인천=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압도적 선두' 현대건설이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4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1, 25-13)으로 완승을 거뒀다.

깔끔한 승리였다. 이날 생일을 맞은 양효진이 16득점, 공격 성공률 66.67%를 찍으며 효율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외인 에이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은 경미한 발목 부상을 안고 뛰었는데도 15득점으로 제몫을 다했다. 특히 5개의 서브에이스가 일품이었다. 상대의 약점인 리시브를 파고들어 3-0 셧아웃 승리를 완성시켰다.

현대건설은 시즌 개막 후 12연승을 달리며 V-리그 개막 후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썼다. ‘파죽지세’의 현대건설은 지난 7일 한국도로공사에게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으며 2-3으로 패했다. 양 팀 모두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마지막 5세트까지 가는 명승부였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분명 ‘졌지만 잘 싸운’ 승부였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을 꺾으며 다시 연승을 이어간 현대건설은 시즌 14승 1패, 승점 42점으로 질주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0~2021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던 팀이다. 4년간 동행했던 이도희 감독이 물러나고 강성형 감독을 선임하며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하지만 ‘트레블’에 빛나는 GS칼텍스를 포함해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가 건재한 상황에서 현대건설은 봄배구 진입이 현실적인 목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건설은 순식간에 다른 팀으로 변모해 있었다. 지난 KOVO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던 현대건설은 이제 유력한 우승후보로 리그를 휩쓸고 있다.

현대건설의 야스민. ⓒKOVO
▶ 강성형 감독이 꼽은 가장 달라진 점, 서브

흥국생명전 승리 이후 만난 강성형 감독에게 올 시즌 가장 잘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무엇인지 물었다. 강 감독은 별다른 고민없이 “제일 강조했던 서브”라고 답했다. 실제 기록이 증명한다. 15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세트당 1.589개의 서브 득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0.732개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 30경기를 치르며 90개의 서브에이스가 나왔는데, 올해는 그 절반인 15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이미 89개를 기록했다. 이렇게 서브가 강해진 것에는 ‘외인 에이스’ 야스민의 합류가 결정적이다. 야스민은 현재 서브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세트당 0.509개를 성공시키며 2위 모마(GS칼텍스·0.373개)와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강성형 감독은 “(야스민의) 서브는 솔직히 기대 안했는데, 잘 적응해서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서브 할 때 토스 위치, 볼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이며 타이밍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부분을 많이 언급하며 지도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의 양효진. ⓒKOVO
▶ ‘거요미’ 현대건설 프랜차이즈 스타 양효진의 부활

양효진은 2007년 입단 후 15년간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고 팀의 센터라인을 지키고 있다. 현대건설 팬들은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도 언제나 제몫을 하는 양효진에게 ‘거요미’라는 별명까지 붙여주며 애정을 드러냈다.

13년차 시즌이었던 2019~2020시즌에도 정규리그 MVP를 수상할 정도로 꾸준한 모습을 유지해온 양효진이다. 특히 블로킹 부문에서는 프로 3년 차가 되던 2009~2010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무려 11시즌 연속으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랬던 양효진이 지난 시즌에 ‘양효진답지 않은’ 부진을 겪기도 했다. 지난 시즌 4라운드가 마무리 될 때까지 블로킹 전체 10위권을 맴돌았다. 5라운드에 다시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기록한 세트당 0.545개 블로킹은 커리어 로우에 해당한다. 블로킹 부문 5위까지 밀려난 것도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랬던 양효진이 완전히 부활했다. 후배 센터 이다현과 함께 든든하게 현대건설의 높이를 책임지고 있다. 양효진은 공격성공률 56.01%로 249득점을 올리며 전체 7위, 국내 선수 중에선 1위를 달리고 있다. 블로킹도 세트당 0.75개로 옐레나에 이어 전체 2위를 달리며 호시탐탐 선두를 겨냥하는 중이다.

현대건설의 정지윤. ⓒKOVO
▶’슈퍼백업’ 성공적인 윙스파이커 전향, 정지윤의 가세로 깊어진 선수층

현대건설의 주전 레프트는 황민경-고예림 듀오다. 리시브와 수비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두 레프트가 코트를 지키는 동안 현대건설은 야스민과 양효진 쌍포를 활용한 공격루트를 주로 이용한다.

물론 황민경과 고예림도 득점 루트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황민경은 99점(성공률 31.27%), 고예림은 94점(성공률 34.73%)을 각각 올려주며 필요할 때 점수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강성형 감독은 레프트 자원의 체력 안배 혹은 좀 더 화끈한 공격력이 필요한 순간이면 지체없이 정지윤 카드를 꺼낸다.

정지윤은 프로 입단 후 줄곧 미들블로커로서 3시즌을 보냈지만 올해 윙스파이커로 전향을 선언했다. 그리고 2라운드부터 차츰 출전 기회가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감독의 바람대로 파워풀한 스파이크로 득점을 올리며 야스민과 양효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슈퍼백업’으로 자리잡았다.

정지윤은 올시즌 14경기 46세트에 나서 107득점을 올리고 있다. 공격성공률은 46.34%에 달한다. 팀 내 점유율 최소 기준(20%)에 미치지 못해 공식적인 순위 집계에 포함되진 않지만 성공률만 놓고 보면 리그 탑급에 해당하는 수치다.

팀의 수장을 교체한 후 한 시즌만에 ‘환골탈태’해 완전히 달라진 팀이 된 현대건설이다. 다시 연승가도에 진입한 현대건설은 오는 17일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만 문제없이 가져온다면 향후 일정을 고려해볼 때, 연승이 다시 길어질 확률이 높다. 이들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V-리그 여자부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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