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장소에서 덕 노비츠키(41·댈러스 매버릭스)와 드웨인 웨이드(37·마이애미 히트)가 풍성한 득점으로 작별 인사를 전했다. 그것도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듯이 각자 동일한 30득점 맹활약이었다.

노비츠키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피닉스 선즈 상대로 30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1블록을, 웨이드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상대로 30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1블록을 기록했다. 동일한 고득점에 승리까지 챙기면서 홈 관중에게 흐뭇한 작별 인사를 전하게 됐다.

노비츠키는 10일 경기를 통해 공식적인 은퇴 선언을 했다. 그리고 웨이드는 이미 2018년 9월 은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마이애미는 10일 홈경기에서 웨이드의 지난 활약과 업적을 기리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올시즌 올스타전에서 특별한 시간을 선사받은 노비츠키와 웨이드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한 커리어를 보냈다. ⓒAFPBBNews = News1
올시즌을 끝으로 노비츠키는 21시즌 NBA 커리어를, 웨이드는 16시즌 NBA 커리어를 마치게 된다. 각자 아직 11일 시즌 마지막 날 팀의 경기가 남아있지만 홈경기는 10일이 마지막이었다. 때문에 21시즌 전체를 댈러스 선수로서 뛴 노비츠키에게도, 15시즌을 마이애미 선수로서 뛴 웨이드에게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댈러스는 10일 현재 33승48패(승률 40.7%)로 일찍이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진출 싸움에서 밀려나 있었다. 이에 비해 39승42패(승률 48.1%)의 마이애미는 적게나마 가능성이 있었지만 진출 경쟁 중인 다른 두 팀들도 모두 같은 날 승리하면서 가장 불리한 상대전적의 마이애미가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확정을 봤다.

그래서 결국 NBA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입은 노비츠키와 웨이드의 모습은 11일이 지나면 볼 수 없게 된다. 이에 각자 위대한 선수로서의 업적을 쌓은 동시에 서로 간에 물고물리는 적수로 불릴 만한 인연이 있는 이 두 선수에 대해 돌아볼 시간으로 삼기에 좋을 듯하다.

▶가장 위대한 외국인 NBA 선수

미국을 기반으로 둔 NBA에서 외국인 선수를 정의하자면 복잡한 면이 있다. 태어난 곳을 기준으로 할지, 농구 선수로서 성장한 곳을 기준으로 할지에 따라 최고의 외국인 선수는 달라질 수 있다.

그저 순수하게 미국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 다른 국적을 가진 선수로 보자면 1990년대 전설을 쓴 하킴 올라주원을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을 수 있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태생으로 1993~94시즌 및 1994~95시즌 휴스턴 로켓츠의 2회 연속 우승 당시 파이널 MVP로서 주역이 됐던 선수다.

스킬 측면에서 역대 최고의 빅맨이라 칭할 정도로 전성기 때의 올라주원은 강력한 득점력과 함께 장신 센터로서 위력적인 수비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때문에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 꼽을 만하다.

다만 이중 국적 취득을 통해 1996년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 팀 자격으로 출전했던 것은 둘째 치고 올라주원은 청소년기부터 대학 시절까지 미국에서 보냈다. 때문에 순수 외국인 NBA 선수로 보기엔 애매한 지점이 있다.

반면 노비츠키는 유럽 독일에서 태어나 프로 커리어까지 독일에서 보내고 NBA로 왔다. 그럼에도 역대 통산 출전경기 3위(1521경기), 통산 득점 6위(3만1540득점), 통산 수비 리바운드 5위(1만11리바운드), 통산 자유투 성공 1위(7238구)의 거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노비츠키가 구사하는 한 발 점프슛은 성공시키기 어려운 고난도 자세지만 한창 때 상대 수비에게 대처하기 어려운 정확도를 자랑했다. ⓒAFPBBNews = News1
다음 시즌이면 빈스 카터가 역대 1위로 올라설 수 있지만 현재로써 노비츠키는 다른 4명의 역대 선수들과 함께 가장 많은 21시즌을 보낸, 그것도 오직 한 팀에서만 보낸 유일한 NBA 선수이기도 하다. 이 동안 노비츠키는 2010~11시즌 NBA 파이널 우승 및 파이널 MVP 선정을 통해 가장 빛난 시기를 보낸 바 있다.

이와 함께 2006~07시즌 MVP와 함께 3년차인 2000~01시즌부터 12시즌 연속 올NBA 팀에 선정된 영예를 가졌다. 이 중 퍼스트 팀에는 2004~05시즌부터 3시즌 연속 포함 4시즌에 걸쳐 선정됐다.

▶마이애미 팬들이 가장 먼저 기억할 선수

1988~89시즌부터 시작된 비교적 짧은 역사지만 웨이드가 데뷔하기 전부터 마이애미에는 대단한 선수들이 활약한 바 있다. 알론조 모닝, 팀 하더웨이, 스티브 스미스, 글렌 라이스 등의 과거 스타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현재까지 마이애미를 계속 따라온 팬들에게 가장 먼저 손꼽을 대단한 선수라면 아무래도 웨이드일 것이다. 마이애미에서 유도니스 하슬렘의 16시즌 다음 가장 많은 15시즌을 뛴 선수, 가장 많은 3만2876분을 뛴 선수, 가장 많은 2만1531득점을 올린 선수, 가장 많은 5300어시스트를 올린 선수, 가장 많은 1492스틸을 올린 선수가 웨이드다.

