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Sport Industry) 칼럼

골프장 인수합병 거래액 한 해 1조원 돌파…순수익 100억원 이상 골프장 수십 곳

사진=스카이벨리CC 골프장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골프장의 매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최근 2년 여간 코로나19 확산으로 골프 애호가들의 해외 원정 라운드가 사실상 불가능해 진데다 감염병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야외 스포츠 시설이란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제주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제주 지역내 골프코스를 이용한 내장객은 209만440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평균 약 23만명 이상이 골프장을 찾은 셈인데 코로나19가 성행하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전국의 골프장 들썩이고 있다. 채무불이행과 적자 운영 등으로 허덕이던 골프장이 즐비하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되려 국내 골프장들의 영업이익 평균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후 40%를 넘겼다. 일년에 순수익만 100억원 이상 내는 골프장도 수십 여 곳에 달한다.

◆불 붙은 골프장 인수합병…재무적 투자자(FI) '단골'

지난해 주인이 바뀐 골프장은 전국적으로 10여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해 M&A(인수합병) 거래 건수만 놓고 봐도 최근 3년새 가장 많은 실적이다. 연간 M&A 거래 액수도 3년 연속 1조원을 웃돌았다. 홀 당 매입 가격도 80% 이상 올라 매물에 따라 50억~95억원까지 치솟았다.

18홀 기준 가장 높은 매매가를 보인 골프장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사우스스프링스CC다. 지난해 거래가 성사된 이 곳은 매매가 약 1710억으로 홀 당 기준 95억원에 팔렸다. 27홀과 36홀 골프장 중에는 강원도 홍천의 클럽모우와 스카이밸리CC(경기 여주)가 각각 홀 당 70억과 72억으로 가장 높은 가격대로 거래됐다.

인수자의 성격이 달라진 점도 특징이다. 국내 골프장은 전통적으로 기업과 재력가 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2~3년새 거래 실적을 살펴보면 재무적 투자자(FI·Financial Investor)의 참여가 눈에 띠게 늘어났다. 투자그룹인 FI는 사업의 경영과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를 뜻한다.

표=전국 주요골프장 거래현황
지난해 거래된 10여곳의 골프장중 이들 FI가 사들인 골프장은 7곳이다. 시중 금융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골프장을 사들인 1곳의 사례를 포함하면 80% 이상이 소유와 경영권 보다는 수익형 자산가치를 보고 배당금과 원리금 수익을 목적으로 골프장 인수에 참여한 경우다.

삼정KPMG 골프장자문팀 관계자는 "국내 골프산업은 불과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추세였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적 긍정 효과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골린이(골프+어린이)' 확산 등의 새문화가 등장하면서 업장의 가치 또한 재평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형태의 투자자들이 안전성이 높은 은행에 예금을 예치하듯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골프장 M&A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되고 있다"며 "매력적인 골프장 매물에 대한 인수의향자들의 매수 경쟁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업장 수…'하늘 길' 회복 등은 리스크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반짝' 특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되고 참여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그로 인한 골프장 '몸 값'엔 적지 않은 거품이 끼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려를 키우는 건 골프장 수 증가세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중인 골프장 수는 18홀 기준 567개소에 달한다. 국내 골프인구와 확장성 등을 감안할 때 500개가 최대치가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을 훌쩍 뛰어 넘은 상태다. 더욱이 앞으로 5년 내 약 100곳의 새로운 골프장이 생겨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사우스스프링스CC 골프장 제공
코로나19 이후 일상으로의 회복도 골프장업계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해외로 향하는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세계적인 휴양지들이 앞다퉈 손님 맞이에 나서고 있다. 현지 격리를 위한 호텔 제공과 코로나19 PCR 검사비용 전액지원은 물론이고 격리중 골프연습장 이용도 가능해 인기가 높다.

사이판에서 7박8일중 5일간 골프라운드(90홀)를 즐길 수 있는 여행상품은 왕복 항공료를 포함해 150만원대에 선보였다. 선착순으로 모집한 해당 상품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주말 평균 1인당 20만원대 이상으로 천정부지 치솟은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를 감안 할 때 시사하는 점이 크다.

최성권 에나프투어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제주와 경상도 등 지방 골프장으로 1박2일 떠나는 새로운 국내 여행 패턴이 유행이었다"며 "최근엔 사이판과 하와이 등 미국령을 중심으로 비행편이 정상화되고 현지 관광청의 파격적인 지원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해외 골프여행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골프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골프장 매매에 대한 물밑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골프장업계의 현재 실적과 골프장 수 증가와 일상 회복을 앞둔 불확실 등의 양면성을 놓고 볼 때 팔려는 측과 살려는 쪽 모두가 올해를 '적기'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골프장업 전반의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짐 황 에이지엘(AGL) 대표는 " 전국 450~500개 수준을 국내 골프장의 포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이용자 편의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만이 코로나19 이후 상황에서도 내장객 만족도를 높여 수익 극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 골프장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년 여전과 같은 관리자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디지털화와 젊은 층 골프인구 증가, 골프의 대중스포츠화 등의 상황에 걸맞는 특화서비스 개발과 이용자 중심의 통합시스템 구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정우 칼럼리스트 소개 및 약력

경제지와 연예지, IT매체 등을 거치며 스포츠와 생활문화, IT 분야 등의 취재를 맡아왔습니다. SI(Sport Industry)칼럼을 통해 국내외 산업 현장의 이슈와 트렌드 등을 깊이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현 세계미디어 편집인
-전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차장
-전 한경텐아시아 발행인
-전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이사
-전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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