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에겐 시즌 최고의 경기, 한 팀에겐 시즌 최악의 경기가 나왔다. 올시즌 리그에서 가장 큰 점수 차를 극복한 역전승이 브루클린 넷츠에게 돌아갔고 그 희생양은 새크라멘토 킹스였다.

새크라멘토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브루클린을 상대로 3쿼터에 최대 28점차로 앞서기도 했지만 마지막엔 121-123으로 패했다. 28점차를 따라잡은 이 브루클린의 역전승은 올시즌 현재까지 리그에서 가장 큰 추격의 역전승이다.

사실 4쿼터 시작 때 103-78, 25점차로 앞서고 있던 새크라멘토는 통계상으로 질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이 경기 전까지 NBA 역사 안에서 공격 제한시간이 도입된 1954~55시즌 이후로 4쿼터를 25점차 이상 앞서며 시작한 팀들은 3028승-3패의 압도적인 전적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새크라멘토는 이 역사의 4번째 불명예 팀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 쿼터 동안 새크라멘토는 18-45로 크게 밀렸다.

신인 마빈 배글리의 분전으로 좋은 분위기가 지속됐지만 경기 막판 결국 새크라멘토는 홈 관중 앞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이 경기를 통해 7연속 원정길을 3연패로 시작하고 있던 브루클린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20일 현재 동부 컨퍼런스 7위로서 아직 9위 팀과 3경기 차 간격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반면 34승36패(승률 48.6%)의 서부 컨퍼런스 9위 새크라멘토는 12경기 남은 현재 플레이오프 진출의 현실성이 거의 꺼져 들어갔다. 동률 상태의 컨퍼런스 7위 및 8위와 7경기 차나 나게 됐다.

최근 10경기 전적 3승7패의 새크라멘토는 이번의 패배로 더욱 큰 좌절을 보게 됐다. 전 시즌을 27승55패(승률 32.9%) 컨퍼런스 12위로 마감했던 팀의 한계는 여기까지인 것일까. 시즌 한때 플레이오프 진출의 가능성이 제법 보였던 팀이 왜 이렇게 가라앉은 것일까.

▶올스타 휴식기 이후 큰 하락세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새크라멘토는 30승27패(승률 52.6%)를 통해 현재와 동일한 컨퍼런스 9위였지만 8위 팀과 단 1경기 차의 간격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이들의 앞에 있던 팀들은 강력한 성적 약진을 보인 반면 새크라멘토는 하락세를 거치며 큰 대조를 보였다.

올스타 휴식기 뒤로 당시 6위였던 유타 재즈는 9승4패를, 7위였던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9승3패를, 8위였던 LA 클리퍼스는 10승3패를 거뒀다. 반면 같은 기간 새크라멘토는 4승9패다. 이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리그 26위의 전적이다.

올스타 휴식기 후의 4승 중 3승은 20일 현재 리그 27위 시카고 불스에 한 번, 30위 뉴욕 닉스에게 두 번 따낸 승리들이다.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올스타 휴식기 이후 5승9패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오클라호마시티를 제외하면 4할 승률 이상의 팀들에겐 전패했다.

그런데 이들의 최근 패전들을 되짚어 보면 재미있는 경향이 있다. 모두 다 근소한 점수 차로 패한 점이다. 올스타 휴식기 바로 전인 2월14일 덴버 너겟츠전부터 이들의 패전들은 모두 한 자릿수 점수 차로 끝났다.

즉 최근 경기 하나 하나를 놓고 보자면 새크라멘토가 크게 부진한 적은 없다. 9점차로 패한 16일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전도 4쿼터에 3점차까지 좁혀든 때가 있었다.

