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플레이오프에서 4시즌 연속 서부 컨퍼런스를 제패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공격도 수비도 잘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축에 있는 선수가 드레이먼드 그린(29)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1번 시드 골든스테이트의 NBA 파이널 행은 현재 크게 장담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 적진에서 3번 시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게 110-99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3승0패에 도달한 팀이 시리즈를 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만큼 일방적 우세와 열세가 나온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골든스테이트-포틀랜드 시리즈도 다소 기울어진 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국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가 그린이다. 때로는 파워 포워드로서, 때로는 센터로서, 그린은 팀이 활력소를 갖게 만드는 결정적 움직임들을 보여준다.

상대방 에이스 가드 대미안 릴라드에게 가한 압박 등 그린은 팀 수비 체제의 핵심으로서 지대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이번 3차전은 이런 그린의 활약이 더욱 도드라졌다. 50.0% 야투율로 20득점 13리바운드 12어시스트 4스틸 1블록을 기록하며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생애 첫 우승을 거둔 2014~1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그린은 매번 1경기씩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그런데 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3번째다. 각 라운드 별로 한 번씩 작성했다.

이런 트리플더블이 꼭 빛나는 활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득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했던 2라운드 3차전에서 팀은 연장전 끝에 휴스턴 로켓츠에게 121-126으로 패했다.

하지만 공격 및 수비 양 진영에서 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그린의 활약을 요약해주는 숫자로써 트리플더블은 제법 의미가 있다. 이런 그린이 있기 때문에 골든스테이트는 에이스로서 활약해 왔던 케빈 듀란트가 빠져 있어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특히 현재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가 들어오기 전의 그 골든스테이트의 농구를 통해 승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린은 골든스테이트의 농구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팀 수비의 중심축

농구의 수비에서 그 선수의 존재로 인해 다른 선수들의 수비 부담이 덜어지는 경우가 있다. 골든스테이트에서는 그린이 그런 선수다.

올시즌 플레이오프 동안 평균 1.3스틸 1.7블록을 기록 중인 그린이 자신 앞의 공격수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유형의 수비수까지는 아니다. 현재 포틀랜드와의 시리즈에서 가장 자주 맞상대하는 모리스 하클리스의 경우 그린 앞에서 16회의 야투 시도 중 9개(56.3%)를 성공시켰다.

대신 그린은 팀의 수비 진형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유형이다. 동료가 주 담당으로 맡고 있는 선수에 대해 협력 수비로 큰 힘을 실어준다. 이런 양상이 꾸준히 반복되면 팀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NBA닷컴에 따르면 골든스테이트는 현재까지 플레이오프 725분 동안 100포제션 당 110.2실점을 허용 중이다. 이런 가운데 그린이 코트 위에 있던 560분 동안에는 100포제션 당 107.3실점을, 그린이 빠진 165분 동안에는 112.9실점을 허용했다.

즉 코트 위 존재에 따라 골든스테이트의 수비력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고 있는 선수가 그린이다. 코트 중심에 그린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나머지 선수들의 수비 난이도가 달라지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전원이 신나게 득점하게 만들기

이번 3차전에서 그린은 올시즌 플레이오프 경기들 중 최고 기록인 12어시스트를 건넸다. 또한 전 시즌 2라운드 2차전의 12어시스트와 커리어 플레이오프 공동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이 12어시스트는 총 6명 동료들의 득점에 도움을 줬다.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안드레 이궈달라, 커본 루니, 조던 벨, 션 리빙스턴이 혜택을 봤다.

이 중 커리의 3점슛 2개와 탐슨의 미드레인지 야투 2개를 제외하면 모두 덩크와 레이업들로 이어진 어시스트들이다. 그린의 시즌 평균 6.9어시스트, 플레이오프 평균 8어시스트에 담긴 내용도 이런 그림과 비슷한 구성이다.

자신과 동료들이 신나게 만드는 플레이를 펼칠 줄 아는 그린이 있기 때문에 골든스테이트는 3점슛이 아니어도 강력한 공격력을 떨칠 수 있다. ⓒAFPBBNews = News1
골든스테이트는 골밑으로 달려드는 컷인과 스크린을 통해 외곽에서 수비를 따돌리고 슛하길 즐겨하는 팀이다. 정규 시즌이든 플레이오프든 컷인 및 외곽 스크린을 통한 점프슛 사용 빈도가 리그에서 가장 높은 팀이 골든스테이트다. 골든스테이트와 2번째로 빈도가 높은 팀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정도다.

