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1위 밀워키 벅스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겹경사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 겹경사에는 주전 포인트 가드 에릭 블레드소(30)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우선 2일 LA 레이커스 원정 경기 전, 밀워키와 블레드소는 연장계약 합의를 끌어냈다. 4년 7000만 달러(약 787억원) 규모로써, 마지막 계약 년도에 있는 올시즌의 1500만 달러(약 169억원) 샐러리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는 년 당 샐러리를 받게 된다.

이런 계약 합의에 대해 블레드소는 곧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멋진 클러치 활약으로 화답했다. 밀워키가 131-120으로 승리한 레이커스전에서 31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린 블레드소는 마지막 3분가량 동안 9득점을 퍼부었다.

브랜든 잉그램이 첫 야투 9개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는 등 레이커스가 중반까지 분위기를 잡아나갔던 이 경기에서 밀워키는 3쿼터 블레드소의 3점슛으로 하프타임 이후 첫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던 터에 마지막 승부처에서 블레드소가 승기를 잡아냈다.

약체 팀에서 뛰던 시절보다 기록의 크기는 줄었지만 현재 블레드소는 생애 가장 행복한 농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AFPBBNews = News1
또한 나머지 경사로 이 승리를 통해 48승14패(승률 77.4%)가 된 밀워키는 리그에서 가장 빠르게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을 봤다. 62경기를 소화한 현재 나머지 20경기 일정의 결과에 상관없이 동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시드를 확보해냈다.

5연속 원정길에 올라 있지만 최근 밀워키의 성적 페이스는 더욱 좋다. 최근 7연승에 원정 경기 9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런 좋은 분위기 속의 밀워키에게 블레드소는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올시즌이 계약 마지막 년도였던 블레드소가 4년을 더 밀워키와 뛰는 의미는 무엇일까.

▶현재 밀워키의 핵심 인원 중 중요한 구성원

이번 연장계약 합의는 블레드소 개인 입장에서 본인이 전성기에 있을 나이 동안 계속해서 밀워키와 함께 하기로 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밀워키 팀 입장에서는 에이스 야니스 아데토쿤보(25)를 중심으로 한 핵심 인원에 블레드소를 계속 포함시키겠다는 의미다.

피닉스 선즈에 있던 6년차 2015~16시즌 및 7년차 2016~17시즌 당시 블레드소는 평균 20득점 이상을 올리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었다. 대신 단 3경기만을 소화하고 밀워키로 트레이드된 지난 시즌에는 평균 17.8득점으로 하락했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평균 15.9득점으로 더욱 하락했다. 이는 LA 클리퍼스에서 피닉스로 옮긴 4년차 이후 블레드소의 가장 낮은 시즌 평균 득점이다. 하지만 올시즌이 블레드소에게 이제껏 가장 만족스러운 시즌일지 모른다.

지난 시즌 초 피닉스가 개막 3연패에 빠졌을 때 블레드소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여기 있고 싶지 않아”라는 문장을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여전히 블레드소는 그 말이 당시에 있던 미용실에 관한 말이라 주장하지만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소속팀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추측이 강했다.

반면 올시즌의 밀워키는 개막 7연승으로 시작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48승과 가장 적은 14패를 기록 중인 팀이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평균 득점은 팀 내 4번째라도 승리를 원하는 선수에게는 크게 만족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득점은 줄었더라도 현재 야투율 49.2%는 커리어 중 단연 최고다.

득점은 4번째지만 코트 위 활동 측면에서 블레드소는 밀워키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경기 당 55.7회 볼 터치, 4.1분 볼 소유, 10.9회 돌파, 38회 패스, 5.5어시스트 모두 아데토쿤보에 이어 팀 내 2번째의 숫자들이다.

이런 블레드소는 2016~17시즌 올해의 신인 말콤 브로그던(27)과 함께 주력 볼 핸들러로서 공격 진영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탄탄한 체격과 빠른 발 등은 블레드소가 수비에서 결정적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재능이다.

▶승부처에서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승부사

대부분의 경기들에서 팀 최다 득점을 올려왔던 아데토쿤보이지만 최근에는 페이스가 떨어져 있다. 무릎 문제로 2월26일 시카고 불스전을 결장한 데에 이어 최근 2경기에서도 출전 시간에 있어 조절을 받고 있다.

