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서 에이스 스타의 존재는 중요하다는 것을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를 통해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경기마다 잘 싸웠지만 결과는 가장 먼저 퇴장한 팀이 됐다.

동부 컨퍼런스 5번 시드 인디애나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1라운드 4차전에서 4번 시드 보스턴 셀틱스에게 106-110으로 패하며 4연패 스윕의 결과를 받았다. 인디애나 외에 아직 0승3패의 다른 2팀이 있지만 하루 먼저 일정이 잡힌 인디애나가 가장 빨리 물러나게 됐다.

시리즈 동안 단 1승도 건지지 못했지만 인디애나를 두고 못 싸웠다고 단언하기엔 어렵다. 경기별 최종 점수 차가 가장 커야 10점차였고 평균 7.5점차로 끝났다. 4쿼터 최대 22점차로 벌어졌던 1차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3경기에서는 경기 막판 두어 번의 포제션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막판 승부가 계속해서 인디애나의 발목을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고비마다 인디애나가 정체되는 동안 승기를 잡았던 쪽은 보다 재능이 풍부한 보스턴이었다.

플레이오프 동안 평균 18득점을 올리며 팀의 득점 선두로서 나선 보얀 보그다노비치는 다음 시즌에도 인디애나의 유니폼을 입고 나올까. ⓒAFPBBNews = News1
평균 18.8득점으로 팀 내 득점 선두였으며 2시즌 연속 올스타 선정을 받아 온 빅터 올라디포(27)가 다리 부상으로 1월말부터 시즌아웃 됐던 것이 결국 올시즌 인디애나에게 결정적 재앙이었다.

올라디포가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1월24일 인디애나는 32승15패(승률 68.1%)로 컨퍼런스 3위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올라디포가 빠진 뒤로 16승19패를 기록하며 48승34패(승률 58.5%), 컨퍼런스 5위로서 마감해야 했다. 올라디포가 부상을 피했더라면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인디애나가 홈코트 우위를 잡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며 인디애나는 큰 결단들이 기다리는 오프시즌에 돌입하게 된다. 최근 오프시즌들 중 이번 여름은 인디애나에게 매우 큰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현 소속 선수들 중 다수가 프리 에이전트가 되기 때문이다.

▶연속된 클러치 상황의 아쉬움

앞서 언급했듯 1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 막판마다 보스턴과 인디애나는 승부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에 돌입했다. 2,3차전은 동일하게 각각 8점차로 끝났고 4차전은 4점차로 끝났는데 매번 막판에 5점차 이내로 접어든 순간들이 있었다.

시즌 동안 인디애나는 올라디포가 빠지기 전까지 클러치 승부에 있어 강한 팀이었다. 경기 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의 클러치 상황에 접어들었을 때 1월24일까지의 인디애나는 15승6패(승률 71.4%)를 거뒀다. 이는 당시 리그 1위의 클러치 전적이었다.

반면 올라디포가 빠진 뒤로는 클러치 상황에서 8승12패(승률 40.0%)를 거쳤다. 이는 해당 기간 리그 공동 23위의 클러치 전적이다. 시즌 전체로 보면 리그 10위의 23승18패(승률 56.1%) 클러치 전적이지만 이렇게 내부 사정을 보면 분명 후반기 인디애나는 클러치 상황에서 잘 버티지 못한 팀이었다.

올라디포의 개인 클러치 성과를 보면 앞서 언급한 인디애나의 클러치 전적 변화가 우연이 아니었다. 클러치 상황의 15경기에 참여한 올라디포는 클러치 상황 동안 63.2% 야투율로 경기 당 5.1득점을 올렸다. 이는 10경기 이상 클러치 상황에 참여한 리그 선수들 중 1위의 득점 기록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1라운드 동안 보스턴과 인디애나는 3경기에 걸쳐 총 8분여의 클러치 상황을 거쳤다. 여기에서 보스턴이 62.5%의 야투율로 25득점을 올리는 동안 인디애나는 33.3%의 야투율로 9득점에 그쳤다. 또한 보스턴은 0턴오버인 반면 인디애나는 2차전의 치명적 인바운드 패스 실패 포함 2턴오버를 범했다.