그리고 이런 거대한 통산 기록들과 함께 더욱더 웨이드의 위치를 공고히 해준 것이 구단 역사 첫 우승의 주역이란 업적이다. 2005~06시즌에 맞이한 마이애미의 첫 우승에서 웨이드는 NBA 파이널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단독 견인 활약을 펼치면서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또한 이후 마이애미가 2011~12시즌 및 2012~13시즌 2회 연속 우승 포함 4시즌 연속 NBA 파이널 진출의 업적을 달성하게 만든 웨이드-르브론 제임스-크리스 보쉬의 빅3 조합이 결성되는 데에 웨이드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다만 그 빅3 시절은 영광의 시절이기도 했지만 웨이드 개인에게 있어서는 고통의 시기이기도 했다. 웨이드가 살짝 이르다싶을 정도로 은퇴시기를 정한 데에는 그 당시부터 시작된 무릎 쪽 고통이 결정적이다.

퍼스트 팀 2회 포함 총 8시즌의 올NBA 팀 선정, 3시즌의 올디펜시브 세컨드 팀 선정을 통해서도 웨이드는 당대 최고의 슈팅 가드들 중 한 명으로서 인정받을 근거들을 갖고 있다. 2008~09시즌에는 평균 30.2득점으로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2016~17시즌 고향 도시인 시카고 불스로 옮겨 한 시즌을 보냈고 2017~18시즌에는 중반까지 친구 제임스가 있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보내기도 했지만 14시즌 반을 마이애미에서 보낸 웨이드는 앞서 언급한 커리어를 통해 마이애미 역대 최고의 선수로 손꼽을 수 있다.

한창 때의 웨이드는 움직임에 있어 마이클 조던과의 비교를 끌어낼 만큼 날카로움과 동시에 대담했다. ⓒAFPBBNews = News1
▶서로 영광과 수모를 맞교환한 적수

노비츠키와 웨이드 둘 모두 각자의 구단 역사 첫 우승의 주역들이다. 앞서 언급한 파이널 MVP 이력들이 모두 그때 나왔다. 또한 공교롭게도 이 두 선수는 그 우승들에서 모두 서로 맞붙어 승리자가 되기도 했고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우선 2005~06시즌 NBA 파이널 당시 댈러스-마이애미 사이의 NBA 파이널에서는 댈러스 쪽에 지배적인 우승 예상이 있었다. 정규 시즌 60승 팀 댈러스가 52승 팀 마이애미에게 홈코트 우위를 포함 모든 전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여겨졌다.

실제 댈러스의 홈에서 펼쳐진 1,2차전 모두 댈러스가 두 자릿수 점수 차로 승리하며 분위기가 넘어가 보였다. 하지만 3차전 홈으로 돌아온 마이애미는 3년차 웨이드의 놀라운 활약을 통해 반격을 개시했다. 결국 내리 4연승을 따낸 마이애미가 우승을 차지했고 댈러스는 갑자기 무너진 경기력을 통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웨이드는 파이널 6경기 동안 46.8% 야투율로 평균 34.7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3차전부터는 50.5% 야투율로 최소 36득점에서 최고 43득점에 이르는 평균 39.3득점을 퍼부었다. 특히 3차전부터 웨이드는 미드레인지에서 총 47회 중 25개(53.2%)를 적중시키는 매서운 슈팅을 선보였다.

반면 2010~11시즌 NBA 파이널에서는 마이애미에게 관심과 우승 예상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시즌 전적은 58승 마이애미와 57승 댈러스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홈코트 우위에다 빅3 스타 조합의 위력이 마이애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차전 적지에서 1승을 훔친 댈러스는 4차전부터 내리 3연승을 따내며 역시 6차전 만에 우승을 차지해 마이애미에게 2005~06시즌의 복수를 해냈다. 당연히 비판의 화살들은 마이애미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노비츠키는 플레이오프 기간 전체를 통해 특유의 한 발 점프슛으로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줬다. 플레이오프 동안 48.5% 야투율로 평균 27.7득점을 올린 노비츠키는 3점슛 46.0% 적중률에 미드레인지에서는 49.0%의 성공률을 보여줬다. 미드레인지에서의 야투 시도가 전체 야투 시도의 49.5%나 되는 비중이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두 선수가 동시에 은퇴한다. 한창 때 서로 맞붙었던 당시에는 감정이 좋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서로를 향한 존경을 보내면서 헤어지게 됐다.

노비츠키는 4년차부터 11시즌 연속 포함 14시즌 올스타에, 웨이드는 2년차부터 12시즌 연속 포함 13시즌 올스타에 선정된 찬란한 별들이다. 마지막인 올시즌의 선정에는 이들의 오랜 커리어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성격이 있긴 했지만 현역 중 10회 이상의 올스타 선정 경력을 보낸 선수들은 이 2명 외에 제임스, 카멜로 앤써니, 케빈 듀란트 3명뿐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큰 별들이 떠나는 아쉬움이 드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한 선수는 오직 한 팀에서만 뛰며 그 긴 커리어를 마치게 됐고 다른 한 선수는 커리어의 시작점과 최고의 순간을 함께 한 팀으로 돌아와 마지막을 보내게 됐다는 점이다. 덕분에 이번과 같은 감동적인 홈 관중과의 작별이 나오게 됐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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