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것만 같았던 암흑의 터널을 브루클린 넷츠가 제법 빠르게 통과했다. 또한 힘들 것만 같았던 시즌 마지막 승부처 구간에서 예상보다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다.

브루클린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인디애나 페이서스 원정 경기에서 108-9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41승40패(승률 50.6%)가 된 브루클린은 동부 컨퍼런스에서 6번째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부 컨퍼런스의 플레이오프 막차 경쟁은 치열한 상태다. 8일 경기 일정 전까지 두세 경기를 남겨 놓은 6위부터 10위까지 팀들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안개 속의 구도였다.

3쿼터 막판 28점차까지 뒤졌던 경기를 2점차 승리로 역전시킨 3월 새크라멘토 킹스전처럼 브루클린은 어려운 시기를 끝내 이겨냈다. ⓒAFPBBNews = News1
이런 가운데 브루클린의 시즌 막판 일정은 경쟁 팀들 중 가장 어려워 보였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된 7연속 원정길에는 앞선 6경기가 모두 서부 컨퍼런스 팀 상대였다. 그리고 3월말부터 현재까지 상대한 동부 컨퍼런스 팀들이 모두 1위부터 5위까지의 팀들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정 탓인지 현지 최대 매체 ESPN이 발표한 4월 첫 주의 파워 랭킹에서 컨퍼런스 6위에 있었음에도 브루클린에 컨퍼런스 9번째의 순위를 매겼다. 실제 3월14일부터 이달 4일까지 10경기 동안 3승7패의 고전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컨퍼런스 1위 밀워키를 두 번 상대한 것은 불행이기도 했지만 행운도 됐다. 2일 맞대결에서 브루클린을 꺾었던 밀워키는 이후 리그 1위 성적을 확정지었고 7일 경기에서 MVP 후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빼고 임했다. 이 틈에 브루클린은 승리를 따냈다.

그래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8일 플레이오프 시드 경쟁을 위해 1승이 아쉬운 5위 인디애나를 상대로 승리했다. 이로써 플레이오프 진출을 두고 단두대 매치가 될 뻔 했던 시즌 마지막 날 마이애미 히트와의 경기를 홀가분하게 임하게 됐다.

케빈 가넷과 폴 피어스 등의 스타들이 있던 2014~15시즌을 마지막으로 브루클린의 플레이오프 역사는 계속해서 멈춰 있었다. 지난 3시즌 연속 30승에도 도달하지 못했던 이들이 여기까지 올라온 데에는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높은 드래프트 픽 행사 없이 마련한 젊은 선수단

2014~15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시리즈에서 패배한 후 가넷 및 피어스와 헤어진 브루클린은 약체로 전락했다. 사실 막대한 대가를 보내면서 받아온 가넷과 피어스였지만 이들이 있던 2014~15시즌 컨퍼런스 8위의 38승44패(승률 46.3%) 성적도 전혀 기대를 채우진 못했다.

2015~16시즌에는 21승으로 리그 28위, 2016~17시즌에는 20승으로 30위, 2017~18시즌에는 28승으로 23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브루클린은 지난 3년 동안의 드래프트 일자에 높은 드래프트 픽을 쥐지 못했다. 가넷과 피어스를 받아온 트레이드에서 드래프트 픽 권리 또는 교환 권리를 보스턴 셀틱스에 내줬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지난 3년 동안의 드래프트에서 행사한 최고 순위는 2017년 자렛 앨런(21)을 뽑았던 22순위였다. 앨런이 나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센터가 됐지만 휑하게 된 선수단은 여전해 보였다.

하지만 2015~16시즌 중반 해임된 빌리 킹 단장을 대신한 션 막스 단장은 여러 트레이드들을 통해 브루클린의 암흑기 탈출을 도모했다. 최근 4주 동안 팀의 평균 출전시간 상위 5인 디앤젤로 러셀(23), 조 해리스(28), 스펜서 딘위디(26), 더마레 캐롤(33), 캐리스 르버트(25) 모두 2016년 7월 이후 트레이드들을 통해 들여온 선수들이다.

이 외에 주요 출전시간을 받은 재러드 더들리(34)도 2018년 여름 트레이드로, 에드 데이비스(30)는 2018년 여름 자유 계약을 통해 들어왔다. 트레이드로 얻은 주요 인원들 중 43경기 출전에 그치는 동안 36.7% 야투율을 기록한 앨런 크랩(27) 정도가 기대를 못 채웠을 뿐이다.

