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다시 시계를 1월 중순 전으로 맞춰야 할 듯하다. 그리고 드마커스 커즌스(29)의 시간은 현재로써 기약할 수 없는 미지의 단계에 빠졌다.

서부 컨퍼런스 1번 시드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각) 플레이오프 1라운드 2차전에서 8번 시드 LA 클리퍼스를 상대해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우선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가장 큰 점수 차에서 역전패를 당한 팀이 됐다. 3쿼터 중반 최대 31점차까지 벌렸음에도 최종 131-135로 패했다.

그리고 선발로 나선 센터 커즌스가 왼쪽 다리 부상을 당해 경기 시작 후 3분51초 만에 코트를 떠나야 했다. 커즌스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는 대퇴사두근 파열로 나왔다. 복귀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전례를 봤을 때 사실상 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다시 나오기 힘들 듯하다.

하필 커즌스의 부상이 나온 날 골든스테이트가 역대 플레이오프 경기들 중 가장 놀라운 역전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AFPBBNews = News1
2시즌 연속 우승을 거쳤고 올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서 전망되던 골든스테이트는 14일의 1차전에서 121-104로 승리하며 무난한 1라운드 시리즈 통과를 예고하는 듯 보였다. 2쿼터 중반 잠깐 역전당한 이후 줄곧 좁혀질 줄 몰랐던 일방적 승부였다.

2차전에서도 중간까지 흐름은 비슷해 보였다. 1쿼터 중반 이후 골든스테이트의 리드는 유지됐고 3쿼터 중반까지 점수 차는 벌어지면 벌어졌지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3쿼터 7분31초를 남기고 에이스 케빈 듀란트(31)의 덩크 성공 및 반칙 유도로 3점 플레이를 통한 94-63, 31점차 리드가 나왔다.

하지만 나머지 19분30초 동안 37-72의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엄청난 역전의 물결이 일었다. 벤치 멤버지만 클리퍼스의 실질적인 에이스 루 윌리엄스의 신들린 것 같은 활약이 나온 반면 골든스테이트에서는 여러 선수들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이 충격적인 2차전을 통해 하위 시드 클리퍼스의 시리즈 반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나마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재능의 크기 측면에서 커즌스를 제외해도 여전히 압도적인 골든스테이트의 시리즈 통과를 점치는 것이 안전하지만 워낙 2차전의 분위기가 거셌다.

그렇다면 앞으로 골든스테이트에 대해 어떻게 예상을 해야 할까. 커즌스의 공백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리고 커즌스 개인에게는 어떤 시련이 온 것일까.

▶커즌스가 없던 1월 중순 전으로

애초에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정규 시즌 동안 커즌스와 함께 하지 않은 경기가 함께 한 경기보다 훨씬 많았다. 팀의 82경기 중 커즌스의 출전은 30경기에 그쳤다.

커즌스는 지난 시즌 1월말에 아킬레스 부상을 당한 이후 거의 1년에 가까운 공백을 거쳤다가 팀의 46번째 경기인 1월19일 코트에 돌아왔다. 시즌 데뷔이자 골든스테이트 선수로서의 데뷔이기도 했다.

골든스테이트는 1월19일 전까지 31승14패(승률 68.9%)를 기록했다. 이는 2014~15시즌 이후 45번째 경기 시점 기준 가장 안 좋은 성적이다. 이다음으로 낮았던 적은 36승9패(승률 80.8%)의 전 시즌이다.

여기에는 센터의 위력이 덜한 부분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주전으로서 나섰던 3년차 대미안 존스(24)도 4년차 케본 루니(23)도 정규 주전으로서 발탁된 것은 올시즌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스타 선수들의 부상 공백 불운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2016~17시즌부터의 골든스테이트는 전통적인 센터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 체제로 돌아섰다. 때문에 주전으로서 나선 평균 출전시간은 존스가 16.6분, 루니가 23분으로 그리 큰 비중이 아니었다.

커즌스의 평균 25.7분 출전도 큰 비중이 아닌 편이다. 커리어 평균 32분 출전에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서 뛰던 전 시즌에는 36.2분까지 달했던 커즌스는 오랜 공백 후의 복귀 동안 시간 관리를 받아야 되기도 했다.

여기에서 일단 가슴 근육 파열로 12월초 이후 출전을 하지 못한 존스는 제외시켜야 한다. 대신 2015~16시즌까지 4시즌 동안 골든스테이트에서 뛰다가 이적한 후 올시즌 초 고국 호주 리그에서 뛰다 온 베테랑 센터 앤드류 보것(35)을 고려 대상에 넣어야 한다.

