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냉정했던 예상들이 들어맞고 말았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선수는 돌아오지 못했고 그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인원 부족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홈으로 돌아와 NBA 파이널 3차전을 치렀지만 토론토 랩터스에게 109-123으로 패했다. 경기 시작 2분30초 후 약 20초 동안 가졌던 1점차 리드를 제외하면 줄곧 토론토에게 리드를 내줬다. 그리고 결국 4쿼터 중반 최대 17점차까지 뒤지며 백기를 들어야 했다.

2차전 전반전에 최대 12점차까지 뒤졌다가 후반전에 완벽하게 분위기를 뒤집으며 승리를 거둬 사기를 올렸던 골든스테이트지만 주전 슈팅 가드 클레이 탐슨(29)을 잃은 것은 너무 큰 비용이었다. 당시 4쿼터 8분여를 남기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탐슨은 3차전 출전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지만 결국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현재 골든스테이트에 스타 득점원은 포인트 가드 스테픈 커리(31) 한 명이다. 11경기 동안 평균 34.2득점을 올렸던 포워드 케빈 듀란트(31)가 8경기 연속 결장에 복귀 예상 일자도 불투명한 가운데 19.5득점을 올렸던 탐슨마저 빠져 커리에게 부과된 임무가 막중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골든스테이트는 커리가 폭발했지만 패했다. 본인의 플레이오프 커리어 109경기 중 가장 높은 47득점을 커리가 올렸지만 팀 전체적으로 더욱 폭발한 토론토를 따라잡기는 힘들었다.

9.5m 거리 3점슛도 성공시키는 등 커리가 절묘한 기량을 선보였지만 팀으로서의 화력은 토론토가 훨씬 크게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반대로 토론토는 실로 황금 같은 기회를 맞이해 허비하지 않았다.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치른 21경기 중 2번째로 가장 높은 52.4% 야투율을 통해 2번째로 가장 큰 123득점을 올리며 골든스테이트의 헐거워진 수비로 인한 혜택을 듬뿍 누렸다.

그렇다면 골든스테이트는 탐슨의 공백으로 어디에서 힘을 잃었을까. 반면 토론토는 어떤 기회를 누린 것일까.

▶라인업 대결

토론토의 주전 라인업은 한결 같다. 카일 라우리(33)-대니 그린(32)-카와이 레너드(28)-파스칼 시아캄(25)-마크 가솔(34) 5인조는 플레이오프 21경기 연속으로 나선 선발 라인업이다.

즉 토론토는 건강 측면에서 큰 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시즌 67경기 동안 평균 20.2분을 소화했던 벤치 포워드 OG 아누노비(22)가 현재까지 플레이오프 동안 단 한 번도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플레이오프 도중 잃은 인적 자원은 없다.

반면 골든스테이트 쪽 주전 라인업은 또 바뀌었다. 커리-숀 리빙스턴(34)-안드레 이궈달라(35)-드레이먼드 그린(29)-드마커스 커즌스(29) 5인조가 나섰다. 플레이오프 커리어 120경기 만에 처음으로 빠진 슈팅 가드 탐슨을 대신한 선수로서 리빙스턴이 나섰지만 17분20초 출전에 그쳤다.

대신 43분15초를 뛴 커리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채운 가드는 26분38초의 벤치 인원 퀸 쿡(26)이었다. 하지만 9득점 2어시스트 2턴오버의 쿡도 유의미한 긍정적 변수는 되지 못했다. 특히 팀의 수비가 가장 나빴던 시점이 쿡이 코트에 섰던 시간이었다.

골든스테이트의 선발 5인조는 11.8분 동안 코트를 공유하며 -7점차의 적자를 냈다. 나름 201cm 신장 탐슨의 수비 공백을 고려해 188cm 신장 쿡보다 201cm 신장 리빙스턴을 먼저 내보냈지만 이 라인업이 수비에서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NBA닷컴에 따르면 이 5인조가 코트 위에 있는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100포제션 당 128.0실점을 내줬다. 경기 전체 48분 동안 100포제션 당 124.2실점보다도 나쁜 수비지표다. 그리고 공격지표도 경기 전체 100포제션 당 110.1득점에 비해 주전 5인조는 104.2득점에 그쳤다.

▶커리의 고군분투에 맞춰주지 못한 나머지 GSW 동료들

커리에게 플레이오프 47득점은 2012~13시즌 2라운드의 44득점 이후 6년 만에 나온 본인의 최고 기록 경신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커리의 플레이오프 최고 득점 2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는 모두 패배를 남겼다.

45.2% 야투율과 42.9% 3점슛 성공률을 통한 47득점 외에도 커리는 8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을 통해 정말 혼신을 다한 경기 모습을 숫자로도 표현해냈다. 루즈 볼을 향해 주저 없이 몸을 던지는 모습 등 커리는 팀의 에이스이자 지휘자로서 할 바를 다했다.

하지만 NBA 파이널 3차전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플레이오프 자신들의 19경기 중 가장 낮은 39.6% 야투율을 기록했다. 이전의 가장 낮은 43.6% 야투율이 같은 NBA 파이널 시리즈 1차전에서 나왔다가 다시 또 떨어졌다.

여기엔 토론토 수비의 힘도 컸다. 특히 4쿼터 초반 골든스테이트 쿡은 2포제션 연속 속공 기회를 잡았지만 그때마다 대니 그린과 서지 이바카(30)가 각자 그의 레이업들을 쳐내는 멋진 블록을 선보이며 분위기 전환을 방해했다. 이바카는 6블록이나 기록하며 한창 젊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 선수들이 주어진 공격 기회를 잘 살려내지 못한 것도 컸다. 패스로 생긴 좋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일들이 많았다.

