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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실내=박대웅 기자] 고양 오리온이 서울 삼성을 7연패 수렁에 빠뜨렸다.

오리온은 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88-8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오리온은 시즌 21승21패, 5할 승률을 회복하며 KCC와 함께 공동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삼성은 올시즌 팀 최다 타이인 7연패 늪에 빠진 채 10승32패가 됐으며 9위 SK와의 승차가 3경기까지 벌어졌다.

오리온은 조쉬 에코이언이 3점슛 6개를 포함해 22점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또한 대릴 먼로가 15점 19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시즌 4호 트리플 더블을 완성시켰으며, 이승현도 13점 9리바운드 2블록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삼성은 유진 펠프스가 22점 18리바운드 6어시스트, 임동섭이 15점 4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3쿼터 막판 한 순간 분위기를 내준 것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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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감독 출사표

삼성 이상민 감독 : 최근 통계를 내보니 2점슛 허용률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상대가 60%대인 반면 우리는 40%대에 머물렀다. 이제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하는 시점인데 상대는 우리를 편히 놔두지 않고 몸싸움을 펼친다. 하지만 우리는 수비에서 여전히 소프트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강조했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 : 첫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인지 이승현이 볼을 잡으면 주변에서 움직임이 많지 않다. 수비 역시 오히려 헐거워진 부분도 있다. 선수들이 귀찮고 힘든 일을 잘 하지 않는데 볼 압박을 비롯해 따라가는 움직임이 루즈해진 점을 강조했다.

▶전반전(1·2쿼터) : 시종일관 접전, 우열 가리지 못한 20분

1쿼터 내내 양 팀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오리온이 먼로와 최승욱의 연속 득점으로 초반 분위기를 잡는 듯 했지만 삼성도 펠프스의 골밑슛과 함께 임동섭의 외곽슛이 꽂히며 단숨에 흐름을 뒤바꾸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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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임동섭은 1쿼터에만 3점슛 두 방을 포함해 10점을 폭발시키며 삼성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오리온 역시 먼로, 이승현, 에코이언 등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통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1쿼터는 삼성이 23-21로 근소하게 앞선 채 종료됐다.

2쿼터에도 중반까지는 팽팽한 접전이 계속됐다. 양 팀 모두 집중력이 떨어진 듯 실책이 늘어났지만 반대로 슈팅 감각이 더욱 올라오면서 수차례의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2쿼터 4분 여를 남기고 삼성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이승현이 3번째 파울을 범해 벤치로 물러난 가운데 펠프스가 호쾌한 덩크슛을 꽂아 넣으며 분위기를 삼성 쪽으로 가져온 것. 이후 강바일까지 속공 득점 및 외곽슛에 가담하면서 44-36, 8점 차까지 삼성이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오리온 역시 전반 마무리가 좋았다. 특히 에코이언이 두 차례나 3점슛을 성공시키며 단숨에 44-44 동점을 만든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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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3·4쿼터) : 에코이언의 폭발력, 한순간 기운 승부

후반 들어 오리온이 힘을 내기 시작하며 차근차근 격차를 벌려나갔다. 이승현이 후반 시작 4분 여 만에 4번째 파울을 범하긴 했지만 리바운드 싸움에서 큰 힘을 보탰고, 먼로의 환상적인 패스에서 공격이 손쉽게 전개됐다. 박상오까지 바스켓 카운트와 3점슛으로 힘을 불어넣어 3쿼터 4분30초를 남기고 60-51까지 오리온이 우위를 점했다.

반면 삼성은 밀러가 내외곽 득점 및 호쾌한 속공 블록 등으로 분전했지만 펠프스의 슈팅이 계속해서 림을 벗어나며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김준일이 투입 직후 블록을 통해 다시 한 번 분위기를 쇄신했고, 이후 임동섭, 김준일이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빠르게 격차를 좁혔다.

