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수원=박대웅 기자] 모든 것이 새롭다. 본인의 역할부터 주변 환경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하지만 씩씩하게 도전한다. 혼자가 아니기에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다.

KT 이숭용(48) 단장이 설렘을 가득 안고 받아든 도화지를 새로운 색상으로 물들일 준비를 마쳤다. 각각의 색이 더해져 어떤 조화를 이룰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최종 작품이 보는 이들에게 따뜻하고 희망찬 느낌을 심어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편에서 지난 3개월 간 이숭용 단장의 적응 과정 및 변화를 위한 전반적인 노력에 대해 살펴봤다면 [인터뷰②]편에서는 KT가 직면한 상황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해시태그를 통해 풀어봤다. 밑그림에서 채색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2군-시스템 구축 계획 및 익산 연고지 연장 배경

이숭용 단장은 인터뷰 초반부터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고, 이강철 감독과 주전, 백업 기량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일치한 만큼 2군 시스템부터 탄탄하게 구축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약 2년 반 동안 2군 타격 코치를 맡았기 때문에 그동안의 문제점,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육성 쪽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변화되는 것이 우선 코칭스태프가 늘었고, 그만큼 분야도 디테일하게 갈 계획입니다. 육성 프로젝트, 재활코치, 잔류군, 퓨처스, 1군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프로그램을 맡긴 상태입니다. 막연하게 훈련만 시키지 말고 인성을 포함한 각종 교육, 그리고 그런 것들을 왜 해야 하는지 선수들이 인지하도록 다양하게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있습니다.”

이숭용 단장은 야구 선수들이 운동을 주로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운동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야구 선수 이전에 올바른 사람이 먼저 될 필요가 있으며, 멘탈 교육, 본사 교육 등을 통해 인성, 팬서비스, 인터뷰 스킬 등을 두루 갖춘 KT만의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교육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코칭스태프들부터 교육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구축 및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상황에 맞춰 계속해서 진행할 방침이다.

“당장 우리만의 색깔이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색을 찾기 위한 노력, 그리고 어떻게 입혀나갈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고민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구장의 특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또 선수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아준다면 그에 맞는 색이 나올 것이라 봅니다. 예를 들면 퓨처스리그에서는 발이 빠른 선수에게 기습 번트에 대한 테마를 주고, 투수들의 경우 초구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거나 직구만으로 승부해보도록 테마를 주는 것을 시도해본다면 선수들도 경기를 풀어가는 요령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숭용 단장은 KT가 최근 익산시와 2군 연고지 연장 협약을 체결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팬들께서도 왜 계속 익산을 2군 연고지로 두는 것인지 의아해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고양도 알아봤고, 화성도 알아봤지만 두 곳 모두 야구장이 하나 뿐이기 때문에 퓨처스와 달리 잔류군, 재활 쪽은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실내 연습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훈련을 할 때에는 야구장 두 면이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익산은 이런 부분을 충족합니다.”

이숭용 단장은 정헌율 익산 시장과 꾸준히 교감을 나누면서 실내 야구장 건립이 추진됐음을 전하기도 했다. 웨이트 시설, 기숙사와 관련된 부분 역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시장 조사를 했을 때 현 시점에서는 최선의 판단이지만 7개 구단이 전용 연습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인 목표는 KT 역시 그러한 환경을 갖추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 과정을 밟겠다는 계획이다.

“이동거리에 대한 팬들의 걱정이 많으신데 선수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단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감독님과도 선수 엔트리 문제는 급박하게 하지 않고 상황에 맞도록 생각해보자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퓨처스, 잔류군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베테랑-새 주장 유한준에게 거는 기대

이숭용 단장은 해설위원 시절부터 베테랑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하지만 2019시즌 KT는 육성을 위해 중심을 잡아줘야 할 고참들이 다수 은퇴하거나 코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면서 베테랑의 무게감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단장이 바뀐 상황에서 팀원들이 심사숙고 끝에 선수들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2019시즌 주장을 맡게 된 유한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데 선수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평소 성격이 온화한 편이지만 또 상당한 카리스마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현역 시절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으로서 ‘숭캡’이라는 별명이 따라붙기도 했던 이숭용 단장은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베테랑 스스로가 성적 뿐 아니라 성실한 모습으로 모범을 보였을 때 후배들도 존경하고 따를 수 있다는 것.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연봉 협상 결과를 발표한 KT는 2019시즌 기존의 방침과는 달리 다소 엄격한 지침 속에서 선수들을 평가했다. 특히 강백호, 김민 등 좋은 활약을 보여준 젊은 선수들에게는 그에 맞는 확실한 대우를 안겼지만 한파를 맞이한 선수들도 제법 많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운영팀장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소통의 창구를 열어뒀습니다. 원하는 것은 서포트를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프로 의식이라는 것도 함께 심어주고 싶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같은 베테랑은 아닙니다. 야구만 잘하는 고참보다는 본인이 조금 부족해도 후배들을 끌어주고 팀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선수들이 모인다면 전체적인 실력도 분명 올라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FA와 외국인 투수 교체

이숭용 단장은 FA와 관련해서는 인터뷰에 임한 18일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부분까지 언급하기는 어려운 점에 대해 우선 양해를 구했다.

