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마지막 결승지점에서 추월당할 수도 있었지만 덴버 너겟츠가 오래 지켜왔던 서부 컨퍼런스 2위 자리를 지켜냈다. 이로써 2012~13시즌 이후 6년 만의 첫 플레이오프 진출과 함께 2008~09시즌 이후 10년 만에 2번 시드 명찰을 다시 달게 됐다.

덴버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리그 전체의 마지막 일정에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게 99-95로 승리했다. 4쿼터 4분 남았을 무렵 84-95, 최대 11점차까지 뒤졌지만 이후 미네소타를 무득점으로 묶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이로써 덴버는 54승28패(승률 65.9%), 컨퍼런스 2위이자 노스웨스트 디비전 1위 자리를 지켜내며 시즌을 마감했다. 이제 오는 14일부터 7번 시드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는 덴버에게 플레이오프 시드 측면에서 정말 중요했다. 만약 그 역전승을 이루지 못했더라면 53승으로 휴스턴 로켓츠 및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3팀 동률이 된다. 이 경우 노스웨스트 디비전 안에서 덴버는 3승1패 상대전적 우위 포틀랜드에게 앞서 디비전 1위를 지킨다.

그리고 디비전 1위들에게 우선권이 있는 3자 타이브레이커 규정으로 인해 덴버와 사우스웨스트 디비전 1위 휴스턴의 우열을 먼저 가리게 된다. 이때 휴스턴에 1승3패 상대전적 열세인 덴버가 3위로 내려간다. 대신 현재처럼 포틀랜드와 휴스턴 2팀 간에는 디비전 1위에 상관없이 맞상대 전적이 우선이라 포틀랜드가 3위, 휴스턴이 4위로 최종 결정됐다.

51.1% 야투율에 평균 20.1득점 10.8리바운드 7.3어시스트 1.4스틸 0.7블록으로 시즌을 마감한 올스타 니콜로 요키치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스타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이렇게 간신히 플레이오프 2번 시드를 지키게 된 덴버는 6년 만의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서 제법 기대감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들의 최근 10경기 전적 5승5패는 컨퍼런스 8위 안 팀들 중 가장 낮은 전적으로,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채 포스트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올시즌 덴버를 돌아보면서 상위 시드로서의 덴버에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어느 정도를 기대할 만한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향상된 수비 성과를 통한 성적 상승

지난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사실 이 동안의 덴버를 두고 딱히 약체라 부르기엔 애매한 면이 있었다. 30승52패(승률 36.6%), 컨퍼런스 12위로 마감했던 2014~15시즌을 제외하면 나머지 4시즌에서 4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두 시즌에는 연속으로 8위 팀과 1경기차 뒤로 밀려난 9위로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전 시즌의 마지막 날에도 덴버-미네소타 경기가 배정됐는데 8위를 놓고 싸우는 단두대 매치에서 승리한 미네소타는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덴버는 아깝게 밀려나고 말았다.

이런 궤적을 보였던 덴버가 득점력 측면에선 과소평가를 받았을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NBA닷컴에 따르면 올시즌 덴버는 100포제션 당 112.1득점으로 공격지표 리그 7위로서 마감했다. 그런데 이 7위는 최근 3시즌 중 덴버의 공격지표 리그 순위 중 가장 낮다.

바로 전의 2017~18시즌에는 6위(111.3)로 마감했으며 2016~17시즌에는 4위(112.1)까지 올라갔었다. 즉 덴버를 가로막았던 것은 득점력 쪽의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수비였다.

2016~17시즌 덴버는 리그 3위의 평균 111.7득점을 올리면서도 경기 당 득점 마진은 12위(0.5점차)에 그쳤다. 평균 실점이 리그 4번째(111.2실점)로 많았기 때문이다. 2017~18시즌에도 평균 득점은 11번째(110득점)로 높았지만 실점도 9번째(108.5실점)로 많았다.

100포제션 당 실점의 수비지표로 보자면 2016~17시즌 덴버는 리그 29위(111.7), 2017~18시즌에는 23위(109.9)로 마감하며 평균 실점 순위보다도 더 안 좋은 실질적인 수비 성과를 보여줬다.

반면 올시즌에는 수비지표 리그 10위(108.0)까지 비약적인 상승을 이뤘다. 공격지표 7위 및 수비지표 10위의 양 지표 동시에 10위 안에 들면서 공수 균형이라는 우승후보의 충분조건을 숫자 측면에서 만족시켰다.