▶다수의 행보가 불투명한 오프시즌

시즌 일정이 사실상 끝난 인디애나는 이제 다음 시즌의 선수단 구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느 정도의 충원이 아닌 대규모 인원 변경이 나올 수도 있기에 그 고민의 크기가 꽤 크다.

올시즌 인디애나에서 출전시간 평균 10분 이상을 기록했던 11명 중 다음 시즌에도 계약이 이어지는 선수들은 5명뿐이다. 에이스 가드 올라디포를 필두로 빅맨들인 마일스 터너(23)와 도만타스 사보니스(23), 그리고 포워드 덕 맥더밋(27)과 가드 애런 할러데이(23)다.

정규 주전 측면에서 보자면 올라디포와 터너만 남게 된다. 줄곧 선발로 뛰었던 포워드들인 보얀 보그다노비치(30)와 태디어스 영(31), 가드들인 대런 칼리슨(32)과 웨슬리 매튜스(33)는 계약이 종료된다.

한 시즌을 아쉽게 보내야 했던 올라디포는 다음 시즌 인디애나를 높은 무대까지 이끄는 에이스로서 돌아올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여기에다 주요 벤치 인원들이었던 가드 코리 조셉(28)과 타이릭 에반스(30)도 결정에 따라 남을 수도, 떠날 수도 있다. 이런 주요 선수들 중 누구를 남기고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 인디애나의 선수단은 모양새가 꽤 달라질 수도 있다.

일단 계속 남게 되는 올라디포, 터너, 사보니스는 현재 인디애나 선수단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뼈대들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나머지 선수들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시즌부터 계속해 승부처에서 강심장을 보여줘 왔던 올라디포지만 더 안정적인 득점력을 가진 스타에 욕심을 낼 수도 있다.

다만 인디애나는 오프시즌에 있어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적이 없는 편이다. 연고 지역의 특성상 슈퍼스타 프리 에이전트들의 발걸음이 좀체 향하지 않는 행선지다. 때문에 다가오는 여름 크나큰 샐러리캡 여유를 갖게 되더라도 대형 프리 에이전트가 오리라 장담할 수 없다.

▶누구를 남겨야 할까

올라디포의 빈자리를 채웠던 매튜스를 제외하면 프리 에이전트를 앞두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과 그냥 헤어지기 힘든 면이 있다. 유능한 스타를 들이지 못한다면 들고 있던 떡까지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인디애나는 돋보이는 1인이 없는 편이다. 주전인 보그다노비치도, 영도, 칼리슨도 플레이오프 동안 팀을 전면에서 이끌기엔 힘이 부족함을 보여줬다.

여기에서 보그다노비치가 큰 고민의 대상이 될 듯하다.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동안 각각 동일하게 평균 18득점을 올린 보그다노비치는 시즌 동안 올라디포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 플레이오프 동안엔 선두에 있었다.

이제 5년차 시즌을 마쳤지만 보그다노비치는 유럽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하다 건너와서 나이가 꽤 있는 편이다. NBA에 입성해 3점 전문 슈터에서 다각적인 득점원이 되는 성장을 거쳤지만 더한 성장을 기대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나이 문제는 나머지 프리 에이전트 예정자들에게도 적용된다. 20대 후반인 조셉을 제외하면 프리 에이전트를 앞둔 주요 선수들이 다들 30세 이상 나이에 있다. 때문에 계속 같이 하더라도 적정선의 기간과 액수로 협상해야 하는 과제가 따른다.

2015~16부터 4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온 인디애나지만 매번 1라운드에서 물러나고 있다. 2012~13시즌 및 2013~14시즌 두 시즌 연속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하며 시선을 집중시켰던 때와는 떨어진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혹여 현재 올라디포가 있더라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넘어서리라 장담할 수도 없을 만큼 동부 컨퍼런스는 경쟁도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여름 인디애나가 어떤 선수단의 구성을 택할지, 그 선수단이 또 다음 포스트시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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