하지만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은 선수는 에코이언이었다. 에코이언은 2쿼터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두 차례의 3점슛을 차례로 꽂아 넣으며 11점 차로 오리온이 3쿼터를 마치는 중심에 섰다.

여유를 찾은 오리온은 4쿼터에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삼성이 펠프스, 강바일의 활약을 앞세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리온도 최승욱, 한호빈, 최진수 등이 제 역할을 다해내며 좀처럼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10분 동안 리드를 굳게 지켜내면서 최종 승리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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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승’ 이승현과 ‘초사이언’ 에코이언

이날 양 팀의 경기는 상무에서 전역한 이승현(오리온), 임동섭, 김준일(이상 삼성)이 출전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이승현과 김준일은 과거 신인왕 경쟁을 펼친 관계라는 점에서 맞대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김준일은 지난 3경기 가운데 2차례 더블 더블을 기록하는 등 평균 13.7점 10.3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이승현 역시 4경기 평균 12.5점 6.5리바운드 2.0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결과적으로 이승현이 판정승을 거뒀다. 13점 9리바운드 2블록을 기록한 이승현은 전반 동안 정확한 중거리슛을 통해 추일승 감독의 경기 전 주문을 충실히 이행했다. 3쿼터에는 적극적인 리바운드로 골밑을 지켜냈으며, 에코이언과 2대2 픽앤롤을 비롯해 좋은 호흡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준일 역시 이승현의 조기 파울 트러블을 이끌어내는 등 기세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았으나 필드골 성공이 단 1개에 그쳤을 만큼 슈팅 컨디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임동섭이 내외곽에서 지원 사격을 하며 득점을 채워나갔지만 임동섭 역시 후반에는 위력이 떨어진 모습을 노출했다.

한편 이승현이 전역 선수 대결에서는 판정승을 거뒀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이번 경기의 MVP는 2, 3쿼터 막판 3점슛을 몰아친 에코이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코이언은 중국 프로리그에서 3차례나 3점슛 1위에 올랐던 이유를 이번 경기에서도 증명해냈다. 단 18분39초를 소화하는 동안 6개의 3점슛을 포함해 22점을 책임지며 지난 3일 KBL 데뷔전(SK전)에서 남긴 한 경기 개인 최다 기록(17점, 3점슛 5개)을 새롭게 작성했다.

빠른 슛 릴리즈를 통해 수비의 허를 찔렀을 뿐 아니라 3점슛 라인 한 발 뒤에서도 정확한 외곽포를 꽂아 넣으며 상대팀들의 경계대상으로 떠올랐다.

▶승패장 인터뷰

승장 추일승 감독 : 오늘 터닝 포인트는 3쿼터라고 생각한다. 수비가 되면서 기존 뛰었던 선수들이 외곽에서 볼을 원활하게 돌렸다. 조금씩 추가 기울지 않았나 싶다. 또한 에코이언의 활용은 긴 시간을 뛰게 하는 것보다 득점해야 할 부분에만 관여하도록 하는 전략이었는데 잘 풀린 것 같다. 본인 역시 그런 역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승현이가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공격한 것도 고무적이다.

패장 이상민 감독 : 에코이언에게 3점슛을 허용하지 않는 수비를 연습했는데 스크린 등을 이용해 노마크 때 허용한 점이 아쉬웠다. 또한 전반까지는 슛 성공률이 좋았지만 후반에는 40%대로 떨어졌다. 이 밖에 먼로가 볼을 잡았을 때 컷인, 백도어 등을 조심하도록 이야기를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2명에게 당한 경기였다. 아쉬움이 있다.

▶경기 결과

오리온
조쉬 에코이언 22점(3점슛 6개) 3어시스트
대릴 먼로 15점 19리바운드 10어시스트
이승현 13점 9리바운드 1어시스트 2블록

삼성
유진 펠프스 22점 18리바운드 6어시스트
임동섭 15점 4리바운드
강바일 13점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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