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6일 로드FC 압구정짐.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짐을 풀고 몸을 풀며 경기를 준비했다. 격투기 단체인 로드FC의 아마추어 대회인 센트럴리그 61경기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60경기 이상이 열리다보니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가 돼서야 끝날 정도로 점심시간도 없이 빠듯하게 진행됐다.

러시아에서 온 도조브백(왼쪽)과 미국에서 온 브레넌
경기는 다양하다. 로드FC 본대회에 앞서 열리는 영건스 진출권이 달린 세미프로 토너먼트 경기들부터 선수를 지망하는 아마추어들의 선수지망부 경기, 일반인들끼리 맞붙는 ‘하비(취미)리그’까지.

이날 대회에는 이색 참가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삼父子가 함께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아버지 윤종호(47)씨와 첫째아들 윤대한(19), 둘째아들 윤민국(14)은 매일같이 체육관을 함께 다니며 종합격투기를 즐기다 이렇게 아마추어 대회까지 동반 참가하게 됐다.

아버지 윤종호씨는 “제가 격투기 매니아라서 직접 운동까지 하게됐고 제가 하는걸 보고 아들들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다함께 격투기를 시작했고 운동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기다보니 대회까지 나오게 됐다”며 “운동도 함께 하고 대회까지 함께 준비하다보니 자연스레 아들들과 대화할 시간도 많아지고 스킨십도 잦아져 또래의 아버지와 아들 관계보다 훨씬 친밀하다”고 말했다.

둘째아들 민국군은 “아버지가 하자고 해서 하는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격투기가 너무 즐거워 선수로도 해보고 싶지만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며 웃었다.

막 성인이 된 대한군은 “제 주위에서 격투기를 배우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격투기를 한다는 것이 전혀 어색한 운동이 아니다”라며 격투기가 젊은 층에 이미 친숙한 운동이 됐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아버지 윤종호(47)씨와 둘째아들 윤민국(14) 첫째아들 윤대한(19)
또 다른 이색 참가자는 제주도에서부터 물을 건너 참가한 황인용(26)씨였다. 학업을 위해 제주도로 갔다 일도 제주도에서 하며 정착한 황인용씨는 “토요일에 대회가 열리니 금요일에는 경북 고향집에 갔다가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 압구정짐에 왔다”며 “제주도라고 격투기를 배우는 환경이 불편한 것은 없다. 다만 대부분의 대회가 육지에서 열리다보니 참가를 위해서는 전날부터 미리 움직여야하는 불편함은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센트럴리그 참가인 황인용씨는 “운동을 하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세미프로 리그까지는 올라가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날 많은 참가자들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역시 외국인이었다. 러시아에서 온 도조브백과 미국에서 온 브레넌(22)은 -78.5kg 루키리그(선수지망부)에서 맞붙었다. 경기를 잘 풀어가며 많은 파운딩을 퍼붓던 브레넌은 그러나 도조브백에게 상위포지션을 빼앗긴 후 암바를 허용해 패하고 말았다.

패했음에도 웃으며 인터뷰에 응한 미국 클리블랜드 출신의 브레넌은 “로드FC에서 선수로 데뷔하고 싶은 꿈을 갖고 오직 격투기에만 매진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데뷔하는 것은 미국 선수들이 UFC 데뷔를 꿈꾸는 것과 같다. 벌써 6번째 센트럴리그 참가 중인데 나 역시 이번에 처음으로 외국인과 맞붙어봤다. 정말 강한 선수였고 감량을 많이 하고 나온 선수이기에 나 역시 최선을 다해서 제대로 된 상대이고 싶어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상대 도조브백에게 “정말 강한 펀치를 가진 선수다. 자신의 모든 힘을 담아 진심으로 싸우는 선수였기에 경기 후 우린 형제가 됐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고 진심으로 하기에 이기건 지건 상관없다”며 경의를 표한 브레넌은 국내에서 유투브 등에 출연하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즐기면서도 격투기에 대한 자신의 꿈을 한국에서 이뤄보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프로도 아니기에 경기 운영, 수준은 부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로드FC는 이런 아마추어 대회를 많이 개최해 일반인들에게는 격투기에 더 친근감을, 선수를 꿈꾸는 선수에게는 경기경험을 쌓게 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선수를 확보할 수 있기에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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