패스를 받은 선수가 야투를 성공시켰을 때 어시스트로 인정받을 패스를 잠재적 어시스트(Potential Assist)라 했을 때, 골든스테이트는 시즌 동안 리그에서 가장 많은 52.5 잠재적 어시스트 중 실제 29.4어시스트를 뽑아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동안에도 가장 많은 51.4 잠재적 어시스트 중 28.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NBA 파이널 3차전에서는 55회의 많은 잠재적 어시스트 패스를 실행했지만 실제 이어진 것은 25어시스트뿐이었다. 반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반면 같은 경기에서 토론토는 46 잠재적 어시스트 중 30어시스트를 뽑아냈다.

골든스테이트에게 오픈 외곽 슈팅 실패도 안 좋았지만 골밑으로 이어진 패스들도 득점으로 잘 연결되지 않아 아쉬웠다. 이런 모습은 탐슨의 공백 탓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가 있었다 해도 문제가 될 만한 장면들이 제법 보였다.

비록 꽤 낮은 샐러리로 계약한 커즌스지만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예전 성과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AFPBBNews = News1
▶커즌스는 결국 긍정적 변수가 되지 못할까

커리어 평균 21.2득점 10.9리바운드의, 6시즌 연속 올스타 선정 이력의 커즌스가 현재 보이지 않고 있다. 2차전 10리바운드 2블록에 더해 6어시스트로 팀의 분위기에 크게 일조했던 모습도 3차전에 뜻대로 풀리지 않으며 득점 위력 감소가 더욱 두드러지고 말았다.

커즌스가 NBA 파이널 동안 시도한 총 17회의 야투 중 그물을 가른 것은 4개(23.5%)뿐이다. 1라운드에서 시도한 13회의 야투 중에서도 들어간 것은 4개(30.8%)뿐이다.

즉 9년차 커리어 중 처음으로 맞이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커즌스는 26.7% 야투율의 평균 5.8득점이라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커즌스의 커리어 야투율은 46.1%이며 올시즌에는 48.0% 야투율로 평균 16.3득점을 기록했었다.

이렇다보니 가뜩이나 인원 손실이 큰 골든스테이트에서 커즌스의 기여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특히나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큰 수비 위력을 자랑해왔던 센터 가솔과 자주 부딪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커즌스는 가솔과 총 54포제션에 걸쳐 맞붙는 동안 그 앞에서 7회의 야투를 시도했지만 1개(14.3%)만 성공시켰다. 올시즌에는 전에 맞붙은 적이 없지만 지난 시즌 103포제션에 걸쳐 맞붙었을 때는 30.3% 야투율을 기록하며 역시 안 좋은 상성을 보여준 바 있다.

평균 20.4분을 소화하던 벤치 센터 커본 루니(23)마저도 2차전에 부상으로 아웃된 현재 골든스테이트의 센터 운용은 커즌스와 앤드류 보것(35)으로 크게 폭이 줄었다. 여기에서 커즌스가 살아나지 못하면 다른 희망의 불꽃이 살아날 여지가 썩 없는 편이다.

▶거칠 것 없는 공룡이 된 토론토

골든스테이트의 NBA 파이널 3차전을 두고 공격 진영 성과를 탓하기엔 너무나 토론토의 공격이 거셌다. 토론토의 야투와 자유투들이 너무나 잘 들어갔기 때문에 골든스테이트의 노력들이 허사로 돌아가곤 했다.

현재 플레이오프 동안 34.9%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인 토론토는 NBA 파이널 3차전에서 가장 높은 44.7%를 기록했다. 그리고 덩달아 82.9%를 기록 중인 자유투 성공률도 21회 중 단 하나만 실패하며 최고치 95.2%를 기록해냈다.

토론토의 슈팅이 워낙 잘 들어간 것도 있었지만 골든스테이트가 너무 많은 오픈 기회를 허용한 면도 있었다. ⓒAFPBBNews = News1
52.4% 야투율을 기록한 토론토 선수들 중 50% 미만 야투율을 기록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헐거워진 골든스테이트 수비를 토론토가 잘 이용했다는 뜻이다.

특히 토론토에게 반가운 것이 10회 중 6개의 3점슛을 꽂아 넣은 대니 그린의 활약이었다. 이번 3차전에서 그린의 슈팅은 오로지 3점 라인 밖에서만 나왔는데 이는 토론토의 공격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풀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유능한 1대1 수비수 탐슨의 공백 탓인지 골든스테이트는 토론토 공격수의 드리블 움직임에 대해 쏠리는 경향이 커 보였다. 이 탓에 토론토에게 많은 오픈 기회들이 나왔고 높은 성공률의 슈팅으로 연결됐다.

앞선 2경기 동안 38.2% 야투율에 그쳤던 에이스 레너드도 3차전에 52.9% 야투율을 선보이며 감을 되찾은 신호를 보였다. 만약 토론토 선수들의 슈팅 감각이 현격히 꺼져 들어가지 않는다면 골든스테이트에게 반격의 가능성은 높아질 수가 없다.

반칙 시점보다 한 박자 느린 심판의 휘슬과 판단 실수 등 이번 NBA 파이널 3차전 경기는 선수들의 플레이 외적으로도 좋은 질의 상품은 아니었다. 여기에다 스타들의 결장까지 겹치며 더욱 아쉬운 경기가 됐다.

즉 골든스테이트 입장에서 1승3패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오는 8일 4차전 탐슨이나 듀란트의 복귀가 절실하기도 하지만 보다 흥미 있는 NBA 파이널 경기를 위해서라도 되도록 온전한 전력 복귀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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