때문에 루니 및 보것에다가 백업 멤버인 2년차 조던 벨(24)까지 로테이션에 본격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11cm 신장 커즌스의 사이즈를 각자 206cm 신장인 루니와 벨이 채워주진 못할 것이다. 현재 팀 내 최장신은 213cm 신장의 보것이다.

2차전 36득점을 올린 윌리엄스는 후반전 동안에만 골든스테이트의 수비수들의 저항을 무색할 위력으로 29득점을 올렸다. ⓒAFPBBNews = News1
▶더 중용될 것으로 보이는 햄튼5 라인업

16일 2차전 4쿼터 후반에 어느덧 막판 접전으로 치닫게 되자 골든스테이트는 가장 위력적인 라인업을 출동시켰다. 스테픈 커리(31)-클레이 탐슨(29)-안드레 이궈달라(35)-듀란트-드레이먼드 그린(29) 5인조다.

물론 경기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라인업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나마 수비를 뚫어내며 소방관 역할을 하던 듀란트도 종료 1분21초를 남기고 6반칙 퇴장으로 빠져야 했다.

그래도 이 5인조는 골든스테이트가 승부를 굳히는 데에 즐겨 사용하는 라인업이다. 2016년 여름 프리 에이전트 신분이었던 듀란트가 휴가를 떠난 햄튼으로 커리, 탐슨, 이궈달라, 그린이 합류를 권하기 위해 모였던 것에서 유래돼 이른바 ‘햄튼5(Hamptons 5)’로 불린다.

이 햄튼5가 있기 전 2015~16시즌까지에는 소위‘데스 라인업(Death lineup)’이라 불리는 5인조가 있었다. 현재의 듀란트 대신 당시까지 있던 포워드 해리슨 반스가 더해진 라인업이다. 이 둘 모두 그린이 센터를 보는 스몰 라인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현재 남아 있는 센터들 중 확실하게 팀을 버티게 해줄 인원은 없는 편이다. 보것이 과거 큰 역할을 했던 때도 있지만 이제는 그의 영향력이 꽤 줄었다. 골밑에 있을 때 좋은 수비 장벽을 쳐주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그를 골밑에서 버티도록 놔두질 않는다.

때문에 골든스테이트가 이 스몰 라인업 5인조를 더 많이 가동시킬 가능성이 높다. 2차전 최종 마무리에는 실패했지만 1차전에서 큰 효과를 봤던 라인업이다. 그리고 최근 3시즌 중 올시즌이 이 5인조가 가장 효과를 발휘한 시즌이기도 하다.

이 5인조가 코트에 나섰을 때 경기 당 점수 마진이 2016~17시즌 2.7점차, 2017~18시즌 0.8점차, 그리고 올시즌이 3.2점차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균형 있는 강력함을 자랑했다.

4시즌 연속 NBA 파이널 진출을 이뤘던 골든스테이트에게도 이번의 큰 역전패는 정신적 타격을 줄 것인가. ⓒAFPBBNews = News1
▶커즌스 개인에게 치명적 손실

통상적으로 현재 커즌스의 나이는 NBA 스타들에게 있어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커즌스는 이 시기를 계속된 부상 공백으로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퇴사두근 파열로 오랜 공백을 거쳤던 토니 파커의 경우 2016~17시즌 5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다친 후 2017~18시즌 11월말 NBA 코트에 복귀했다. 즉 커즌스도 다음 시즌 개막전 복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커즌스가 훨씬 좋은 차도를 보여 다음 시즌 개막 전에 준비된 상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올시즌 골든스테이트와 매우 적은 샐러리 규모의 1년 계약을 맺었던 그가 또 다시 1년짜리 계약으로 한 시즌을 더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6시즌 연속 올스타 이력의 커즌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오랜 공백을 두 번이나 보여준 선수에게는 불투명한 전망만 있을 뿐이다.

커즌스가 포스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위력에는 꽤 다각적인 면이 있다. 득점으로, 패스로, 리바운드로 보통의 선수가 하지 못하는 경지의 활약들을 해줄 수 있다. 이런 면모가 이번 플레이오프 이들의 숙적이 될지 모르는 휴스턴 로켓츠와의 마지막 시즌 맞대결에서 제대로 터져 나왔었다.

당시 휴스턴에게 상대전적 0승3패였던 골든스테이트는 커즌스의 활약에 힘입어 1승을 건졌다. 만약 앞으로 상위 라운드에서 휴스턴을 만날 때 커즌스의 부재가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번의 부상은 골든스테이트에게도, 커즌스 개인에게도 매우 골치 아픈 사고가 됐다. 골든스테이트에겐 3연속 우승의 위업 도전에 있어 큰 고비가, 커즌스에겐 커리어 및 샐러리 관리 측면에서 큰 고비가 온 셈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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