원정임에도 러셀이 이렇게 경기 후 기쁨을 표출할 정도로 활약한 데에는 센터를 뺐을 때 안쪽 수비가 헐거워진 새크라멘토 수비의 탓도 컸다. ⓒAFPBBNews = News1
▶2월 이후 클러치 상황에서 헤맨 새크라멘토

20일 경기 3쿼터에서 20득점에 그친 브루클린은 4쿼터에 45득점이나 올렸다. 커리어 최고인 44득점으로 마감한 가드 디앤젤로 러셀이 마지막 쿼터 동안 66.7% 야투율로 27득점 맹폭격을 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3쿼터에 37득점을 올린 새크라멘토는 4쿼터에 18득점에 그쳤다. NBA닷컴에 따르면 4쿼터 동안 새크라멘토의 득점 페이스는 100포제션 당 60득점에 해당할 정도로 초라했다.

25점차로 뒤진 채 시작한 4쿼터에서 브루클린의 추격은 빨랐다. 불과 7분17초 만에 6점차, 두 번의 공격권으로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이후 새크라멘토는 최근의 경향대로 결국 클러치 상황에서 상대팀에게 승리를 내주고야 말았다.

올시즌 새크라멘토는 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로 접어든 클러치 상황에서 21승20패를 거뒀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20일 현재 리그 13위의 좋은 클러치 전적이다.

하지만 2월14일 덴버전 이후를 보자면 클러치 전적 2승10패의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온다. 이는 해당 기간 리그 최하위의 클러치 전적이다. 2월1일부터 봐도 4승10패, 마찬가지로 리그 최하위다. 1월까지 17승10패로 리그 5위의 클러치 전적을 뽑았던 팀의 급경사 하락이다.

1월까지 새크라멘토는 클러치 상황에서 100포제션 당 108.5득점 및 101.2실점에 해당하는 페이스를 보여줬다. 이에 비해 2월부터는 100포제션 당 104.1득점 및 103.6실점에 해당하는 페이스다.

즉 공수 양 진영에서 흔들린 가운데 득점력의 하락이 더 크다. 20일 경기에서 상대방의 가드가 인생에 남을 경기를 남긴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자신들이 18득점에 묶인 것이 확실한 문제였다.

앞으로도 계속 가야 하는 핵심 인원들인 버디 힐드와 디애런 팍스에게 정신적 성장을 과제로 준 20일 경기이기도 했다. ⓒAFPBBNews = News1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하는 새크라멘토

새크라멘토가 이렇게 최근 클러치 상황에서 헤매는 이유를 꼽아보자면 아무래도 정신적인 측면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경기 내내 헤매는 것도 아니고 잘하다가 승부처에서 정체를 보이곤 한다.

20일 팀에서 가장 많은 28득점을 올린 신인 포워드 마빈 배글리 3세(20)는 공격 리바운드와 에너지로 많은 득점 기회를 챙겨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아직 승부처의 상대 압박에 대해 처음부터 오롯이 승부할 단계는 아니다.

그리고 볼 핸들링에 있어 가장 큰 주도권을 가진 2년차 가드 디애런 팍스(22)는 최근 조급해 하다 불안정한 상황 판단을 자주 보여주곤 했는데 한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볼 필요도 있다. 20일 3점슛 8개 모두 놓친 3년차 가드 버디 힐드(27)는 최근 특히 클러치 상황에서 슈팅 부진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 출전시간 평균 20분 이상의 주요 새크라멘토 인원 7명 중 상당수가 다음 시즌에도 소속을 잇게 된다. 올시즌이 끝나고 플레이어 옵션이 있는 7년차 포워드 해리슨 반스(27)와 제한적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4년차 센터 윌리 콜리스타인(26)만이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년차도 적고 나이도 적은 팀 입장에서 현재는 나름의 시련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의 크나큰 역전패는 큰 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06~07시즌부터 12시즌 연속으로 이어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써 희박해졌다. 이런 때에는 결국 선수들 사이의 분위기를 회복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현재 부족한 점들이 이따금씩 나오고 있지만 앞날의 가능성은 높은 선수들이다.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 아직 허용되는 때긴 하지만 앞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야 그 높은 가능성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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