▶작지만 공수 양 진영에서 나온 실적 상승

44승을 거둔 2013~14시즌 이후 처음으로 5할 승률 이상으로 마감하게 된 올시즌이지만 이들의 경기 당 점수 마진은 경기 당 -0.3점차로써 적자다. 즉 공수 양 부문의 균형에 있어 아직 브루클린은 앞으로 향상을 이뤄야 할 부분이 크다.

그래도 이들이 줄곧 리그 하위권에 머물던 시절에 비하면 득점 및 실점 양 부문 성과가 나아졌다. 앞서 언급한 인원들의 합류 또는 성장이 이뤄지면서 나온 결과다.

2016~17시즌부터 부임한 케니 앳킨슨 감독은 3점슛을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해 왔고 결국 올시즌에 효과를 보고 있다. ⓒAFPBBNews = News1
NBA닷컴에 따르면 올시즌 현재 브루클린은 100포제션 당 108.9득점 및 109.2실점을 통해 공격지표 리그 19위, 수비지표 15위에 있다. 이에 비해 지난 시즌에는 공격지표 리그 22위(106.0), 수비지표 21위(109.6)에 그쳤다.

이번 시즌 이들의 공격지표 19위 순위는 2013~14시즌의 리그 15위(105.4) 이후 가장 높다. 2016~17시즌에는 29위(103.6)까지 내려가 있었다. 한편 올시즌의 수비지표 15위 순위는 뉴저지 넷츠 시절인 2006~07시즌의 12위(105.1) 이후 가장 높다. 그 사이의 기간에는 대부분 20위 아래에 머물렀다.

▶세 선수의 큰 성장

올시즌 브루클린이 여기까지 온 데에는 세 선수의 현격한 성장세가 크게 작용했다. 4년차에 커리어 첫 올스타 선정 영예를 누린 러셀과 함께 5년차 벤치 가드 딘위디와 3년차 윙 플레이어 르버트다.

시즌 초반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르버트였다. 시즌 14번째 경기에서 부상당하기 전까지의 13경기 동안 47.9% 야투율로 평균 19득점 4.2리바운드 3.7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하며 브루클린의 예상 밖 선전을 이끌었었다. 하지만 14번째 경기의 큰 부상으로 말미암아 42경기 연속 결장을 거쳤다.

2월 초 복귀 후 르버트의 기록은 부상 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주전보다 벤치에서 나오는 경기가 더 많아진 가운데 38.7% 야투율에 평균 11.2득점이다. 최근 2경기 동안 57.1% 야투율에 평균 21득점이 회복의 전조라면 팀에게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르버트의 부상 이후 본격적인 에이스로 나선 선수가 러셀이다. 11월까지 41.0% 야투율에 평균 17.6득점 5.6어시스트라면 12월 이후로는 44.1% 야투율에 22.5득점 7.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볼 핸들링 중 불시에 슛하는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기복은 존재하지만 승부사로서 빛났던 순간들도 많이 만들어냈다.

르버트의 부상이 브루클린에게 큰 불행이었다면 딘위디의 부상도 큰 타격이었다. 팀의 49번째 경기까지 개근 출전을 보였던 딘위디는 46.1% 야투율로 평균 17.2득점을 올리면서 전 시즌의 38.7% 야투율 12.6득점에서 큰 성장을 거둔 동시에 올해의 식스맨 유력 후보로도 꼽혔다.

러셀의 백업 가드이기도 하지만 평균 28.2분 출전의 딘위디는 러셀과 11.3분을 공유하는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1월말 부상으로 14경기 연속 결장을 거쳤고 돌아온 이후 기록은 39.3% 야투율 평균 16.2득점으로 슈팅 정확도가 내려갔다. 꾸준한 경기력으로 보탬이 됐던 만큼 다시 경기력의 안정성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이후가 중요하다

선수단의 장래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플레이오프 진출 문턱 근처의 성적을 기록한다는 것은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계속해서 어중간한 위치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브루클린이 당장 올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큰 성과를 거두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위 시드로서 이들이 1라운드에서 맞부딪힐 상대부터 NBA 파이널 진출이 이상하지 않을 강력한 팀들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올시즌이 끝나고 러셀과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가 중요하다. 신인 계약 4년이 끝난 러셀이 제한적 프리 에이전트가 되면서 다른 팀들의 러브콜이 얼마나 클지가 관건이다. 또한 브루클린이 러셀을 얼마나 큰 스타로서 인정할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주요 선수들의 성장도 중요하다. 아직 성장 곡선이 위로 향할 나이에 있는 선수들이기 많기 때문에 브루클린에게는 추가의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서라도 또 한 번의 팀 전체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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