이런 골든스테이트이기 때문에 2014~15시즌부터 5시즌 연속 경기 당 어시스트 리그 1위를 달려왔다. 플레이오프에서는 2번째에 오른 2017~18시즌을 제외하고 2014~15시즌 이후 매번 1위였다.

여기에서 열쇠가 그린이다. 힘 있는 드리블을 구사할 수 있는 빅맨으로서 그린은 타고난 감각과 시야를 통해 좋은 기회에 있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건넨다. 특히 동료의 컷인을 살리는 데에는 팀 내 최고의 수준을 보여준다. 때문에 에너지 넘치는 선수와 뛸 때 효과가 더욱 좋아진다.

현재 그 에너지 넘치는 선수가 센터 루니다. 이번 3차전 루니에게 향한 2어시스트가 레이업과 덩크였고 3차전에서는 7어시스트 중 4어시스트가 루니의 덩크와 레이업으로 연결됐다. 그 중 두 번은 고공패스인 앨리웁으로 이어졌다.

독자적으로 득점을 해결하는 능력에 있어 리그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듀란트가 없어도 골든스테이트가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데에는 때때로 신들린 듯한 슈팅을 보여주는 커리 및 탐슨과 함께 평소 비중에 상관없이 어느 동료에게든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그린의 공이 크다.

▶약속의 3쿼터를 진두지휘

포틀랜드 입장에서는 2경기 연속 다 잡은 대어를 놓치고 있다. 2차전에서는 3쿼터에 만든 경기 최다 17점차 리드를, 3차전에서는 2쿼터에 만든 최다 18점차를 소진하며 패했다.

저 큰 점수 차들은 모두 3쿼터에 깨끗이 사라졌다. 강력한 우승후보 팀으로서 올라선 이후 3쿼터의 평균 점수 마진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팀답게 골든스테이트는 전반전의 다소 미진한 경기력을 대폭 수정해 포틀랜드를 당혹케 만들었다.

2차전에서는 3쿼터를 39-24으로 앞서며 동점으로 마감, 3차전에서는 29-13으로 앞서며 3점차 리드로 마감했다. 여기에서 그린은 수비를 통해 포틀랜드가 늪에 빠지도록 만든 동시에 공격에서도 꽤 아픈 펀치를 날렸다.

특히 3차전 3쿼터에서는 10득점을 올린 커리와 함께 6득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한 그린이 빛났다. 3쿼터 12분을 다 뛰면서 2득점에 그친 포틀랜드의 에이스 대미안 릴라드와 대비되면서 양 팀의 전력이 비교되는 때이기도 했다.

듀란트가 없어도 이미 골든스테이트는 그린과 커리라는 팀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두 인물들로 크나큰 위력을 보여줬던 바 있다.
▶시즌보다 훨씬 두드러지는 플레이오프 활약

2016~17시즌 올해의 수비수에 선정된 그린이지만 그 이후 두 시즌 동안에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와는 거리가 제법 있었다. 시즌 동안 그린의 수비 강도는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섰을 때의 그린은 달랐다. 우승을 거둔 지난 시즌에도, 컨퍼런스 파이널 통과에 한 발짝만 남겨둔 올시즌 현재에도, 그린은 리그 최고의 수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3점슛은 플레이오프 동안 20.0% 적중률로 말을 듣지 않고 있는 편이지만 전체 야투율은 커리어 최고인 51.9%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플레이오프 전 시즌 평균 8.1어시스트와 올시즌 현재 8어시스트를 통해 팀 내 최다 어시스트 기록자로서 팀의 완성된 공격력에 큰 열쇠가 되고 있다.

때문에 플레이오프에 비해 시즌 동안의 그린은 다소 설렁설렁하게 플레이하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우승에 중점을 맞추고 있는 팀의 선수로서 이런 양상은 나쁠 것도 없어 보인다.

2015~16시즌 NBA 파이널 때 부적절한 플레이로 1경기 징계를 받으며 그린은 팀에 치명적인 피해를 남긴 적이 있다. 그만큼 중요한 선수라는 반증이기도 했고 계속해서 그린이 계속 주의해야만 하는 한 가지 유의사항이기도 하다. 이런 것만 주의하면 그린은 골든스테이트에게 우승을 위한 중요한 열쇠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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