▶강팀에겐 썩 통하지 않은 수비

앞서 언급한 좋은 공수 균형 실적의 덴버지만 불안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강력한 우승후보들에게는 약한 면모를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했던 휴스턴에게 1승3패 시즌 열세이며 전 시즌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도 1승3패 열세다.

서부 컨퍼런스 5위 안에 든 팀들 중 덴버가 상대전적 우위를 가진 팀은 마지막 대결에서 패하긴 했어도 3승1패의 포틀랜드뿐이다. 5위 유타 재즈에는 1승3패다.

시즌 동안 100포제션 당 108.0실점을 기록한 덴버는 컨퍼런스 1위 골든스테이트에게 116.9실점을, 3위 포틀랜드에게 115.1실점을, 4위 휴스턴에게 124.5실점을, 5위 유타에게 109.1실점을 허용했다. 수비보단 공격 쪽에서 고전해 무너진 유타 상대를 제외하고는 서부 상위 팀들에게 많은 실점을 내준 모양새다.

동부 컨퍼런스의 상위 팀들 상대로는 좋은 수비 성과를 남겼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우선 같은 컨퍼런스 팀들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올시즌 덴버의 플레이오프에 대해 큰 기대를 갖기는 아직 이른 측면이 있다.

▶2라운드를 겨냥했을 때 최적의 대진

서부 컨퍼런스의 6위부터 8위까지 팀들 중 덴버에게 가장 마음 편한 상대라면 4연승을 거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다. 6위에 오른 오클라호마시티이기 때문에 만약 11일 덴버가 졌을 경우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상대가 됐을 것이다.

대신 7위로 마감한 샌안토니오는 덴버에게 2승2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8위 LA 클리퍼스 상대로 덴버는 1승3패다. 때문에 1라운드 기준에선 샌안토니오가 가장 껄끄러운 대진이다.

샌안토니오는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룩한 팀이다. 물론 20년이 넘도록 샌안토니오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이끈 핵심 멤버들은 이제 거의 없지만 그래도 플레이오프 경험이 많은 선수들 위주이며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준비해온 그렉 포포비치 감독 이끄는 팀이다.

반면 덴버는 주요 출전인원들 중 13년차 베테랑 폴 밀샙(34)을 제외하면 대부분 덴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5년차 이하의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플레이오프 경험이 아예 없는 선수들이 많다.

포인트 가드 자말 머리는 평균 18.2득점 4.8어시스트로 이따금씩 반짝거리는 스타의 면모를 보여줬는데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런 반짝임이 나올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대신 2라운드에 진출한다면 최상의 가능성을 가진 대진이 기다린다. 3번 시드 포틀랜드에겐 1승3패의 상대전적 우위에 6번 시드 오클라호마시티가 올라오더라도 4승0패 우위를 가지며 확실히 강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덴버는 2003~04시즌 이후 10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뤘었다. 하지만 그 중 2008~09시즌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을 제외하면 매번 1라운드에서 멈췄다. 마침 공교롭게도 2008~09시즌 덴버도 2번 시드였다.

▶미래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이 차기 시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을 경우 높은 무대까지 척척 진군을 이뤄냈던 경우는 매우 드물다.

2연속 우승에 최근 4시즌 중 3회 우승을 이룩한 골든스테이트도 오랜 약체 시절을 벗어나 2012~13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자마자 패권에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 앞선 두 시즌 동안 1라운드 및 2라운드에서 멈추는 시기를 보내야 했다.

골든스테이트는 드래프트를 통한 핵심 인원 조합에 성공한 사례다. 그리고 현재 덴버도 그렇다. 특히 평균 출전시간 상위 10인 중 덴버에서 NBA 데뷔를 거친 선수들이 무려 7명에 달한다. 자말 머리(22), 니콜라 요키치(24), 개리 해리스(25), 몬테이 모리스(24), 말릭 비즐리(23), 토리 크레이그(29), 후안 에르난고메스(24)가 그들이다.

4년차 이하인 이들에게 다른 팀 출신들인 13년차 밀샙, 7년차 윌 바튼(28), 6년차 메이슨 플럼리(29)가 합세한 모양새다. 올스타 출신의 8년차 아이제이아 토마스(30)는 부상 공백 후 오래도록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거의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런 덴버는 센터로서 12경기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요키치 중심으로 머리와 해리스가 더해진 핵심 3인 체제를 기대 받고 있다. 부상으로 시즌 중반 큰 침체를 겪었다가 다시 회복세인 해리스 등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이 핵심 인원들이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즉 높은 성적에 비해 아직 우승후보로서 큰 인정을 받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단계에 있는 덴버다.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겠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최대한 젊은 유망주들이 많은 플레이오프 경기 경험을 쌓는 데에 있을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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