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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KBL의 ‘두목’ 이승현의 전역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오리온 역시 더욱 큰 날개를 달 전망이다.

이승현은 오는 29일 국군체육부대에서의 군 복무를 모두 마친 뒤 30일부터 소속팀 오리온으로 곧장 가세한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엄청난 전력 상승 요인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2014~15시즌 KBL 무대에 데뷔한 이승현은 첫 시즌부터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0.9점 5.1리바운드 2.0어시스트 1.0스틸을 기록하며 당당히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의 영광을 누렸다. 전년 대비 정규리그 순위(5위)는 한 단계 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27승27패 5할 승률에서 31승23패 5할7푼4리까지 수치가 올라갔다.

이승현의 존재감은 이듬해 더욱 눈부셨다. 팀을 32승22패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은 것을 시작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는 14.2점 5.5리바운드 2.2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하는 존재감을 드러내 팀 우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것. 본인보다 20cm 이상 큰 하승진을 막아낸 맹활약을 펼치면서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수상했다.

2016~17시즌 역시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36승18패로 데뷔 후 팀을 가장 높은 승률 및 가장 높은 정규리그 순위(2위)에 올려놨다. 개인 성적도 평균 11.6점 6.5리바운드 2.4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에 해당되는 기록을 남겼다.

분명한 사실은 2000년대 후반 및 2010년대 초반 하위권을 맴돌았던 오리온이 순식간에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중심에 이승현이 있었다는 점이다.

오리온은 이승현이 군 복무로 인해 자리를 비우면서 그의 존재감을 더욱 실감해야 했다. 지난 시즌 19승35패, 8위에 머물며 6년 만에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는데 실패한 것.

물론 이승현 외에도 장재석까지 동시에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고, 애런 헤인즈와 재계약을 포기하는 등 기존의 틀 자체가 완전히 새롭게 짜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헤인즈의 SK행이 공격력 감소에 주로 영향을 미쳤다면 이승현이 빠진 자리는 그를 중심으로 했던 수비 쪽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한 가지 고무적인 부분은 2018~19시즌 오리온이 이승현의 공백 속에서도 상당히 분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초반 13경기까지 10연패를 포함해 2승11패로 오랜 기간 최하위에 머물러 있기도 했으나 이후 21경기에서는 14승7패로 상위권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시즌 첫 4연승에 성공하면서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12일 DB가 SK전 승리를 챙겨 7위로 다시 밀려났지만 오리온의 초반 성적과 비교하면 현재 순위는 놀라운 결과라 할 수 있다 .

상승 곡선을 그린 최근 21경기에서 오리온은 평균 득점 3위(85.4점)에 오르는 등 공격력이 개선된 모습이다. 대릴 먼로가 19.2점으로 공격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제이슨 시거스 역시 20분33초의 짧은 출전시간에도 14.1점을 책임지며 그 뒤를 받치고 있다. 또한 최진수가 13.3점, 허일영이 12.5점을 기록하는 등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고른 득점 분포가 돋보인다.

이승현이 가세할 경우 공격 루트가 더욱 다양해질 수 있으며, BQ가 뛰어난 에이스 먼로와의 시너지 역시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최근 허벅지 근염좌 진단을 받은 먼로가 부상을 딛고 건강히 복귀하는 것이 이승현 가세에 앞서 필수적이다.

수비에서는 이승현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오리온은 올시즌 평균 85.4실점(7위)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데 리바운드 허용 및 2점슛 야투 허용률이 뒤에서 두 번째로 좋지 않다. 외국인 빅맨들까지 수비가 가능한 이승현인데 외국인 신장 제한으로 인해 과거보다 부담을 덜어낸 채 더욱 강력한 골밑 존재감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약 한 달 전 추일승 감독은 “2013~14시즌에 1라운드 2승을 하고도 결국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적은 있지만 올해는 초반에 너무 많이 승률을 까먹어서 그 때와 같은 반등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5할 이하 승률로도 6위권 진입이 가능한 흐름이었기 때문에 승률보다 순위에 초점을 둔다면 희망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오리온이 어려움을 딛고 이승현이 복귀하기도 전에 6강 플레이오프 희망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는 더 높은 곳까지 노려볼 수 있는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KBL 리그 판도 역시 더욱 흥미진진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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