KT는 박경수, 금민철이 내부 단속 대상이며, 이강철 감독이 취임식 당시 두 선수를 모두 잡아주기를 내심 희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서는 대어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협상이 길어지고 있으며, KT 역시 대부분의 구단과 마찬가지로 두 선수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박경수와의 협상 과정에 제법 진전이 있었다는 정도의 내용이 현 시점에서 공개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다.

대신 이 단장은 합의점을 찾는 동안 함께 하길 희망하는 구단의 마음이 선수에게 온전히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로하스와의 재계약 문제에 있어서도 선수의 결정을 기다리는 한편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만큼 FA 역시 협상 과정에서도 상처가 남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쓸 계획이다.

한편 이숭용 단장은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한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열었다. 니퍼트와 피어밴드가 2018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것도 사실이고, KT가 그동안 경력자가 아닌 새로운 투수를 선발했을 때 결과가 늘 좋지 않았던 것도 부정하긴 어렵지만 의문부호를 깨뜨려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니퍼트, 피어밴드가 노련함을 앞세워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조금 더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알칸타라, 쿠에바스가 활약해줬을 때 앞으로 더 큰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리는 패기가 필요한 팀이고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감독님께서도 새롭게 도전해보자고 하셨고, 새로운 두 투수가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맞붙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우리 팀과도 잘 맞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지금까지 (새 외국인 투수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제 과거의 일이고 미래가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박대웅 기자
▶#강백호-대한민국 최고로 향하도록 서포트

강백호는 2018시즌 KBO리그에 단순히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것을 넘어 최고의 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동시에 KT로서는 팀 미래를 책임질 기둥이 세워진 시즌이기도 했다.

이에 KT는 강백호와 2019시즌 무려 344%가 인상된 1억2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하며 역대 2년 차 최고 연봉 신기록이라는 대우를 안겼다.

“사실 2년 차 징크스라는 것이 찾아올 수도 있고, 야구라는 것이 때로는 너무 잘 하려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찾아오기도 하기 때문에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백호라면 잘 이겨낼 것 같고, 2, 3년차에도 계속 좋은 활약을 보여줘 확실한 간판으로 올라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다른 팀 선수를 거론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이정후 선수보다는 더 많은 연봉을 주고 싶었는데 구단 팀원들이 그런 아이디어를 내줘서 좋은 대우를 해주게 됐습니다.”

이숭용 단장은 “간판 선수라면 누구나 부담감이 뒤따르는 법”이라고 밝힌 뒤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등 리그 최고의 선수들 역시 그러한 과정을 이겨냈기 때문에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강백호 역시 충분한 자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KT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단에서도 적극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뿌리를 찾게 해준 KT, 반드시 명문팀으로 이끌 것”

이숭용 단장은 현역 시절 18시즌 2001경기를 뛰는 동안 단 한 번도 이적을 하지 않았다. 이는 KBO에서도 인정한 최초의 기록이다. 단 태평양, 현대, 우리, 히어로즈, 넥센 등 팀명 및 유니폼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다.

이숭용 단장 개인적으로는 원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며 자부심을 가지고 뛰었다. 하지만 팀에 확실한 뿌리가 없었기에 원클럽맨 여부 논란이 나올 때에는 내심 상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 박한이, LG 박용택 등이 때로는 부러웠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KT가 그에게 코치직을 처음 맡기며 야구 인생 2막에 새로운 뿌리를 심어줬다. 당시 신생팀이었던 KT와 함께 성장하며 팀을 명문으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가슴에 품었던 이 단장은 그 꿈을 더욱 활짝 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 밤낮으로 열심히 뛰며 구단의 배려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물론 많지 않겠지만 계속 부딪히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며 공부하려고 합니다. 저 이숭용이 단장이 되면서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도 사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신껏 최선을 다해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선수단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 ‘우리 KT가 달라졌다’는 말을 반드시 들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팬들께서도 야구장을 많이 찾아주시고 응원과 격려, 때로는 질타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2019년 늘 건강과 행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