공격 참여에서도 최근 2경기 아데토쿤보의 숫자는 크게 줄었다. 2일 현재 평균 26.8득점을 기록 중이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각각 16,17득점에 그쳤다. 득점 효율성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야투 및 자유투 시도 모두 평소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런 때 2경기 연속 팀 내 최고 득점을 올린 선수가 블레드소다. 2월28일 새크라멘토 킹스전에서 26득점, 2일 레이커스전에서 본인 시즌 최다인 31득점을 올렸다.

경기 막판 9득점을 올렸을 때 블레드소는 날카로운 돌파를 통해 레이업을 성공시킴과 동시에 두 번의 앤드 원을 얻어냈다. 돌파를 통한 3점 플레이 두 번과 3점슛 성공 한 번을 통한 9득점이다.

외곽 슈팅조차 드리블 후의 리듬에 큰 영향을 받는 블레드소에게 드리블 돌파는 경기력에 있어 결정적인 변수다. ⓒAFPBBNews = News1
여기에는 레이커스 수비가 아데토쿤보에게 집중된 틈을 블레드소가 잘 이용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플레이오프 등 중요한 무대에서 블레드소에게 맡길 수 있는 임무다. 아데토쿤보의 돌파와 포스트업을 막기 위해 상대 수비가 집중됐을 때 빼어난 운동능력의 블레드소가 그 빈틈을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의 클러치 상황에서 올시즌 밀워키에서 아데토쿤보의 총 72득점 다음이 블레드소의 60득점이다. 경기 당 클러치 득점으로 보자면 아데토쿤보(2.6득점)와 블레드소(2.5득점)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다.

클러치 상황에서 블레드소에게 기대할 수 있는 득점 경로는 돌파 레이업과 3점슛이다. 올시즌 동안 클러치 상황에서 블레드소가 성공시킨 근중거리 점프슛은 거의 없다. 평소에도 블레드소의 중거리 슈팅은 리그 평균보다 크게 떨어진다.

▶중요한 플레이오프 시험 무대

밀워키는 지난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뤘지만 6,7번 시드로서 매번 1라운드에서 탈락을 맛 봤다. 그리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블레드소도 씁쓸한 맛을 봐야 했다.

3년차까지 클리퍼스 소속이었던 블레드소는 2,3년차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경험했지만 출전시간이 평균 17분 정도였다. 당시 팀에 크리스 폴과 천시 빌럽스라는 베테랑 가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본격적인 플레이오프 경험이라면 전 시즌부터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8년차 블레드소는 보스턴의 3년차 가드 테리 로지어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2017~18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7경기 동안 블레드소가 평균 13.6득점 3.7어시스트였다면 로지어는 17.6득점 6.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물론 상위 시드 팀을 상대로 홈에서 전승을 거두며 7차전까지 끌고 갔던 것은 나름 좋은 성과지만 본인들에게는 내심 아쉬운 결과였다.

이랬던 밀워키가 이제는 플레이오프 초반 라운드를 넘어 NBA 파이널 우승을 넘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블레드소의 활약도 크게 따라줘야 한다.

2년차 카림 압둘자바와 11년차 오스카 로버트슨이라는 전설의 선수들이 있었던 1970~71시즌 밀워키는 창단 3시즌 만에 우승을 거뒀다. 당시 밀워키는 구단 최고 성적인 66승16패(승률 80.5%)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었다. 그리고 올시즌 현재 밀워키의 77.4% 승률은 구단 역사 2번째로 높은 승률에 해당한다.

밀워키가 구단의 2번째 우승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 현재의 구성원은 최적의 기회라 볼 수 있다. MVP 후보로 거론되는 슈퍼스타와 좋은 지원 동료들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국 앞으로 밀워키는 현재의 전력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큰 노력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블레드소와 합의를 끌어낸 현재 다음으로 공을 들일 대상들은 올시즌이 끝나고 플레이어 옵션을 거부할 공산이 큰 올스타 크리스 미들턴(28)과 제한적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브로그던이다.

결국 이번 블레드소와의 연장계약을 포함해 앞으로 밀워키가 내리는 결정들은 우승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때문에 다가오는 플레이오프에서 밀워키의 핵심 인원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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